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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쥐새댁 Sep 06. 2020

신혼집 첫 매도 계약에서 놓친 것들

4년 동안 살았던 정들었던 신혼집을 뒤로하고 우리 부부는 이사를 결심했다.

아직도 기억나는 건 주례 선생님이 남편의 결혼 다짐을 미리 물었는데

'4년에 지하철 2개 역씩 안쪽으로 가기' 였다고 했다.


앞선 글에도 밝혔듯 우리 부부는 부동산, 아니 집에 관심이 많았다.

자산 증식의 수단-이라는 거창한 의미는 없었고

우리가 살 집이 좀 더 편한 출퇴근 거리에, 좀 더 좋은 환경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정도였다.


요즘은 부동산 광풍 탓에 너도 나도 부동산에 관심이 많은 시기인 걸 잘 안다.

우리 부부는 전문가가 아니어서 많이 오를 집, 돈을 불릴 수 있는 방법은 잘 모른다.

하지만 결혼하고 난 뒤에도 특정 동네에 이사 가고 싶다는 생각을 꾸준히 하면서

'임장 데이트'를 즐겼던 것 같다. 부동산 광풍이 불기 전에도 말이다.

그래서 다른 건 몰라도 그 동네 집집마다 어떤 특징이 있는지 정도는

실거주 측면에서 잘 파악하고 있다고 여겼다.

사실 집을 옮길 타이밍을 잡기는 쉽지 않았다.

우리는 실거주 1채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전세 만기의 이슈가 없었고

아직 아이도 없어서 학군지에 대한 수요도 없었다.

직장도 그대로 여의도에 있었기 때문에 어떤 타이밍에 어떻게 옮겨야 할지

그걸 잡는 게 어려웠다.


하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그 뒤로도 집값은 잡히지 않았고

우리는 실거주 1채로 가려는 것뿐인데도 더 머뭇거리다가는 이사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타이밍만 재던 찰나에

남편 친구가 2번의 전세 계약 갱신 끝에 집을 마련했다고 연락을 해 왔다.


'우리도 옮길까?'

막연하게 생각했던 일이었는데 남편은 그 날로 매수했을 때 당시 부동산에 전화를 걸어

집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마침 내가 하던 프로젝트가 마무리 단계여서, 아주 바쁜 타이밍이어서

"오빠가 알아서 해줘"라며 나는 관여하지 못했는데

어차피 집을 내놔도 천천히 팔리겠거니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집을 내놓은 그날 저녁 "내일(토요일) 집을 보러 가도 되겠냐"는 연락이 왔다.

아직 아무런 준비도 못했는데.

부랴부랴 청소 앱 이모님을 불러 청소를 하고 퇴근 뒤 새벽까지 정리를 했다.

나는 또 주말 근무까지 겹쳐서 집을 비웠고 남편 혼자 부동산 사장님과 집을 보러 온 분들을 맞았다.

부랴부랴 청소를 마쳤던 깨끗한 집 모습

집을 보러 온 분들은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혼부부와 친정아버지라고 했다.

지방에 전세로 살다가 

서울로 오게 돼 집을 구하는데

수리할 시간이 없어서 인테리어가 된 집을 찾고 있다고 했다.

처음 집을 보여준 날이어서 그 부부의 반응은 어땠는지, 뭐라고 말을 했는지

궁금해서 회사 일이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마음에 드는 것 같았고 인테리어 브랜드를 하나하나 다 봤다고 했다. (싱크대 브랜드, 인덕션 브랜드, 붙박이 브랜드 등)


오후 1시에 집을 보고 갔는데

5시쯤 부동산에서 전화가 왔다.

"계약하고 싶다"는 거였다.


정들었던 집을 내놓은 지 

이틀 만에 판다고 생각하니까

갑자기 헷갈렸다. 결국 다음날 오전까지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그제야 양가 부모님들께 

'집을 내놨다'라고 말씀드리니

다들 황당해하셨다. 한두 푼 거래가 아닌데 성급했다고. 그렇지만 우리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해주셨다. 왜냐면 자금 마련은 우리가 알아서 해야 할 일이기에.

매수 희망자가 나타날 때 파는 것도 인연이라며.


다음날 오전, 우리가 팔겠다는 의사를 전달하자

이때부터 미묘한 신경전이 시작됐다.


우리는 급하게 팔 생각이 없어서

최종 실거래가보다 약간 높은 금액에 내놓았는데(인테리어 비용도 고려했다)

깎아서 실거래가 수준으로 맞춰달라는 거였다.

죄송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했고

매수자 쪽에서도 가격을 그대로 하겠다면서

지방에 내려가지 않고 계약서를 쓸 때까지 기다린다고 했다.

(매도자 우위인 타이밍이었나 보다...)


다음날 계약서를 쓰러 부동산에 갔다.

우리가 '팔자'고 결심하고 집을 내놓은 지 3일 만의 일이었다.

큰돈 거래에 '이게 맞나' 싶은 생각이 불쑥불쑥 들긴 했지만

늘 그래 왔듯이 남편을 믿었다.


이때부터 초보 매도자의 실수가 나오는데

비슷한 상황이신 분들은 꼭 주의해서 거래하길 바란다


인터넷에서 '부동산 거래 시 주의사항' 같은 것들은 숙지하고

부모님들, 주변 친구들한테도 여러 말을 들었다.

