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에게 배우는 본질 리더십
리더십은 한 조직이 추구하고자 하는 가치를 다른사람들도 함께 따를수 있도록 독려하고 이끄는 과정이라 할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 설득하고 토론하는 과정이 같은 가치를 함양하는 가정이죠. 같은 가치를 가지고 있는 사람끼리 공명하는 과정을 통해서 그룹이 되고 조직이 되어, 그 가치를 이루어가는 과정이 리더십이 형성되는 현상이라고 이미 말씀드린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같은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가치를 끊임없이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기도 하고, 어떤 일을 수행하는 당시에는 근시안적인 관점을 가지게 되기 때문 입니다. 예를 들어 설명 드리겠습니다.
신팀장은 어려운 이웃을 돕고자 하는 열정이 있어서 사회복지를 전공했고 첫 직장으로 복지관에 근무했습니다. 처음에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월급을 받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열정적으로 행복감에 젖어서 일을 했습니다. 그러기를 5년 6년 지나니 관리자로 승진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어느순간 첫 입사때의 열정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매일 매일 주어지는 서류업무와 말 안듣는 클라이언트와 팀원들 관리에 감정적으로 지치기 시작했습니다. 어느날 야근을 하고 퇴근하는 길목에서 문득 자기 자신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혹시 내가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하는게 아닐까? 과거에 열정은 철없던 시절에 가졌던 한때의 열정 같은게 아닐까?'
이런 고민에 마음이 더 복잡해졌습니다. 이렇게 소진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느니 차라리 돈을 버는데 충실한 직업을 선택할걸 후회감도 듭니다.
신팀장이 몇년을 살면서 가지고 있는 가치가 변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번아웃 상태가 오고 만 겁니다. 사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이미 가지고 있는 가치를 부정하게 되기도 합니다. 사람이 살면서 항상 같은 가치를 추구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는 가치가 변했다기 보다는 본질에서 멀어진 상태로 오랫동안 일하면서 쌓인 동기부여 혹은 의미가 결여된 상태라 할수 있습니다.
훌륭한 리더십은 이럴때 무엇을 해야 할까요?
다시 본질에 이르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스스로 다시 본질적인 가치에 이르도록 질문해야 합니다. 처음 입사했을때 가졌던 두근거림이 다시 일어날수 있도록 독려할수 있어야 합니다.
영리조직이든, 비영리조직이든 지향하는 가치가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비전은 인재와 기술을 바탕으로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하여 인류사회에 공헌하는 것 입니다. 그리고 유니세프는 모든 어린이가 행복한 세상 입니다. 내가 지금 당장 하고 있는 일이, 한낱 작은 부품을 끼워맞추는 일이라 할지라도 이일이 우리가 사는 세상을 이롭게 하고 내가 좀더 나은 인간으로 성장한다 생각되면 설레는 마음으로 일 할수 있습니다. 하지만 매일의 치열한 하루하루를 살다보면 이 연결점이 점점 약해지다 나중에는 '내가 여기서 뭐하고 있는거지?' 질문을 하게 되죠. 처음에는 본질에 집중할수 있었는데, 가면 갈수록 비본질이 커지지면서 서서히 지쳐 갑니다. 멋진 엔지니어가 되서 우리가정을 일으키고 사회에 기여하리라 하고 열심히 회사생활을 하는데, 관심도 없고 재능도 없는 사내정치에 휘말려 이사람 저사람이랑 갈등하다 보면 결국 사직서를 내게 됩니다.
플라톤은 이세상에 있는 모든 것들의 원형 즉 변하지 않는 실체가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것을 이데아라 이름 붙였지요. 이 세상은 이데아의 그림자라 생각했습니다. 이데아의 세계에는 모든 것이 완벽한 실체가 있고,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그 이데아가 마모된 혹은 타락한 세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정치 혹은 국가란 이데아의 그것을 최대한 보존 하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보통 아이디어(idea)라고 하는 단어가 바로 이데아(idea)에서 왔습니다. 철자도 같습니다. 하나는 그리스어 하나는 영어이죠. 그는 정치적 리더는 철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최대한 사적인 욕망과 거리가 먼 사람이 공적인 세상을 이끌수 있고, 이들은 철학적으로 철저히 훈련된 사람들이어야 하는데 이데아의 그림자가 변하지 않도록 지키는 것이 그들의 역할 이었습니다.
