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에게 가장 하고 싶은 말
분리수거장에서 담배 피우는데 간헐적으로 거슬리는 소음의 원인을 찾아보니 (누르스름한) 흰 비둘기 한 마리가 실외기 펜스에서 고착된 상태로 벗어나질 못하고 있었다.
그저 실외기 위만을 왔다 갔다 하며 종종 펜스에 몸을 낀 채 날개를 푸드덕거렸다. 관망하는 입장에선 방법을 바꾸면 간단히 벗어날 수 있음에도 똑같은 패턴으로 갇힌 모습이 우스꽝스럽기도, 안쓰럽기도 했다.
저 멀리 다른 비둘기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지만 이내 모두 떠났고, 까만 비둘기 두 마리만이 미동도 없이 제자리를 지켰다.
비둘기의 특성 따위 알지도 못하고 알고 싶지 않지만, 담배 두 개비를 피우는 동안에도 어쩔 줄 몰라하는 세 마리의 비둘기가 어쩐지 계속 눈에 밟혔다. 자리를 떠나기 전에 한 마디 툭 던졌다.
“아무도 못 도와줘. 네 스스로 나와야 해.”
사람이랬어도 어차피 못 알아듣(거나 안 받아들이)긴 마찬가지겠지만. 기실 내 심정을 가시화한 흰 비둘기가 아닌 나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