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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ki Aug 30. 2024

불안형을 변하게 했던 방법

이건, 자신과 대화하는 방법일 수도 있어요.

인사이드 아웃 2가 개봉했을 때, 새로운 캐릭터들이 등장했다.


불안이, 따분이, 당황이, 부럽이, 추억이, 총 이렇게 5가지의 감정이었다. 그중에서 가장 반응이 좋았던 캐릭터는 단언컨대 불안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모두의 마음에 불안을 가지고 살지 않는가. 


잘 보이고 싶어서 생기는 불안, 준비했던 일이 무너질까 봐 생기는 불안, 자그마한 불안들이 결국 본인을 집어삼켜 불안형이 되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오히려 무던하다는 소리를 듣는 편이다. 하지만 가족과 친구들에 심한 불안형인 사람들이 있었고, 나 또한 우울증이 심해지면 불안증도 같이 찾아오는 사람으로서,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한번 해보려 한다.





솔직히 회피형에 비하면 불안형은 정말 귀엽다고 생각한다. 


회피성 나르시시스트에 시달렸던 사람으로서, 진짜로 하는 말이다. 불안형이 당신을 나르시시스트 급으로 힘들게 하는가? 그렇다면 주변에 회피형이나 나르시시스트가 불안형의 말을 곡해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불안형은 다른 이들에 비해 심지가 곧지 않아서, 쉽게 다른 이들의 언행에 흔들린다. 불안형은 불안형의 감정을 안정적으로 받아주고 감정을 인지 시키면 정말 드라마틱할 정도로 변화가 생긴다.


그렇다. 불안형은 변화가 가능하다.

불안형에게 변화를 줬던 사람으로서, 그때 사용했던 방법을 소개하려 한다.

(물론 하루아침에 변하진 않았다. 친구는 약 1~6개월, 가족은 더 오래 걸렸다.)




1. 불안 혹은 불안의 트라우마를 자극하지 않는다.

불안형과 대화하기 앞서, 준비해야 할 것 중에 하나다. 불안형의 불안을 건드려선 안된다. 나는 이 사실을 아는데 몇년이 걸렸다불안형은 다른 사람들과 달리 대화가 안 되는 게 아니라, 대화가 미친 듯이 잘 먹히고 오히려 말 몇 번에 생각이 물 흐르듯이 바뀌는 사람이다. 누구보다 가장 바뀌지 않을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지만, 불안을 잘 파고들면 그 누구보다 잘 바뀌는 사람이란 말이다.


문제는 여기다. 


누구보다 가장 바뀌지 않을 것처럼 보이는 사람.


한번 생각해 보자. 불안하면 우리는 어떤 걸 찾게 되는 줄 아는가? 하던 걸 찾게 된다. 익숙한 걸 찾게 되고, 안정적인 걸 찾게 된다. 불안을 자극하면, 이 사람들은 불안한 상태에서 고착되어 벗어나지 않으려고 한다. 즉, 불안한 걸 다시 찾는 거다. 


만약 어떤 불안형 친구의 불안을 자극하는 대상이 '아빠'라면 아빠라는 얘기는 어느 정도 심리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 한 얘기해선 안된다. '아빠' 뿐만 아니라 넓게는 그 나이대 남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최대한 우리는 이 불안을 건드려선 안된다. 불안형의 불안한 감정을 건드리면, 불 같이 화를 내거나 배신감을 느끼거나, 우울해한다. 그럼 불안형과는 어떻게 대화하냐고?




2. 불안형이 먼저 대화를 시작할 때, 불안의 진짜 원인을 찾아라.

대부분의 불안형은, 아니 대부분의 불안한 인간은 이 불안을 어딘가에게 풀어내고 싶어 한다. 불안형과의 대화는 친밀감을 형성하는 게 우선이다. 아마 첫 번째 작업을 잘했다면 당신에게 끈덕지게 붙어있던 불안형이 어느 날 대뜸 당신에게 자신과 관련된 불안에 대해서 얘기를 할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끊임없이 얘기를 시작할 것이다.


