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 간 3000 킬로미터를 주행한 워킹맘의 경험담
(10) 자전거 천 킬로미터의 기록
우여곡절 끝에 나는 21년 2월 21일에 천 킬로미터를 드디어 돌파했다! 통산 140번째 주행이었다. 20년 9월 30일부터 자전거를 탄 지 다섯 달을 일주일 남겨 놓은 시점이었다. 시간으로는 다섯 달이 좀 안 됐고, 총 140회 라이드를 나갔다. 추석 연휴에 시작했고, 눈이 많이 내리던 겨울을 통과하여 설날 연휴까지 끼어 있던 걸 생각하면, 그래도 준수하게 자전거를 꾸준히 탔다고 자평한다. 이 기간 동안 단일 최장주행거리는 의정부에 있는 부흥국수 집으로 갔던 40킬로미터로, 한 번은 혼자, 다른 한 번은 남편과 함께 주행했다.
천 킬로미터를 달리는 동안, 내 자전거 주행 장소와 패턴이 어느 정도 정해진 것 같았다. 일단 아침 출근과 저녁 퇴근이 합쳐서 기본 15킬로미터로 고정됐다. 아침에 회사로 갈 때는 우이천에서 중랑천을 돌아서 회기역을 통과해서 갔고, 저녁에 집에 갈 때는 정릉천에서 월계역을 나가서 석계역까지 일반도로 겸 자전거도로로 연결한 후 우이천으로 진입했다. 길의 고도를 생각해서 길이 낮아지는 방향으로 수월하게 탈 수 있게 길을 짜낸 것이었다. 첨엔 일절 못 올라갔던 오르막도 편하게 올라갈 수 있게 됐지만, 그래도 오르막에 기력을 너무 소진하기보다는 체력을 아껴서 오래 탈 궁리를 하는 게 필요했다.
점심때 별일 없다면 청계천 쪽으로 평균 16킬로미터를 달렸다. 청계천 양쪽 방향이 다 가능했는데, 서울숲 쪽으로 달리면 속도를 낼 수 있어서 좋았고, 동대문 쪽으로 달리면 시내 구경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서울에 살아도 서울이 그립다. 세운상가와 광장 시장, 방산 시장, 평화 시장, 이곳저곳이 다 새롭고 신기했다.
대부분 나는 혼자서 주행을 나갔는데, 함께 일하는 젊은 연구원들이 점심시간마다 훌쩍 나갔다가 혼자 상기돼서 신나게 돌아오는 나의 행선지를 궁금해하는 것 같아서 짧은 코스로 두어 번 데리고 나간 적도 있었다. 연구원들은 회사 앞에서 따릉이를 체크인하게 하고 외대 앞에 있는 서브웨이로 자전거를 타고 가서 홍릉숲으로 돌아와서 점심을 먹는 이벤트도 벌였다. 자전거로 가볍게 점심시간에 열량을 소모한 후 숲에서 소풍 온 듯 점심을 먹으니 다들 좋아했다. 조금만 생각을 전환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 좋아하는 곳까지 자전거로 타고 갔다가 포장을 해서 근처에 있는 숲이나 공원에서 점심을 먹는다면 아주 쾌적하고 소박한 이벤트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동대문에 있는 서브웨이에서 베지 샌드위치를 사서 먹기를 즐겼다. 마침 회사 근처에 서브웨이가 없는 관계로 핑계 김에 동대문까지 가서 샀다. 컨디션이 저조한 날은 황학동 이마트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커피와 샌드위치를 사 먹기도 했다. 사실 점심은 아무래도 좋았지만, 나는 목적이 있는 자전거 라이딩을 선호하는 편이었고, 그래서 뭔가 살 것, 볼 것, 먹을 것 등을 주행 목적지에다가 설계를 하길 좋아했다. 성취감을 자신에게 부여하는 것은 운동을 꾸준히 하는 데에 필요한 꽤 중요한 장치인 것 같다.
주말에는 가족들과 북카페나 경춘선 숲길 기차 공원, 중랑천, 꿈의 숲 등을 나가서 놀았다.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하는 레저 자전거로서의 성격이 강했다. 함께 타면서 같은 즐거움을 누리는 게 너무 좋았다. 뭔가 함께 할 일이 자연 속에서 활발하게 몸을 움직이는 것이니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그 외에 평소에 필라테스 등 운동을 가거나, 간단하게 시장을 보러 갈 때, 배달료를 내는 대신 내가 직접 음식을 가지러 갈 때 등에 조금씩 짧고 굵게 자전거를 탔다.
이렇게 꾸준히 자전거를 타 보니 크게 네 가지 장점이 있었다. 첫째는 교통비가 크게 절감됐다. 웬만하면 대중교통도, 자가용도 안 타고 자전거를 선택했다. 왕복 20킬로미터 이내에서 길이 험하지 않다면 자전거로 가곤 했다. 그러다 보니 1월 달만 해도 자차에 주유는 한 번 넣었고, 버스비는 1800원만 냈고, 택시는 한 번도 안 탔다. 정말 가계에 큰 보탬이 됐다고나 할까.
둘째로 운동량 확보를 들 수 있다. 따로 운동하지 않아도 될 만큼 유산소 운동을 충분히 할 수 있어 좋았다. 필라테스와 달리기를 조금 병행하는 걸로 운동량이 완전해졌다. 물론 헬스장에 갈 수 없어서 근육량을 추가로 생성할 수 없는 아쉬움은 있으나, 그래도 건강을 유지하는 데에 충분했다.
셋째로 공공교통수단을 이용하지 않아서 타인과의 접촉을 최소로 줄이고, 운동을 꾸준히 해서 면역력이 올라가는 덕분에 코로나 감염에 대한 위험이 현저히 낮아져서 그것도 좋았다.
끝으로 환경보호를 몸소 실천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내가 이동을 할 때마다 매연을 뿜어내지 않아도 좋다는 게 정말 좋았다. 산림자원학을 스무 살 때부터 해 온 사람이 매연이나 뿜으면서 다녀서야 되겠는가 말이다. 말로만 환경학자가 아니고 진짜 지행합일할 수 있어서 크게 기뻤다.
남산 유리창에 그려져 있는 세계 도시로 가는 거리를 생각해 보았다. 서울 남산에서 베이징까지 달린다면 952킬로미터를 가게 된다. 그보다도 더 달렸다니! 만일 부산을 기점으로 생각한다면, 부산에서 신의주까지 가면 852킬로미터, 여기서 중국 단둥으로 계속 달렸다고 가정하면 심양시 경계 정도에서 여행이 끝나게 된다. 정말로 통일이 된다면 꼭 한 번 자전거를 타고 개성, 평양, 신의주를 지나 대륙을 시원하게 달려보고 싶다!
나의 자전거 도전은 어쩌면 지금부터였고, 나는 더 먼 곳으로, 더 특별한 곳으로 자전거를 타러 가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5월이 왔을 때엔 여의도로 출장 가면서 타 보기도 했고, 8월에는 노원구에서 세종광장을 거쳐서 남대문까지 타고 가 본 적도 있었다. 그리고 같은 달에 춘천 의암호 30킬로미터를 가족과 함께 다 돌아본 것은 영원히 기억에 남을 것이다.
황홀한 경험들을 다 털어놓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뛴다. 나는 일 년 간 3천 킬로미터를 탄 이야기를 지금 하고 있고, 아직도 내겐 2천 킬로미터에 대한 이야기가 남았으니 말이다. 불현듯 이 이야기를 함께 나눌 데가 있으니 참 좋다는 생각이 든다. 함께 꿈꾸며 읽어주는 이들을 찾아서 참으로 고맙고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