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사람이 권력이나 인기를 얻으면 오만해진다. 세상에서 이름을 날리고 교만함으로 인생 망치는 사람 여럿 봤다. 인정받기 시작할 때 한번 잘못으로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다. 한결같이 자신을 둘러보고 소신을 지키는 것은 어렵다. 그런 사람 살면서 딱 두 명 만났는데 그중 한 명이 성신여대 서경덕 교수님이시다.
서경덕 교수님은 내가 새내기 강사 시절 명사특강에 섭외자와 강연자로 만났는데 당시 성신여대 교수 셨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권위적이지 않으셨다. 섭외 메일에 직접 전화를 주신 것은 교수님이 유일하셨다. (타 강사들은 바쁘다며 무시하거나 조교 또는 매니저가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강연 당일에도 권위적인 모습은 절대 보이지 않으셨고 내가 VIP룸으로 안내하자 “제가 왜 VIP예요. 아니에요.”하시면서 한사코 VIP룸에 가지 않으셨다.
나중에 그 일화를 친구에게 말하자 콧방귀를 뀌며 “그게 뭐 대단한 거라고.”했지만 그 친구는 그 위치에 서보지 않아 모른다. 그 지위에서 숙인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대거 켈트너는 권력의 인지적 효과를 연구하는 학자이다. 그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권력은 ‘접근’ 행동을 유도한다. 사람들은 더 많이 행동을 취하고, 목적을 추구하고, 위험을 감수하고, 보상을 구하고, 자신을 드러내게 된다. 권력을 가진 자들은 마치 도박꾼과 같은 태도로 게임에 나서지 않으면 승리할 수 없다는 듯이 삶을 대한다. 반면 권력이 없는 이들은 억제되어 적극적으로 나서는 대신에 대응에 주력한다.
켈트너의 권력 연구는 권력자들이 자제력을 잃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을 분명히 강조한다. ‘권력에 취한다.’라는 말은 적절한 표현이다. 자신이 강하다는 기분이 들수록, 타인을 신경 쓰지 않는다. 타인과 공감해야 할 필요성을 덜 느끼기 때문이다. 켈트너는 이렇게 설명한다. “권력이 고조되면 자제력을 잃고 무례한 방식으로 사람을 대한다.”
켈트너는 2016년 [선한 권력의 탄생]이라는 책을 발표하는데, 이 책의 주제는 명확하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좋은 사람, 곧 상냥하고 이타적이고 유능하고 친절한 사람은 권력을 획득하는데 유리하다. 당신이 이런 특성을 가지고 있다면 사람들은 당신을 좋아하게 된다. 당신을 신뢰한다. 그리고 타인에게 당신을 칭찬한다. 이 모든 요소는 출세의 밑거름이다. 그러나. 당신이 최고의 자리까지 오르는 데 도움이 됐던 그 요소들은 권력의 부패효과에 의해 빠르게 깎여 나간다. 따라서 당신은 최고의 자리에 오른 이후로 권력을 남용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와 같은 연구 이외에도 권력을 획득하면 더 나쁜 방식으로 행동하게 된다는 경향은 수많은 연구에서도 드러난다. 권력을 가지면 다른 사람들을 더 많이 방해하고, 더 많은 고정관념을 가지며 의사결정에 있어서 덜 도덕적으로 생각하고, 타인을 비판하며 정작 자신은 그렇게 행동하는 경우가 더 많아진다.
그러나 연예인들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그들은 인기를 얻으면 그 인기를 지속할 수 없게 되지 않을까 불안에 떤다. 그러면 그들이 마약에 빠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음주운전의 경우 권력자들이 흔히 겪는 도덕적 해이에 해당되겠지만 마약의 경우 스피노자의 코나투스로 설명할 수 있겠다.
스피노자는 삶의 주체란 자신의 삶을 유쾌하게 증진시키려는 의지, 즉 '코나투스'를 가진 주체라고 말했다. 코나투스가 정신에만 관계될 때는 의지라고 일컬어지지만 그것이 정신과 신체 동시에 관계될 때는 충동이라 일컬어진다. 욕망이란 자신의 충동을 의식하는 한 주로 인간에게 관계된다.
연예인이나 예술가들이 쉽게 약물에 중독되는 이유는 약물을 하는 동안에는 모든 근심 걱정이 사라지고 영감이 떠오르는 등 이점을 맛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이점은 중독이라는 크나큰 나쁜 결과를 가져오게 됨을 알아야 한다.
자신의 삶에 기쁨과 유쾌함을 순간적으로 주는 약물과 같은 행위를 기쁨이나 행복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인간으로 하여금 자신의 코나투스를 약화시키는 관계를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식의 잘못된 인식을 수정해서 우리를 긍정하는 삶으로 이끌 수 있다.
이를 통해 권력적 부패나 약물중독 같은 행위는 사람에 따라 끊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정말 잘 살고 있는지 물어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자신을 통해 삶을 배워가거나 자신의 통치하에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들에 대한 책임감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길 바란다.
그리고 나 또한 교만에 빠져 변할 수 있는 사람이기에 이를 조심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