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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ki Aug 16. 2024

우울증이 사용하는 주방 살림 아이템 3선

비싼 거 말고,  만원 이하 가격대로 추천합니다.

우울증에 걸리면, 가장 하기 싫은 게 살림이라고 생각한다.

밥 먹는 것도 귀찮아져서 배달 어플을 습관적으로 열어보게 된 적도 많다.

손가락 까닥하기도 귀찮아져서 청소도 하기 싫어지는 경우도 많다.


그런 내가, 최대한 살림을 덜하기 위해 쓰는 꿀템 3가지를 소개하려 한다.



1. 파스타 쿠커


나는 요리가 싫다. 요리를 못하는 편은 아닌데, 요리를 하고 나서 정리하는 게 싫다. 그래서 냄비를 쓰는 요리를 정말로 싫어한다. (라면이 아닌 이상 쓰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파스타? 죽을 만큼 싫었다. 파스타는 사실 면만 끓이면 요리는 다른 한식들에 비해 배는 쉬운데도, 끓이는 과정이 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싫었다.


그러다, 만나고 말았다. 

이 파스타 쿠커를.


파스타 쿠커를 쓰면 파스타 면과 물을 넣고 12분 정도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된다. 이걸 쓴다고 우울증이 나아지는 건 아니지만 면을 끓이는 귀찮음이 한결 사라진다. 이 쿠커로 삶은 파스타를 시판 소스와 섞어 추가로 5분 정도 돌려주면, 별다른 노력 없이 파스타가 완성된다.


파스타 쿠커는 바로 씻어주면 기름기가 많지 않아 수월하게 정리가 가능하다.

고작 전자레인지만 2번 돌리면 한 끼 식사가 완성된다는 소리다! 신세계였다. 설거지 거리도 확 줄고, 파스타 이외에 만두 같은 것도 덥히는 게 가능해 편리하다.


면을 삶기 귀찮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소면은 삶지 않는 걸 추천한다. 떡진다)



 2. 실리콘 용기


다이소 실리콘 용기 3000원짜리다. 꼭 다이소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꼭 위 사진에 나온 용기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실리콘이면 추천한다. 그 이유가 뭐냐 함은....


안 무겁다. 그리고 안 깨진다.


우울증인 사람들은 그릇이 무거워도 우울하다. 세상에 그냥 별 사소한 일로 다 우울하다. 그릇이 무겁거나 해서 설거지가 버겁게 느껴져, 설거지를 미룬 적도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깬 것도 대여섯 번이다. 


하지만 이 실리콘 용기로 바꾸니 가벼워 상대적으로 설거지를 시작하는 게 쉬워졌다. 그리고 떨어트려도 깨지지 않는다. 설거지가 귀찮을 땐 큰 대접에 물 넣고 세제 넣고 이 용기 넣고 전자레인지 돌려버려도 된다. 사실 다른 거 떠나서 깨지지 않는 게 정말 마음이 편했다.


손에 힘이 풀려서 그릇을 떨어트리고, 그릇 깨진 걸 보면서 스트레스받고, 우울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 실리콘 용기는 개인적으로 정말 만족하면서 쓰고 있다. 식세기를 사용한다면 더 수월할 거다.


의욕이 없는 여러분에 손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용기라고 생각한다. (내 손에서 살아남았으니까)



3. 설거지 비누

난 다이소 설거지 비누를 쓴다 다른 거랑 별 차이 못 느끼겠다


자연을 위해서, 이런 뭐 거창한 이유 아니다. 물때 때문에 설거지 비누를 쓴다. 실제로 싱크대 청소를 귀찮아해 장갑, 수세미는 모두 공중 부양. 싱크대의 구조상 공중 부양을 시키기 못해 물때가 끼고 더러워지는 유일한 아이가 바로 세제통이었다. 와, 정말 아무것도 안 하는데 물때가 낀다는 건 좀 그랬다. 물때를 방지하기 위해 세제 받침대를 사면 그거 아는가? 거기에 또 물때가 낀다.


주방과 물때는 떨어질 수 없는 관계인가 싶을 때 나는 내가 욕실에서 바디워시 대신 비누를 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비누곽을 따로 마련하지 않고 페트병 뚜껑을 끼워서 썼다. 그래서 나는 주방에서도 그렇게 했다.



바로 이렇게.


근데 놀랍게도 그 어떤 세제통이나, 비누곽보다 물때가 안 꼈다. 비누에 자석을 끼우는 방법도 써봤는데 자석 사이에 물때가 낀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사용하면 그냥 싱크대 청소할 때 쓱 들어서 한번 닦으면 된다. 세제 통에 비해 닿는 면적도 작아서 굳이 안 해도 물때가 엄청나게 끼지도 않는다.


설거지 비누에 비린내가 난다는 거 안다. 사용하면서도 비린내가 좀 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계속 설거지 비누를 쓸 예정이다. 세제통을 관리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 하나 때문이다.




이 이외에 식세기, 로봇 청소기 등 고가 전자 제품들도 있지만 굳이 쓰지는 않았다. 사실 사용 만족도는 식세기를 제외하면 이 위에 세 물품이 더 높다. 설거지 비누는 진짜로, 좋았다. 물 애가 거의 안 낀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것들을 쓴다고 해서 확실히 나아진다거나 하는 건 아니다. 


왜냐면 나는 지금 우울증이 괜찮아진 줄 알고 선생님과 합의 하에 항우울증제를 끊었다가, 지금 다시 우울증이 심해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울해서, 무기력한 와중에도 위 제품들은 끼니를 챙겨 먹게 하거나 청소를 하지 않게 해주는, 살림을 할 때 실수를 해도 어느 정도 무마 시켜주는 제품들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가다 보면, 언젠간 그냥 어찌어찌 살아가게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러니, 우리 같이 살아봅시다.


그런 김에 다음번엔, 살림템 말고 그냥 일상을 수월하게 해주는 생활 꿀템들 가져와 볼까 한다. 우울증으로 인해 귀차니스트가 되었고, 미니멀리스트가 된 사람이 인생을 수월하게 살고 싶어 찾은 아이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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