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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흰머리 소년 Oct 02. 2020

비행기, 왜 물을 갖고 타면 안돼요

물이 폭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구요?

[출처 : gettyimages ]

조금 잠잠해지나 싶었던 코로나는 한 달 가까이 천여 명이 넘는 확진자를 만들어 내면서 우리들 일상을 더욱 조심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가 없던 예년 같았으면 많은 사람들이 국내로 해외로 여름 휴가를 떠나곤 했을 겁니다. 하지만, 작년과 올해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일상생활마저 조심스럽다 보니 공항에서의 북적거림은 아득한 옛날얘기가 되어 버렸습니다. 공항은 설렘과 기대가 많은 곳입니다. 그 이유는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공항을 여행의 출발점으로 기억하기 때문인 듯합니다. 

하지만, 여행을 출발하기 전 공항에서의 기억을 떠올리다 보면 항상 설렘과 즐거움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가끔은 중요한 준비물을 깜빡하는 바람에 그야말로 ‘멘붕’이 되는 일도 있고, 까다로운 공항 보안검색이 여행 기분을 망치기도 합니다. 


공항 검색대의 긴 줄과 복잡한 검색과정은 늘 우리를 불편하게 합니다. 가방과 주머니를 탈탈 털어 보여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신발과 허리벨트까지 풀어야 하는 일도 있습니다. 기내 수하물과 위탁 수하물에 반입 가능한 물품도 우리를 헷갈리게 하곤 하지요.

어떤 물품은 기내 반입이 안 될 것 같아 위탁 수하물에 넣었다가 위탁 수하물 금지 품목이라고 해서 꽁꽁 싸맸던 여행 가방을 공항 바닥에서 발칵 뒤집기도 합니다. 반대로 어떤 물품은 기내 수하물에 넣었다가 기내 반입이 안 된다고 해서 버리지도 못하고 가져가지도 못하는 난처한 상황이 빚어지기도 하지요. 

저의 경우는 1회용 가스라이터와 보조 배터리가 늘 말썽이었습니다. 가스라이터는 기내에 가지고 타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에 위탁 수하물에 넣었다가 큼지막한 여행 가방 속에서 그걸 찾느라 한바탕 숨바꼭질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공항 직원에게 가스라이터를 위탁 수하물에 넣으면 안 되는 이유를 물어봤더니 비행기 화물실의 경우 기압과 온도변화가 크기 때문에 폭발 우려가 있어서 안 된다고 하더군요. 보조 배터리도 같은 이유로 안 된다고 했습니다. 그 설명을 듣고 난 이후에는 이 두 가지 물품은 더 이상 헷갈리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가 기내에 물을 가지고 탈 수 없다는 겁니다. 공항 직원의 설명으로는 물이 폭발물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1회용 가스라이터와 보조 배터리는 직원의 설명으로 이해가 됐는데, 물이 폭탄이 될 수 있다는 말은 잘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자료를 찾아보니 물이 기내 반입이 안 되는 정확한 이유는 물이 폭탄이 되는 것이 아니라, 물과 유사하게 생긴 액체가 폭탄의 재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겉으로만 봐서는 물과 그 액체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액체로 된 것은 무조건 기내 반입을 금지한다는 것입니다. 이 규정이 새로 생긴 것은 2006년 영국 공항에서 있었던 테러 음모가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테러범들은 영국에서 출발해 미국과 캐나다로 가는 7대의 비행기에 액체 폭탄을 설치하려고 계획했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영국 경찰에 의해 사전에 발각되는 바람에 테러는 실행에 옮겨지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폭발물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다이너마이트와 TNT와 같이 고체형태를 생각하지만, 반응성이 강한 액체를 혼합해서 만드는 액체형태의 폭탄도 가능합니다. 대표적인 것은 질산과 황산, 글리세린을 섞어 만든 니트로글리세린입니다. 니트로글리세린의 재료는 일상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만,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는 물질도 액체 폭탄의 재료가 되기도 합니다. 매니큐어를 지우는 아세톤, 소독제로 쓰이는 과산화수소수가 그것인데요, 2005년 영국 런던의 지하철 테러, 2015년 프랑스 파리의 연쇄 테러에 사용된 액체 폭탄 TATP(Triacetone triperoxide)가 바로 아세톤과 과산화수소수를 이용해 만든 것이었습니다. 이 액체 폭탄은 세계 테러범들이 자주 이용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재료를 구하기 쉽고 제조가 간단하면서도 강력한 폭발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액체형태이기 때문에 기존 폭발물 탐지장치로는 추적이 어려워 ‘사탄의 어머니’라는 악명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세계적인 코로나 확산으로 해외여행은 기억의 저편으로 아스라이 멀어졌고, 공항 검색대의 긴 줄과 복잡한 검색과정이 주던 불편함은 이젠 추억이 되어 버렸습니다. 지난해 1월에 시작한 코로나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렇게 오래 갈 줄은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일상 속의 소소한 행복은 평상시에는 느끼지 못하고 있다가 그것이 없어지고 나서야 우리는 그 소확행의 빈자리를 알 수 있나 봅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이름으로 사랑하는 가족과도 거리를 두어야 하는 현실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던 삶이 그립고, 매인 데 없는 마음으로 훌쩍 떠날 수 있는 여유가 몹시도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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