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흰머리 소년 Oct 19. 2020

어디에도 근거 없는 하루 2L 물 마시기

정설처럼 알려져 있는 하루 2L 물 마시기, 필요한 걸까?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에 따르면 성인이 하루에 마셔야 할 적정한 물의 양은 2L 또는 8잔 정도입니다. 우리 몸은 ⅔ 정도가 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서 물은 없어서는 안될 필수적인 존재죠. 물은 우리 몸 속의 노폐물을 배출시켜 주고, 몸의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해 주며, 혈액순환을 통해 온 몸에 영양분을 공급하고, 노폐물을 실어나르는 등 너무나 많은 일을 합니다. 우리 몸의 전체 수분 중에서 1~2% 정도가 부족하면 갈증을 느끼고, 5% 정도가 부족하면 혼수상태에 빠지며, 10% 이상 손실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 이걸, 매일 마셔야 한다고? ]



우리는 하루에 2L 이상의 물을 마셔야 하는 것을 정설로 알고 있지만, 하루에 물을 얼마나 마셔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습니다. 하루에 2L 이상을 마셔야 한다는 주장과, 음식물을 통해 물을 흡수하기 때문에 목이 마르지 않으면 굳이 물을 마실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 그것이죠.      


성인 남자(70kg)를 기준할 때, 하루에 몸 밖으로 내보내는 물의 양은 소변 1.6L, 대변 0.2L, 그리고 호흡과 피부를 통해 0.7L로 총 2.5L 정도 됩니다. 그런데, 이 양은 70kg의 체중을 가진 성인 남성을 기준한 것이기 때문에 체중과 신진대사에 따라 필요한 물의 양도 달라집니다. 그래서 대개 몸무게의 3.3%에 해당하는 양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인데요, 이 기준에 따라 여성은 하루에 2.0L, 남성은 2.5L 정도의 물이 필요하다는 기준이 제시된 것이죠.     

그렇다면 우리는 식사와 음료를 통해 어느 정도의 물을 마실까요?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성인은 음식물로 0.7L, 음료로 0.4L, 그리고 일상생활 중에 마시는 맹물로 1.3L을 섭취하여 총 2.4L의 물을 흡수한다고 합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우리가 밥 잘 먹고, 규칙적인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면 건강을 위해서 추가로 맹물을 마실 필요는 없다는 얘기가 됩니다.     


정리해 보면 우리 몸은 하루에 2~2.5L의 물을 필요로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말이 하루에 2~2.5L의 생수를 마셔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음식물과 음료 등을 통해 그 양의 대부분을 섭취하기 때문이죠. 우리에게 정설처럼 알려져 있었던 하루 물 2L, 또는 8컵의 물을 마셔야 한다는 것은 근거 없는 낭설에 불과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정설처럼 알려져 있었던 하루 물 2.5L, 또는 8컵의 물을 마셔야 한다는 사실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요? 정말 잘못된 주장일까요?     

하루 물 섭취량 2.5L, 또는 8컵의 물 마시기에 대한 자료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1945년에 발표되었던 한 자료에 도달하게 됩니다. 미국국립과학원(National Academy of Sciences)의 식품영양위원회에서 발표한 자료인데, 해당 자료에는 성인에게 매일 필요한 물의 양은 2.5L라고 적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양의 대부분은 일상적인 음식에 포함되어 있다고 적고 있습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성인이 하루에 2.5L의 물을 필요로 하는 것은 맞지만, 그것은 우리가 먹는 음식물 속에 포함되어 있다는 겁니다. 하루에 2.5L의 맹물을 마셔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었지요. 하지만, 이 자료가 일반인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누군가의 고의였는지, 아니면 실수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2.5L의 물이 필요하다는 첫번째 문장만 전달되고, 바로 뒤에 있는 문장인 그 물이 음식물에 포함되어 있다는 내용은 빠져 버렸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하루에 2.5L의 물을 마셔야 한다는 이 낭설은 미국과 유럽에서도 오랫동안 정설처럼 믿어져 왔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뉴욕타임즈, 영국의 BBC와 같은 쟁쟁한 방송사가 이 근거없는 속설을 믿지 말라는 특집기사를 내보낼 정도였으니까요.     


8잔의 물에 대한 최초의 근거는 1974년에 발간된 『Nutrition for Good Health(좋은 건강을 위한 영양)』이라는 책이 유력합니다. 이 책에는 성인을 기준으로 할 때 24시간 동안 6~8잔의 물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그리고 그 물은 커피, 차, 우유, 맥주 등에 들어 있고, 과일과 야채는 훌륭한 물 공급원이라는 내용도 쓰여 있습니다. 이 자료에도 성인에게 하루 6~8잔의 물이 필요하다는 내용은 있지만, 그것이 6~8잔의 생수를 마셔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이 자료가 전달되는 과정에서도 6~8잔의 물이 필요하다는 내용만 전달되고, 그 물이 음료와 과일, 채소에 들어 있다는 얘기는 빠진 것이죠.     


물 마시는 것과 관련된 또 다른 속설은 목 마르기 전에 미리 물을 마셔야 한다는 것인데요, 문가의 조언에 따르면 목 마르기 전에 물을 마셔야 한다는 이 주장도 근거가 없다고 합니다. 따라서, 물을 마시기에 적절한 때는 목이 마르다고 느꼈을 때라고 조언합니다.      

이전 07화 비행기, 왜 물을 갖고 타면 안돼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