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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기C쁠 Mar 23. 2024

내 뜻대로 되는 건 달리기밖에 없더라

2023년 6월 파리 아디다스 마라톤 10km 완주!


대학교 4학년  초창기, 삶은 고난의 연속럼 느껴졌다. 수강신청부터 스텝이 꼬였고 조모임까지 뭐 하나 내 맘대로 되는 게 없었다. 일면식도 없는 교수에게 다짜고짜 메일을 보내거나 수업시간에 무작정 찾아가기를 반복했고, 타과생이 가득한 복수전공 수업에서 학번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조장을 맡아야 했다. 학기 초 3살 어린 배와 시작한 연애는 대체로 속앓이만 하다 달 도 채우지 못하고 끝이 다. 취업에 대한 걱정은 공기처럼 내 주위에 늘 머물 있었. 지금 생각해 보면  일 아니만, 학교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던 나에게는 런 것들이 참 버거웠나 보다.


그 시절 나를 위로해 준 건 달리기였다.  내 뜻대로 할 수 없는 일이 태반인데 달리기만큼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 온전히 내 의지만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했다. 학교 근처에서 하숙을 했던 나는 밤 10시면 우레탄 트랙이 깔린 학교 운동장으로 향했다. 타블로가 진행하는 라디오를 들으면서 1시간 남짓 400m 동장 25바퀴를 돌았다. 10바퀴를 뛰고, 5바퀴를 걷고, 다시 10바퀴를 뛰는 루틴이었다. 하루 중 유일하게 성취감을 맛 보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하루, 이틀, 일주일, 한 달을 뛰다 보니 달리기는 어느덧 습관이 됐다. 아니, 강박이라고 부르는 게 맞으려나.


2023년 2월 파리에서 아침 달리기 마치고 뿌듯한 두통수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가치를 유형의 형태로 확인받고 싶었는지, 의 달리기 수준 어느정도인지 가늠하고 싶은 욕망 나를 마라톤의 길로 이끌었다. 학생 때 10km에 이어 하프까지 완주했고, 취업 후 친구들과 함께 풀코스에 참가하려 했으나 근무 중 인대파열되는 바람에 42.195km 도전은 물 건너갔다. 어느덧 마라톤에 처음 발을 들인 지 10년이 지났다. 즘도 가능하면 10km 대회에는 참가하려 한다. 마라톤은 나와의 싸움이다. 기록이 좋아져도, 나빠져도 이기는 건 과거의 나이든 현재의 나이든 항상 나라서 다행이다.


사실 나는 달리기를 꾸준히 할 이지 좋아하는 건 아니다. 달리는 이유는 하나, 먹는 족족 살이 찌기 때문다. 음 달리기 시작한 계기도 미국에서 교환학생 때 한 학기만에 10kg 넘게 찐 살을 빼기 위해서였다. 만약 내가 살이 찌지 않는 체질이었다면 절대 달리기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마음가짐이 이러하니 헬스장로 출발하기까지 갈까 말까 몇 번을 망설곤 한. 하지만 일단 땀을 한 번 흘리고 나면 후회한 적이 다. 이거 하나큼은 확실하니 운동복을 챙겨 입고 문밖으로 나게 된다. 나 지금이나 달리기서 나는 위로를 얻고 있나보다. 오늘도 귀찮지만, 일단 달리러 가야지. 

파리에서는 이런 뷰 덕분에 달릴 맛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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