물론 지금에서 플라톤의 사상을 과학적으로 평가하자면 사실과는 거리가 멉니다. 하지만 그의 철학 사상을 통해서 리더십의 힌트를 얻을수 있습니다. 이데아는 변하지 않는 가치 즉 이상향, 목표지점, 비전, 미션으로 받아들일수 있습니다. 리더는 항상 이 지향점을 염두하고 팔로워들이 가치를 잃어버린 순간순간 지향점을 다시 일깨우는 역할을 합니다.
위의 예를 다시 가져와 보겠습니다. 신팀장은 본부장님에게 면담 신청을 했습니다. 면담을 통해서 현재 자신이 번아웃이 온것 같고 일을 하는 이유를 잃어버려 감정적으로 많이 소진된 상태라고 솔직히 털어놓았습니다. 다행히 본부장님은 훌륭한 리더였습니다. 그는 일단 신팀장에게 휴식을 허락했습니다. 몇일 쉬고 돌아온 신팀장은 정기적으로 본부장님과 1:1 회의를 통해서 업무를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본부장님의 몇가지 질문을 통해서 일의 방향성을 정하기 시작했습니다.
1. 지금 하고 있는 일들 중에서 본질과 관련있는 꼭 중요한 일은 무엇인가?
2. 지금 하고 있는 일들 중에서 본질과 관련은 없는데 꼭 해야하는 일은 무엇인가?
3. 지금 하고 있는 일들 중에서 본질과 관련도 없고,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은 무엇인가?
일단 3번부터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행정을 위한 행정, 과한 서류 업무들을 과감히 정리했습니다. 하지만 많은 일들이 2번에 속했습니다. 사회복지의 특성상 보조금을 수령하고 사용한 사실에 대해서 서류들을 만들고 정리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를 구청에 보고하는 일이 있습니다. 이는 필수 사항이기 때문에 안할수 없습니다. 이런 일들은 좀더 효율화하기로 했습니다. 일들을 팀원들과 나누고 이미 복지관이 가지고 있는 과거의 서류들을 참고하여 시간을 단축할수 있도록 정보를 디지털화하고 공유하는 시스템을 고안했습니다. 그리고 관계에서 오는 과한 스트레스를 관리할수 있도록 하루에 만나는 클라이언트 숫자를 제한하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책임감으로 과하게 스케줄을 꽉채웠던 클라이언트들의 민원을 제안하고, 팀원들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독서를 통해서 좀더 전문성있는 사회복지사가 될수 있도록 자기계발을 시작했습니다. 조금씩 마음속에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슬슬 열정이 생겨났습니다. 그동안 안개같이 자욱하던 지향점이 조금씩 명확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정리를 하고 나니까 그동안 왜 이렇게 허우적댔는지 의아합니다. 본부장님과의 몇번의 만남을 통해 그리고 그가 던진 질문을 통해서 이미 알고 있는 사안들이 정리되고 불필요한 기름이 좌악 빠졌습니다.
리더십은 이미 그사람이 가지고 있는 가치, 그리고 지향점을 스스로 더 잘 찾도록 돕는 역할 입니다. 다만 그 사람이 어떤지점을 지향해야 하는지 먼저 짚고, 그가 하는 일이 그 지향점과 좀더 명확히 연결될수 있도록 돕습니다. 다그치고 혼내면서 사람을 이끄는 것이 아니라, 조직이 지향하는 가치에 스스로 달려갈수 있도록 연료를 넣어주고 앞의 방해물을 같이 치워주는 역할 입니다.
모두들 같은 가치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행복한 공명생활을 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