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m가 넘는 나무 꼭대기까지 물은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
세상에서 가장 키가 큰 나무는 몇 m나 될까요? 세상에서 가장 키가 큰 나무는 미국 캘리포니아 북쪽에 있는 레드우드 국립공원에 있는 하이페리온(Hyperion)이라는 이름을 가진 레드우드(미국 삼나무)로 높이는 120m 정도 됩니다. 건물 한 층의 높이를 3m로 기준할 경우 40층짜리 건물과 비슷한 높이입니다.
나무가 이렇게 높이 자라는 것은 광합성에 필요한 햇빛을 잘 받기 위해서인데요, 다른 나무들보다 키가 크면 햇빛을 받는 데 유리하지요. 그런데 나무의 키가 커지면 고려할 사항도 생깁니다. 바로 식물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물을 높은 나무꼭대기까지 어떻게 공급할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하이페리온은 수령이 800년 정도되는데 800년 동안 이렇게 높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물을 공급하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높은 나무의 꼭대기까지 물은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 고층 건물에 수돗물을 공급하기 위해 설치하는 고성능 펌프도 20층 이상의 높이까지 직접 올려 보내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런 동력도 사용하지 않는 나무는 어떻게 40층의 높이까지 물을 올려 보낼 수 있을까요?
높은 나무 꼭대기까지 물이 전달되는 원리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다음과 같은 몇 가지 가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즉, 뿌리에서 밀어올리는 뿌리압, 펌프의 원리로 나뭇잎에서 끌어당기는 힘, 그리고 줄기에서 물관을 타고 물이 올라가는 모세관 현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야 물이 올라갈 수 있습니다.
물이 올라가는 데 관여하는 현상을 하나씩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할까요? 먼저, 땅속에 있는 물을 뿌리로 빨아들이는 삼투현상입니다. 삼투현상에 의해 땅속에 있는 물이 나무의 뿌리로 이동하게 되면 뿌리압이라고 하는 뿌리 속의 물의 압력이 높아집니다. 뿌리에서 밀어올리는 이 압력으로 인해 물은 줄기를 타고 서서히 위쪽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나무의 뿌리압은 수종과 계절에 따라 다양하지만, 몇 미터에 달하는 높이까지 물을 밀어올릴 수 있다고 합니다.
뿌리에서 나무 꼭대기로 물을 밀어 올리는 힘이 뿌리압이었다고 하면 나무 꼭대기에서 물을 끌어당기는 힘도 있습니다. 바로 흡인력입니다. 광합성을 통해 나뭇잎 뒷면의 기공을 통해 수증기를 내보내면 물을 공급하는 물관 내부는 압력이 낮아지고, 물관 내부의 낮아진 압력은 흡인력을 나타내 아래쪽에 있는 물을 끌어 올리게 됩니다. 마치 빨대로 물을 빨아올리는 원리와 같습니다. 나무에 잎이 무성해 광합성이 활발하게 되면 기공을 통해 내보내는 물의 양이 증가하고 결국은 물을 빨아올리는 힘도 커집니다. 이 흡인력은 나무꼭대기까지 물이 올라가는데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힘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물을 밀어 올리는 뿌리압과 위에서 끌어당기는 흡인력 외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로 모세관 현상입니다. 물이 줄기에 있는 물관을 타고 위로 올라가는 현상을 말하는 것이죠. 물은 다른 물질에 달라붙는 부착력과 같은 물 분자끼리 잡아당기는 응집력이 매우 강한 물질입니다. 선두에 있는 물분자가 부착력을 발휘해 물관을 타고 올라가기 시작하면 나머지 물분자들이 응집력을 발휘해 선두를 따라가는 형태가 되는 것이죠.
100m가 넘는 높이의 나무 꼭대기까지 물이 올라갈 수 있는 이유를 삼투현상에 의한 뿌리압, 증산작용에 의한 흡인력, 그리고 모세관 현상 등으로 설명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것만으로는 높은 나무 꼭대기까지 물이 올라가는 것을 정확하게 설명해주지는 못합니다.
나뭇잎의 증산작용에 의해 물관의 낮아진 압력이 빨대의 원리로 물을 끌어 올리는 흡인력이 가장 큰 동력이라고 했지만, 이른 봄에 나뭇잎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도 나무꼭대기에 물이 공급되는 것을 설명하지는 못합니다. 한여름에 잎이 무성하고 증산작용이 활발할 때에도 수십 미터 높이의 나무에 물이 공급되는 것을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빨대의 원리로 물을 끌어 올릴 수 있는 높이는 10m 채 되지 않거든요. 이것은 대기압이 밀어 올릴 수 있는 한계가 10m 내외이기 때문인데요, 이 때문에 아무리 성능 좋은 펌프도 10m 이상의 높이로는 물을 끌어올리지 못합니다.
흡인력 다음으로 중요한 힘은 뿌리압인데, 뿌리압 역시 밀어 올릴 수 있는 물의 최대 높이가 수 미터 밖에는 되지 않습니다. 물관에서의 모세관 현상으로 올라갈 수 있는 물의 높이는 수 센티미터 불과합니다.
자연현상을 과학으로 명쾌하게 설명하기란 참 쉽지 않습니다. 높은 나무꼭대기에까지 물이 어떻게 올라가는지에 대한 질문도 마찬가지입니다. 질문은 간단해 보였지만 막상 과학으로 설명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우리는 인공지능이 사람보다 바둑도 잘 두고 운전도 잘하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자연은 여전히 우리에게 신비함 그 자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