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가 필요한 두 사람의 식탁 이야기
"식탁에서 밥을 먹는 건 어때?"
발단은 작은 질문이었다. 거실 가운데 자리한 좌식 소파 테이블에서 티브이를 보며 밥을 먹던 우리는 점점 사라지는 대화와 콘텐츠 중독의 위험을 뒤늦게 알아차렸다. 그래서 침실에 있던 흰색 원형 테이블을 거실로 옮겼다. 작년 8월에 재택근무를 위해 구매해서 얼마간은 잘 사용을 했었는데 코로나가 잠잠해지고 다시 출근을 하게 되면서 용도를 잃었던 참이다.
책상에서 식탁으로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은 테이블은 부엌 아일랜드 식탁 옆에 자리하게 되었고 우리는 TV 대신 서로를 보며 식사를 하기로 했다. 밥을 떠먹고 콩나물국을 마시며 달그락 달그락, 식기 부딪히는 소리가 선명해진 식탁에서 새삼 깨닫는다. 우리가 같이 밥을 먹고 있구나. 그 대단하지 않은 깨달음이 뭐라고 몇 번을 입안에 든 밥알과 함께 곱씹었다.
먼 미래엔 자동차가 하늘을 날고 있을 줄 알았는데, 현실은 어릴 때 상상과는 다른 풍경으로 진화해가고 있다. 저마다 스마트한 작은 세계를 손에 꼭 쥐고 내도록 네모난 화면만 쳐다보다가 메타버스로 빨려 들어간다. 그러고는 집에 가서 거북목을 걱정하며 스트레칭을 한다. 나 역시 그 틈바구니의 한 인간으로서 오늘도 스마트폰을 놓지 않고 있다. 그래도 저녁시간만큼은 동그란 테이블에서 그 지름만큼의 단란함을 끌어안고 식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