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 간 3000 킬로미터를 주행한 워킹맘의 경험담
(9) 아들과 함께 하는 자전거 세상. 취미를 함께 하는 기쁨.
모처럼 맑고 적당히 추운 12월의 토요일 오후, 우리 동네 샛강은 공기가 괜찮은 듯하여, 피카츄 헬멧을 쓴 아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동네 서점으로 나들이를 나갔다. 네이버 검색을 통해 주변을 찾아보니 ‘천광 서점’이 나왔다. 그 아래 함께 검색된 블로그를 보니 이 서점은 무려 25년 전에도 있었다고 했다.
서점 안은 너무나 정겨운 작은 ‘동네 서점’ 모습 그대로였다. 아들과 책을 만지고 읽고 공들여 골라서 나왔다. 그리고 중랑천까지 자전거를 타고 와서 햇빛을 받으며 사온 책을 계속 읽어보았다. 평온하고 풍족한 오후였다.
자전거를 못 탔을 때엔 아들과 갈 수 있는 곳이 적고, 할 수 있는 것도 다양하지 않아서 아쉬운 점이 많았다. 그러던 것이 내가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자, 모자가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졌다. 아빠가 바쁘지 않을 때 셋이 함께 라이딩 나가는 재미도 쏠쏠했다. 자전거는 따로 또 같이 할 수 있는 스포츠라서 참 좋았다. 우리는 날 좋은 날이면 강바람을 시원하게 맞으며 어디고 함께 갈 수 있었다.
가을에 갔던 경춘선 숲길 기차 공원은 노란 은행나무 숲에 둘러싸여 황홀했다. 그리고 거기서 보았던 관현악 공연과 버블 마술쇼 등은 참으로 즐거웠다. 어떤 일요일이면 덕성여대 앞으로 가서 리얼빈스 북카페로 갔다. 그곳은 한 출판사에서 운영하는 곳이라 책이 상당히 많았다. 나는 거기서 '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를 읽었고, 아들은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었다. 가고 싶을 때 아무 때나 가서 지난번에 읽었던 페이지부터 바로 펴서 읽을 수 있는 기쁨이 컸다.
뿐만 아니라, 어떤 주말은 아들과 함께 맛집 탐방 라이드도 할 수 있었다. 중랑천을 따라서 태릉입구역 6호선 6번 출구에 자리한 빵집 올브래드에 먼저 들러서 아주 친절한 명장이 구워주신 신선한 호두 파이를 먹고, 돌아오는 길엔 광운대 앞으로 가서 그 옛날 1947 왕만두를 샀다. 정말로 이 만둣집은 74년이나 된 걸까. 경희대 앞에서도 보았는데, 대를 잇는 가업은 프랜차이즈로도 성공을 해낸 모양이다. 두 가게 다 맛있는 음식을 아들과도 먹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이지 한 입 베어 물면 머리 위로 포자가 터지고 불꽃놀이가 시작되는 맛! 자전거를 타고서 알게 된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맛집을 찾다 보면 배 고픈 줄 모르고 얼결에 자전거를 많이 타게 되는 것까지 좋았다. 맵쌀한 바람을 가르며 아들과 함께 신나게 헤매다 보니 2월 7일에 자전거 총 주행거리 900 킬로미터를 돌파했다! 이 날 맛집으로 가는 중랑천변에 얼음이 살살 녹으며 바야흐로 봄이 오려하고 있었고, 아직도 차가울 물에 하얀 새들이 발을 담그고 제 몸을 씻고 있었다.
아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 보는 그 모든 세상이 다 새로워 보였다. 세상은 그 자체로 '자연'이었다. 아들이 다 커서 어른이 되어도 엄마와 함께 자전거로 강변을 달렸던 이 기억이 고스란히 남아서 아들의 마음을 따스하게 지켜줄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