이때부터, 불안형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당신은 파악해야 한다. 


불안형이 된 원인 말이다.


대부분의 불안형은, 어릴 적 부모님과의 관계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발생한다. 회피형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서 트라우마가 거의 대부분 부모님과 연결되어 있을 확률이 높다. 그러니까, 본인은 트라우마가 '남자'라고 말해도, 사실은 '아빠'이며, 트라우마가 '친구'라고 말하는 사람은 '형제' 이거나, '형제'로부터 비롯된 문제와 연결된 '부모님'의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 우리는 불안형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다.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가서 불안형의 부모님께 그렇게 자식을 키우지 마라, 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런데 왜, 불안형이 된 원인을 찾으라는 거냐면.....




3. 불안형에게 그때의 감정을 묻는다.

불안형은 1차 감정과 2차 감정을 구분하지 못한다. 


부모님이 감정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아 구분하지 못하는 거다. 예를 들어 응팔의 덕선이처럼 형제들 사이에 생일이 끼여 생일 파티가 스킵당했다고 상정해 보자. 불안형은 이때 서운함을 느낀다. 그리고 이 서운함을 인지하고 슬픔을 토로하는 게 아니라, 그냥 바로 슬픔을 토로해 버린다.


즉, 불안형은 첫 번째로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 


사실 이 모든 불안은 서운함에서 시작된 건데, 불안형 본인은 슬픔으로 착각해 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불안형은 이상한 소재에 꽂히는 경우도 많다. 돈에 집착하는 것도, 남자에 집착하는 것도, 여자에 집착하는 것도, 모두 그 영향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그들은 돈이 아니라 인정을 갈구하고, 사실 남자와 여자가 아니라 애정을 갈구한다고 볼 수 있는 거다.


다른 예를 들어, 한 친구가 언니를 아끼는 집안의 막내 딸이라는 가정을 해보자. 매일 같이 언니한테 용돈이며, 칭찬이며 모든 걸 빼앗긴 이 친구는 언니에 대한 질투심을 느꼈다. 질투심을 느끼다 보니, 언니에게 분노가 생겼다. 근데 그게 수년간 반복되면 질투심을 불안형은 분노로 인식한다. 그래서 다른 친구가 언니와 비슷하다고 느끼면 바로 분노가 나와 버리는 거다


그래서 우리는 불안형에게 그 진짜 감정을 인지 시켜야 한다.


그냥 방법은 정공법이 최선이었다. 말은 최대한 다정한 게 좋다.


"나는 그때 네가 느꼈던 감정이 궁금한 거야. 많이 슬펐어? 서운했어? 아님, 정말 화가 났어?"


이렇게, 불안형이 된 가장 근본적인 사건의 1차 감정을 성공적으로 불안형에게 인지시키면 정말 놀라운 일이 발생한다. 바로 불안형이 불안을 느끼는 횟수가 놀라울 만큼 줄어든다. 왜냐면 슬픔을 모두 분노로 인식하던 불안형은 슬픈 감정을 느낄 때 더 이상 화를 내지 않게 된다. 분노와 슬픔이 다른 감정이란 걸 인식했기 때문이다. 


아주 간단히 말해, 불안형은 대부분의 감정을 불안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우리는 그 감정을 구분해주기만 하면 된다.





사실 불안형이 많이 심해보인다면, 약을 추천하긴 한다. 


불안하지 않은 감각을 겪어봐야 불안한 상태가 얼마나 피곤하고 괴로운지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사이드 아웃만 봐도, 감정엔 여러 가지 종류가 많다. 기쁨, 행복, 슬픔, 까칠, 분노, 소심, 당황, 등등. 그 모든 감정을 불안으로만 칠하고 사는 건, 정말로 슬픈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불안을 없애는 것도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왜냐면 누구나 사슬은 마음속에 가장 불안함을 자극하는 초라한 나를 숨기고 있을 거다. 하지만 그 작은 친구에게 넌 그대로여도 괜찮다고 말해줄 사람은 마음속에 있는 내 감정들 뿐이다. 


그리고 때론 불안은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며, 앞날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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