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베리 따러 와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다

by 김작가입니다

월요일쯤인가 이모에게서 전화가 왔다.


"블루베리 따러 와."


전원주택에 살고 있는 이모와 이모부는 손이 바지런하여 이것저것 많이 키우고 있다. 블루베리, 오디, 무화과, 매실, 살구, 감, 키위 등 과실나무도 한가득 있고 텃밭에는 상추, 파, 가지, 당근, 고추 등의 야채들을 마트에 가지 않아도 될 만큼 키우고 있다. 이모부는 퇴직 후 일찌감치 조경사 자격증을 따셔서 정원의 나무와 잔디들은 모두 이모부의 손에서 정돈이 된다. 집이 마을 입구 제일 앞에 있는 덕에 누릴 수 있는 공간들이 많았고 이모와 이모부는 어느 공간 하나 허투루 사용하지 않고 알뜰살뜰 무언가를 키워내고 계신다.


집 가까이에 왕복 4차선 도로가 가까이 있고 큰 차들이 많이 다니는 길목이긴 하지만 교통량이 많은 편이 아니라 자동차 소리마저도 소음보다는 기분 좋은 배경음악으로 들릴 때가 있다. 바람 속에 찬 기운이 가시고 여름이 올쯤 테라스에 앉아있으면 자동차 소리, 바람과 나무가 만나는 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모빌 소리가 합쳐져 멍타임을 가지게 하는 기분 소리를 만들어 낸다. 이모집에 도착해서 차에서 내리면 가는 동안 머릿속에 가지고 있는 무거운 생각들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마법이 일어나는 것만 같다.


블루베리를 따러 오라는 말에 수요일 오전에 여유가 되어 냉큼 갔지만 아직은 좀 더 영글어야 했다. 블루베리는 토요일에 오전에 따기로 하고 덕분에 이모와 오랜만에 수다를 한참 떨고는 텃밭에 이쁘게 자라 있는 상추와 양파와 마늘도 한아름 안고서 왔다. 토요일 오전 부지런을 떨어봐야겠다 싶은데 비 소식이 들린다. 부슬부슬 거리는 비에는 문제는 없을 거 같아 일단은 길을 나섰는데 가는 동안 억수같이 오는 바람에 차를 돌렸다.


"오후에는 비가 안 온다니깐 저녁에 퇴근하고 와."


조금 늦은 퇴근을 하고선 부랴부랴 이모집으로 향했다. 다행히 비는 오후에 완전히 그쳤다. 비 온 뒤라 하늘은 아주 예쁜 파란색을 하고 있었고, 산들은 아주 초록초록했다. 기분 좋은 색깔이다. 오후 내 살짝 새침해져 있던 마음이 덕분에 풀리는 듯했다. 도착하니 그림을 그리고 있던 이모가 반겨주었다.


"저녁에는 모기가 있으니깐 팔 토시하고 따야 해."


이모와 각각 바구니 하나씩 들고 블루베리를 따기 시작했다. 열 그루 정도 되는 블루베리 나무 곳곳에 열매가 아주 잘 익어있다. 잘 익은 열매들을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로 숨은 그림 찾기 하듯 찾아서 땄다. 그러는 동안 팔에는 토시를 한 덕분에 모기로부터 지켜졌지만 미처 방어하지 못한 발목에는 벌써 몇 방을 물리는 듯하다.


"비 온 뒤라서 바로 먹어도 돼. 먹어가면 따."


바로 따 먹는 열매만큼 싱싱하고 맛있는 것이 없다.


"거름도 한가득 주고 물도 많이 주고 정성으로 사랑 듬뿍 담아서 키운 것들이야. 이렇게 잘 큰 열매를 볼 때면 나는 기분이 너무 좋아."


이모의 행복함을 고스란히 전해받으면서 블루베리를 따고 있자니, 이렇게 살았으면 좋겠다 싶다. 몇 년 전 코로나에 걸렸을 때 이모집에서 격리를 했었다. 간간이 마당으로 나와 잔디에 물을 주기도 하고 열매를 따고 쭈그리고 앉아 기계가 닿지 못한 곳의 잔디를 깎기도 했다. 그때의 기억이 참 좋다. 정확히 어떤 포인트인지 모르겠지만 그냥 블루베리를 따고 있는, 그러면서 이모와 소소한 대화를 나누고, 바람에 흔들거리는 모빌 소리가 들리고, 상추가 얼마큼 자랐나 어느 녀석을 따야 하나 살펴보는, 그러다 글을 적고, 그림을 그리고 해가 지는 것을 보는 그런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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