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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트랄 Oct 17. 2021

마흔여섯,   첨 배운 자전거로 세상을 누비다(8)

일 년 간 3000 킬로미터를 주행한 워킹맘의 경험담

(8) 날개 단 듯 자유롭게, 경기 북부 의정부 진출.


2020년 9월 30일에 자전거를 시작해서 2020년 마지막 날까지, 석 달 동안 총 95회 주행하였고, 총 642킬로미터를 탔다. 가장 멀리 간 구간은 집에서 마포구까지로 27킬로미터였다. 바람이 많이 불고 자전거가 무거웠던 탓에 22킬로 구간부터 체력이 슬슬 떨어져 가는 것을 느꼈었다. 그러나 그날 나는 장거리 주행의 가능성을 엿보았고, 30킬로미터 정도까지는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유난히 눈이 많이 내렸던 지난 겨울, 눈이 멈추는 날이면 잊지 않고 자전거를 타러 나갔다. 심지어 직장 방침을 따라 코로나 테스트를 하러 노원구청으로 갈 때에도, 간밤에 눈이 산더미 같이 내려서 양옆으로 병풍 같이 쌓아놓았던 중랑천 길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다녀왔다. 구청에 이르러 안내하시는 분에게 숨 차 하면서 "코로나 테스트하는 곳이 어디인가요?" 하고 물었더니 놀랍고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방향을 알려주신 적도 있었다. 아마 검사 결과에서 음성이 거의 확실시되는 사람으로 보였을 것이다. 자전거로 눈길을 헤치고 코로나 검사를 받으러 갔던 것은 자전거를 탈 수 있었기에 겪을 수 있었던 제법 독특한 경험이었다(커버 사진은 눈이 많이 내렸던 날 홍릉숲 정경).


그러던 어느 주말, 모처럼 자전거를 탈만한 날씨가 와서 놓치지 않겠다는 심정으로 비장하게 자전거에 올랐다. 딱 30킬로미터를 쉬지 않고 진행해 볼 생각이었다. 이 날의 핵심은 30킬로미터를 쉬지 않고 제 속도를 내면서 타 보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노원구에서 북쪽으로 방향을 잡아서 의정부 시로 갔고, 15킬로미터가 되는 구간에서 회귀했다. 무작정 가 보니 호암교까지 갈 수 있었고, 왕복 15킬로미터로 30킬로미터를 달리고 보니 총 1시간 50분이 소요됐다. 이 날 나갔던 103번째 주행에서 최장 거리 경신에 성공했다. 이 날은 21년 1월 23일로, 산이 푸르고 볕이 따사로운데 먼지도 없는 귀한 날에 어울리는 가치 있는 여가 활동이었다.



의정부로 30킬로미터 주행을 다녀온 뒤로 장거리 여행에 자신감이 붙었고, 더 멀리 가보고 싶은 열망이 생겼다. 그로부터 두 주 후에 다시 날씨가 적당하고 내 체력이 남아 있고 주말에 시간도 낼 수 있는, 삼 박자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기회가 다시 왔다! 그래서 나는 이번에는 의정부 부흥국수로 향했다. 


이곳은 오랜 페이스북 친구분이 권해 주셔서 간 곳으로 의정부 버스터미널 개울 건너 맞은편에 있는 백 년 맛집인데, 와서 보니 오가는 자전거 여행족들에게 익히 이름이 알려져 있는 곳인 듯했다. 막연하게 먼 거리를 달려서 오가는 것보다 목표 지점을 확실히 정하고 가니 주행 자체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았다. 게다가 목표물은 동네에 소문났다는 맛있는 비빔국수! 실컷 자전거를 타고난 후 얻을 전리품으로 아주 완벽한 것이었다.  



이 날 나는 혼자 부흥국수로 향해서 따뜻한 국수 하나와 비빔국수 하나를 포장해서 집으로 돌아갔다. 편도에 자전거로 70분 간 20킬로미터씩 달렸다. 식구들 먹일 생각에 돌아오는 길도 신나게 달려왔더니 총 40킬로미터에 2시간 20분이 걸려서 무난하게 귀가하였다. 나는 그렇게 국수에 대한 열망의 힘(!)으로 40 킬로미터의 기록을 세웠고, 이 기록은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지 일 년이 넘도록 여전히 내 자전거 역사에서 최장 기록으로 남아 있다.


이후 나는 한 번 더 부흥국수로 갔는데, 이때엔 남편과 함께 가서 아예 한 그릇씩 가게 앞에서 뜨끈하게 국물을 먹고 출발했다. 첫 번째 경험에서 국수를 먹고 와야 훨씬 더 맛있다는 것을 체감했기 때문이었다. 돌아갈 때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꼬마를 위해 한 그릇 포장하는 것도 물론 잊지 않았다. 먹고 출발해서인지 아니면 동반자가 있어서였는지, 두 번째 부흥국수 방문에서는 시간도 조금 더 단축해서 2시간 남짓해서 집으로 돌아오는 데에 성공했다.  


더 이상 최장 기록이 나오지 않았던 것이 조금 아쉽게 여겨지긴 한다. 이것은 아무래도 워킹맘인지라 장시간을 한꺼번에 자전거에 투자하는 어려워서이다. 적어도 두세 시간은 한꺼번에 자전거에 쏟아부을 있어야 기록을 내는 가능한데, 일도 하고 아들도 돌보고 하려면 아무래도 그렇게 통째로 시간을 내는 쉽지 않다. 뭔가 이벤트가 있지 않고서야, 가야 하는 목표물이 지정되지 않는 이상, 열망만 가지고 곳을 자전거로 찾아가는 것은 아무래도 쉽지 않았다. 


그래도 동안 3000킬로미터를 달릴 동안 기회가 아예 것은 아니라서, 나는 나중에 여의도로 출장을 때나 남대문에 있는 호텔에서 기다리는 가족에게로 가야 때 등 상황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한껏 장거리 주행의 기쁨을 누리곤 했었다. 아 참, 2021년 9월 30일에 자전거 주행 일 년 자축 기념으로 혼자서 뚝섬 한강시민공원까지 가서 햇빛으로 반짝이는 강물을 바라보며 즉석라면 한 그릇 먹고 돌아오기도 했었다. 자전거 운동의 매력은 이런 것이라서, 아무리 바쁜 일상 속에서도 한 시름 놓고 주행 자체에만 신경 쓰다 보면 어느새 아름다운 자연 속으로 성큼 한 발짝 발 들여놓게 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복잡한 머리는 정돈되고 부어 있던 다리는 튼튼해지니, 심신이 자연히 건강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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