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네서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아이에게 규칙보다는 자유를 제공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어린이집에서도 이미 아이의 변화와 지금의 상황을 알고 있어 양해를 구했고, 당분간 주중에는 할머니네서 지내기로 담임선생님에게 알렸다.
그렇게 아이는 2주 동안 주중은 할머니네서 주말의 1~2일 정도는 집에서 보내게 되었다.
할머니도 어루고 달래며 아이를 봐주셨지만 아이는 여전했고 완강했다.
할머니에게 "나 밥을 먹지 않아도 괜찮아", "이렇게 먹어도 화장실도 가고 똥도 나오는걸"이라는 논리를 펼치며 여전히 유동식의 식사만 했다.
바나나우유, 흰 우유, 요플레, 요구르트만 먹으며 2주를 더 버텼다. 프로틴이나 필수 영양소가 있는 유동식으로 된 대용식을 먹이려고 했지만 맛이 없다며 거절을 했고 하루에 억지로 하나 먹이기도 힘들고 할머니는 1개도 먹일 수 없었다.
할머니의 노력으로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는데 국을 끓여주면 국물은 먹게 되었다. 조금의 건더기와 티 끌 같은 불순물도 허용하지 않은 채로 퓨어한 국물만 허용하셨다. 그래도 이게 어디냐는 심심한 위로와 이게 뭐라고 감동까지 있었다.
국물을 먹게 되어 조금 더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2주라는 시간 동안 더 이상의 변화는 없었다. 중간에 할머니네 가서 얼굴은 마주 했지만 그동안 어그러진 관계도 있고 아이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아 할머니에게 조금 더 맡기고 비슷한 사례와 다른 방법들을 찾아보게 되었다.
'식사 거부', '섭식장애'를 인터넷에 검색하니 성인의 사례나 극심한 다이어를 하다 오게 된 거식증과 폭식증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 트라우마로 아이가 씹기를 거부하는 이야기는 쉽게 찾기 어려웠다. 대부분 '우리 아이가 밥을 조금 먹어요.', '편식을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등의 이야기 였다.
조금 먹고 편식하는 문제라면 차라리 낫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말이다. 아애 씹지도 않고 삼키지도 않고 있는 상황에서 전혀 참고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 가득했다.
그러던 중, 음식을 먹다가 기도가 막혀 119를 부를 뻔한 상황을 겪은 아이가 먹는 것에 대해서 트라우마가 와서 식사를 거부하게 되었고 소아정신과 진료를 받고 처방받은 약을 먹고 한 달 조금 넘는 시간이 지나 우리와 비슷한 상황을 극복을 한 블로그 글이 있었고 이를 읽게 되었다. 거기에 댓글에 글쓴이가 했던 방법에 대해서 질문이 수십 개가 달려 있었고 나도 거기에 댓글을 남기게 되었다.
비록 5년 전에 작성된 글이라 결국 질문에 대한 답글을 받지는 못했다. 그러나 많은 경험을 느끼고 나와 우리와 비슷한 사례가 생각보다 많고 지금도 있음을 알게 되었다.
글쓴이는 아이가 우울증과 마음을 진정시켜주는 약을 처방받아 복용했는데, 약의 효능으로 극복한 것보다는 자녀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길 참고 기다려 주므로 회복하고 극복한 것 같다고 했다. 글쓴이는 그렇게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지옥 같은 한 달을 고생했다고 했다. 우리는 이미 한 달이 지났지만 조금 더 참고 힘들고 걱정이 되어도 아이를 믿고 기다려 주는 쪽으로 아내와 방향을 결정했다.
우리에겐 정답이 아닐 수도 있지만 정답이길 바라는 간절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