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에서 대화하다 적절한 대답을 찾지 못해 답장을 못할 때가 있다. 그런 내 행동이 싸가지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싸가지’의 뜻이 궁금해져 초록 창에 검색해보았다.
싸가지
명사
사람에 대한 예의나 배려를 속되게 이르는 말. 또는 그러한 예의나 배려가 없는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
(출처:고려대 한국어대사전)
초록 창에 검색 후 밑에 지식인 글 읽는 것을 좋아한다. ‘설마, 이런 질문도 있겠어?’라고 검색하면 나보다 먼저 그 질문을 떠올린 사람이 궁금함을 참지 않고 지식인에 물어본다. ‘싸가지’ 단어 역시 다양한 질문이 있었다.
‘싸가지 있게 사는 법, 싸가지 없게 생겨서 슬퍼요, 화나면 싸가지 없어져요, 천사와 싸가지가 공존할 수 있나요, 동생 싸가지 없는 버릇 어떻게 고쳐요?’ 등
싸가지라는 단어는 센 느낌인데 질문들은 다정하게 느껴졌다. 어찌 되었든 다른 사람들과 잘 지내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된 고민과 질문이니까.
대부분의 질문 형태는 누군가의 무례함으로 기분이 상해 ‘ 000은 왜 이렇게 싸가지가 없나요?’나 누군가에게 싸가지 없다는 말을 듣고 정말 자신이 상대방에게 예의 없이 행동한 건지 물어보는 형태다. ‘싸가지 없다는 말을 들었다’ 질문에는 반응이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나는 그런 의도가 없었는데 상대가 오해한 것 같다. 나에게 싸가지 없다고 말한 사람이 이상하다고 말해줘! 두 번째는 나는 나쁜 의도가 없었지만 다른 사람이 불쾌해하니 고치고 싶어요. 어떻게 하면 개선할 수 있을까요?
‘싸가지 없어’라는 말을 머릿속에서는 할 수 있지만 사람을 앞에 두고 그 말을 내뱉는 사람은 자기 검열을 전혀 하지 않겠지. 집으로 돌아가는 길, 샤워할 때, 자기 전에도 자기 말과 행동이 안 떠오르겠지. 그 말에 상처 입은 사람 관점으로 보면 정말 괘씸하고 미운데 그냥 그 존재 자체로 보면 속 편하겠다는 묘한 부러움이 있다.
‘ㄴㄴ무시하셈’ ‘그 사람이 이상하네. 질문자님은 전혀 문제없음’ 아니면 성심성의껏 쓴 답변이 달려있다. 대답 온도는 차갑기도 따뜻하기도 했지만 모두 질문자를 옹호하는 답이었다.
자기검열을 전혀 하지 않는 것도 문제가 있지만 자기검열을 나노 단위로 하는 것도 문제다. 평소 의식하지 않고 쓰던 말도 곱씹다 보면 어딘가 어색하고 이상해 보인다. 예의를 갖추기 위해 잔뜩 힘을 주기보다 힘 풀고 대답하는 것이 서로 부담스럽지 않고 자연스럽다. 지식인 글에 답들이 설렁설렁 대답하는 것 같지만 읽는 즉시 무슨 뜻인 와닿는 생각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