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망과 원망 사이

은중과 상연

by 김작가입니다

(드라마에 대한 스포일러가 일부 담겨있음)


넷플릭스에 오픈된 드라마 '은중과 상연'을 정주행 하게 된 것은 '선망과 원망 사이의 인간관계'라는 M언니의 얘기 때문이다. 선망, 부러워하여 바라는 것과 원망, 못마땅하게 여기어 탓하거나 불평을 품고 미워하는 것이 관계 속에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 매 순간 서로를 동경하고 부러워하지만 또 관계를 끊어버릴 정도로 질투하고 미워하는 두 친구의 이야기가 드라마 속에 담겨있다.


국민학교 4학년, 상연이 은중의 반으로 전학 오면서 두 사람의 만남은 시작된다. 은중은 어린 시절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우유 배달을 하는 엄마와 단 둘이 화장실이 밖에 있는 단칸방에서 살고 있고, 상연은 이제 막 지어진 아파트에서 사업을 하는 아버지와 교사인 어머니, 오빠와 살고 있다. 둘 사이의 부러움은 상연을 향한 은중의 마음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알고 보니 엄마를 따라 입주청소를 갔다 부러움을 한껏 안고 온 집이 상연의 집이었고, 알고 보니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선생님이 상연의 엄마였다. 반에서 일등을 하고 이쁜 옷을 입고 다니는 상연이는 은중이 무엇을 해도 절대 이길 수 없는 대상이었다. 반대로 상연에게 은중은 어떤 존재였을까? 딸에게 따뜻한 엄마가 있고, 주변에는 늘 친구가 많은 건강하고 밝아 보이는 아이였고 상연은 그런 은중이 늘 부러웠다. 오빠도 자신에게는 무뚝뚝한데 은중에게는 말도 먼저 하고 다정하게 웃어주는 모습을 보며 다른 면에서 상연은 자신인 멀해도 은중을 절대 이길 수 없는 대상이라고 여겼고 그것은 상연이에게 가시가 되었다.


선망과 원망을 오가는 둘의 관계는 국민학교를 넘어 중학교까지 지속되었다. 둘도 없는 친구로 지내나 싶다가 갈등이 생기고, 또 풀어지고, 갈등이 생기는 것이 반복되다 상연이 말도 없이 이사를 가버리면서 둘의 관계를 끝나는 듯 보였다. 그리곤 둘은 대학생이 되어 학교 사진 동아리에서 일 년 선후배 관계로 다시 만나게 된다. 알고 보니 상연은 집이 폭싹 망하면서 도망치듯 말도 없이 이사를 가야 했고 고등학교 내내 히키코모리 같은 생활을 하다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온 것이다. 대학생이 되어 다시 만난 은중과 상연의 환경을 뒤바뀌었다. 은중의 엄마는 우유 배달을 하다 분식집을 거쳐 떡집을 운영하면서 집도 반지하방에서 작은 아파트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반대로 상연은 화장실이 밖에 있는 단칸방에서 혼자서 살고 있었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어린 시절 유복하고 늘 예쁜 옷차림을 하던 상연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또다시 상연의 일방적인 단절로 인해 관계가 다시 깨지고 몇 년이 지난 후 둘은 우연히 직장에서 조우하게 된다. 은중은 어린 시절에는 공부로 성인이 되어서는 일적인 능력에서 여전히 상연을 이길 수 없음을 느끼고, 상연은 관계적인 부분에서 여전히 은중을 이길 수 없음에 많은 순간 절망감을 느끼게 된다. 은중과 상연은 깨어짐과 회복을 끊임없이 반복하다 마지막엔 은중이 상연이의 마지막을 함께 하면서 끝이 난다. 그 과정에서 어린 시절의 상처, 조력사망 등 더 많은 인간의 이야기를 드라마는 담고 있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사람들 속에서 일어나는 감정과 공감, 숱한 생각이 이어졌다.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것이 다인줄 알고 살아가고, 서로 간의 비교는 끝없이 이어지며 간혹은 세상에서 내가 가장 불쌍하고, 상대는 모든 것을 가졌을 거라고 믿고서 살아간다. 식상한 표현이기는 하지만 물 밑에서 열심히 움직이는 백조의 발은 보지 않는다. 가장 미련한 것이 현재의 행복을 누리지 못하는 것이고 남과 비교하여 내 불행을 확인하거나 내 행복을 찾는 것이라고 했다. 그 미련한 짓을 까먹지도 않고 매 순간 반복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화장실이 없는 단칸방에 살고 있는 상연의 모습을 보면서 그게 무엇이든 영원한 것은 없고, 우리의 삶은 그 누구도 자신할 수 없고 확신할 수 없는 곳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당연한 이치도 새삼스레 발견했다. 반전은 언제든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모든 흘러감은 우연인 듯 혹은 어쩔 수 없이 일어난 듯싶지만 어쩌면 필연적이고 아주 계획적으로 내 삶에서 일어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것이 누구의 계획이건 말이다. 그 치밀한 계획을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이라면 무엇을 해야 할까? 상연이처럼 과거의 상처에 나를 가둬놓고선 행복을 놓치면서 살지 않는 것이다. 과거에 내가 가지지 못한 행복을 곱씹지 않고 아직 오지 않은 불행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지금 눈앞에 있는 일과 감정에 최선을 다하고 어느 작가의 말처럼 지금 당장 행복해지는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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