건강한 그녀 그리고 긴 여정의 시작

by 보틀윤

독립투사 같던 아이는 계속 밥을 먹지 않으면 주사를 맞고 피를 뽑아서 피검사를 할 것이라는 일본 순사 같은 아빠의 무자비한 협박에도 굴하지 않았다.


그렇게 치열한 이틀이 지났지만 여전히 액체들만 섭취하셨고 다시 방문한 병원에서 주사를 꼽고 피검사와 수액을 맞기로 했다. 태어나면서부터 한 번도 혈관에 주사를 맞아본 적 없이 키운 아이여서 주사에 대한 공포는 엄청났다. 울고 불고 떼를 썻지만 어쩔 수 없었다. 피검사를 위해 피를 뽑고 바로 포도당과 비타민 수액을 맞았다. 수액이 다 들어가는 1시간 이상 시간 동안 어찌나 서럽게 울고 오열하던지 비타민이 다 들어가고 포도당이 조금 남았지만 간호사분께 말씀드려 그만 맞아도 되는지 물어보고 바늘을 뽑았다.


피검사 결과는 다행히도 정상이었다. 약간 수치가 높은 것도 있었지만 최근에 감기 치료를 받으며 먹은 약 때문에 정상이라고 했다. 검사 결과가 좋지 않으면 입원해서 치료를 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의사는 소아과에서 의학적인 치료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해 주었다. 한마디로 몸은 멀쩡하다는 것이었다.

심리적인 문제라 소아정신과 쪽으로 전원을 하여 상담을 받아 보는 방법이 있지만 아이가 어려서 상담이 잘 안될 수 있어 그리 추천하는 바는 아니라고 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서 우선은 조금 더 길게 지켜보고 기다려 보며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 보자고 하고 의사도 아이가 체중이 적어 갑자기 컨디션이 안좋아 질 수 있으니 잘 지켜보고 언제든 다시 예약하고 진료를 보라고 했고 우리는 집으로 왔다.


'밥을 먹이려는 부모'와 '먹지 않으려는 아이'의 평행선 같은 대립이 계속되니 서로 다투고 관계가 무너지는 게 느껴졌다. 부모는 설득이 되지 않으니 고집을 꺾어 보겠다고 강압적으로 아이를 대하게 되고, 아이는 먹기 싫고 먹은 게 목에 걸릴 것 같으니 본인의 생명을 지켜야겠다는 신념이 더욱 굳어져 갔다.


지금 상황에서는 '관계'가 나아지지 않는 것이 느껴져 주변 가족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되었다. 그 이름 '할머니', 워낙 아이도 할머니를 좋아하고 할머니도 손녀에게 잘해주시고 어렸을 때부터 가깝게 살아서 거의 매일 보고 재냈다. 1~2주 정도 서로 떨어진 환경으로 바꿔 보고 어리광 부리고 싶은 대로 부려보라고 생각했다.

사실 아이가 밤새 울면서 할머니네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고, 보기에 기운도 없고 우울감 까지 있어 보여 동아줄 잡는 심정으로 다른 방법을 시도하게 되었다.


첫째부터 둘째까지 어느 정도 아이를 키우며 육아의 달인이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분유 먹는 영아를 키우는 초짜 부모가 된 기분이 들었다..


과연,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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