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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phia p Feb 10. 2024

[철학] 과한 배려가 오히려 부담이 되었던 적

아마도 한 번쯤은 겪었을 것이다. 그리고 한 번쯤은 그 부담의 대상이 되었던 적도 있었을 것이다.


숭실대 홍보도우미 부회장으로 활동할  나는 MT에서 내가 가장 잘하는 김칫국을 끓여주겠다고 했었다. 아무도 원하지 않았지만 끝내 나는 그걸 끓였다. 결국 아무도 먹지 않았고 아무도 말리지도 않았다. 결국에는 그건 버려졌다.


내가 배려의 대상이 되었을 때 그때 내가 했던 행동이 얼마나 상대방에게 부담이 되었을지 알게 되었다.


사진전을 준비하던 나는 사진작가였던 선배와 모델 한 명과 함께 바다로 떠났었다. 그런데 모델이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이라며 김치찌개를 끓였다. 선배는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이라며 부대에서 자주 해 먹었다며 통조림햄을 통조림 캔으로 으깨어 볶음밥을 만들었다. 먹고 싶지 않았지만 성의를 봐서 먹어야 했다.


그리고 촬영이 끝나고 나는 내가 아는 맛집에 가서 전복 물회와 성게알 비빔밥을 시켰다. 그런데 둘 다 한 입도 안 먹는 것이었다. 이유를 물어보니 작가였던 선배는 어패류 알레르기가 있었고 모델은 회를 못 먹었다. 그랬더라면 내가 가자는데 말고 다른 데를 갔어야지.


합의되지 않은 배려는 오지랖이다. 이런 교훈을 주는 옛이야기가 있다. 한 빵집에 매일 들러 오래된 바게트만 사가는 청년이 있었다. 빵집 처녀는 그가 가난하여 오래된 바게트만 사간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하루는 버터가 가득 들은 신선한 바게트를 내어 주었다. 그랬더니 청년이 씩씩 거리며 처녀를 찾아와 화를 냈다. 알고 보니 청년은 화가였고 오래된 바게트를 지우개로 활용하여 왔는데 버터가 든 바게트 때문에 그림을 망쳤다는 것이었다.


서로를 자신의 마음대로 배려하다 보면 결국 부담이 된다는 것을 그때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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