우리는 모든 순간을 녹음했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부동산 사장님께도 '계약에 서툰 부분이 있을 수 있으니 체크해달라'라고

여러 차례 부탁을 드렸다.


매수자 측 부동산에서 먼저 말을 꺼냈다.

"빨리 들어왔으면 좋겠는데".

이때가 1차 난관이었다.

잔금 일정은 우리가 옮겨야 할 집을

구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해야 했기 때문에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다만 집에 들어와야 할 매수인이 최대 두 달, 빠르면 그 이전에 들어오고 싶다고 했다.

보통 2~3개월의 잔금 일정을 맞춘다고 하기에

우리는 OK를 했다. (추후 집을 구할 때 2개월은 촉박해 입주 시기가 맞지 않는 집이 한 곳 있었다)


두 번째 난관은 "블라인드를 놓고 가라"는 것.

뭘 놓고 뭘 갖고 가야 하는지 

생각을 전혀 못한 것이다.

매도자(우리)측 부동산 사장님도 계셨는데

이상하게 계약 과정은 매수자(강한 남자 사장님)측 부동산 주도로 흘러갔다.

우린 곤란할 때마다 

우리 측 부동산 사장님을 쳐다봤는데

"이사 갈 집 사이즈에 안 맞을 수 있으니 놓고 가라"라고 했다.

맞는 말이었다. 그래서 흔쾌히 놓고 간다고 말씀드렸다. (안쪽 복도 창문까지 블라인드만 가격이 꽤 나갔었다)


중도금 비율과 잔금 일자가 가장 중요한 일이지만

여기서 내가 실수한 것이 하나 있었다.

1) 어떤 건 가져가야 하는지 계약을 할 때 미리 합의하지 않은 것

2) 부동산 요율을 미리 합의하지 않은 것


이 두 가지 때문에 나는 2개월 내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게 되었다.

가장 큰 건 바로 인덕션이었다.

나는 인테리어를 하면서 독일 지멘스의 반프 리존 빌트인 인덕션을

어렵게 구매해 설치했다.

이 인덕션의 가격은 당시 300만 원에 달했는데...(백화점 가격은 더 비싸다)

인덕션은 고가의 가전제품이기 때문에 당연히 들고 가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중에 통화에서 부동산 사장님은 "두고 가는 것"이라고 했다.

매도 계약서에 '현 시설 상태에서의 매매계약'이라는 조항 때문에 인덕션까지 포함해서 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놓고 가게 된 인덕션이다ㅠㅠ 기스 하나 없이 아껴 썼는데...
이사간 집에 새로 사서 설치한 인덕션


황당했다. 주변에 아는 변호사에게도 물어봤는데

다 "떼 가도 된다"라고 했다.

그런데 부동산 사장님은 내게 "분쟁이 생길 수 있으니 놓고 가라"라고 했고

그럼 나는 인덕션은 가져가고 대신 새 쿡탑을 설치해주고 가겠다고 했다.

부동산 사장님이 다시 매수인에게 의사를 물어봤고 당연히 인덕션이 더 좋으니

인덕션을 두고 가라고 했다는 거다.


여기서 내가 화가 난 포인트는

서로 협의해서 좋은 마음으로 놓고 갈 수 있었는데,

내게 "욕심이 많으시네요"라고 말했다는 것.

또 하나는 "남편분이 가져가라고 하셨다"라고 거짓말을 했다는 것.

내가 집을 비운 채로 남편이 집을 보여주던 날, 신혼부부가 '사진 찍어도 되냐'는 말에

남편이 흔쾌히 사진을 찍으라고 했고

그 사진이 현 시설물 기준이 된다는 것이었다.

호의로 베푼 일을 갖고 남편을 몰아세우니 남편이 내게 너무 미안해했다.

착한 남편은 "신혼부부 처음 시작하는데 좋은 마음으로 두고 가 주자"라고 했다.

그래서 남편 때문 에라도 더 이상 미련두지 않겠다고 생각했지만 똑같은 인덕션을

주문할 때는 정말 마음이 너무 속상했다.

차라리 집값을 깎아주면 서로 기분이나 좋았을 것을.


두 번째 부동산 요율도 문제였다.

갑자기 매매계약서를 쓰게 되면서 부동산 요율을

미리 협의해야 하는 줄 몰랐다.

당연히 계약서에는 최대 요율로 표시돼있었다.


잔금을 치르던 날,

부동산 사장님께

처음 매도하는 계약이라 잘 부탁드린다고 했는데도

인덕션 일도 미리 계약서 쓰기 전 고지해주지 않아서

서운했다고, 복비를 조금 깎아주실 수 없겠냐고 사정해서

조금 깎아주셨는데 미리 얘기했으면 더 좋았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다음번 계약을 위해 배운 매도 계약 팁

-가져가야 할 고가의 가전이나 인테리어 소품 등은 계약서 작성 시 미리 고지한다

-부동산 요율은 부동산 매물을 보러 다니기 전, 집을 내놓기 전 협의한다

-중도금 비율은 양측 협의를 통해 최대한 높게, 잔금 일정은 매수 일정을 보면서 조정한다


문제는 매수 시에도 서툴렀던 실수들이 나온다는 점이다.

다음 편 글에서 매수 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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