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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익 Feb 08. 2022

호로비츠의 루바토


https://www.youtube.com/watch?v=a8bq9doyNJU&list=PL_u5jfUGgUUpTKlQne6jTQYlh1BnrVkjA



호로비츠가 연주하는 쇼팽을 배경 음악 삼아 틀어 놓고 있다가 마주르카에서 하던 일을 잠깐 손에서 놓았다.


호로비츠의 독단적인 루바토가 음악의 유기적 흐름이 중요한 쇼팽에서는 잘 안 통할 거라고 믿어왔는데 이 마주르카에서만큼은 오히려 루바토의 효과가 배가된다. 새삼 호로비츠가 얼마나 세련되게 루바토를 구사하는지 깨닫는다.


호로비츠의 루바토가 20세기 피아노 연주 역사에서 지니는 위상은 렘브란트의 명암 조절이 미술사 전체에서 갖는 위상에 버금갈 만하다. 물론 내가 가장 경외하는 루바토의 거장들은 코르토와 에트빈 피셔이긴 하지만, '최애는 최애고 A는 A'라는 말처럼 호로비츠는 내 주관적 취향과는 별도로 분류해서 음미할 대상이다.


위 리코딩에서 드러나듯 마법적인 음색과 결부된 그의 관능적인 루바토는 그의 연주자로서의 생애 전반에 걸쳐 진화한 것이다.


연대기별로 호로비츠 연주의 특징을 분류한다면 이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다.


30년대 호로비츠의 괴력적인 기교와 관능적 힘(라흐마니노프),

50년대 호로비츠의 탐미적인 루바토(쇼팽, 브람스),

60년대 호로비츠의 악마적인 왼손(스크리아빈, 쇼팽),

80년대 호로비츠의 숭고한 음색(모차르트),


이 중에서 나는 80년대의 호로비츠를 제일 좋아하지만 그 '80년대' 버전의 원형이 되는 음색이 50년대의 그에서도 드러남을 위 리코딩을 들으며 확신한다. 탄력적인 리듬감 속에서 피어나는 탐미적인 음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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