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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땡요일 Sep 02. 2022

순수함으로부터 위로받다.

지역아동센터에 근무하는 기간 동안 아이들에게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많다. “선생님은 대학생인데 왜 우리를 가르쳐요?” 라며 말이다.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나도 굉장히 어색했다. 어제까지 대학생이었던 내가 갑자기 지역아동센터에서 선생님으로 근무하게 될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다. 당장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앉아서 수업을 들었는데 이제 앉아있는 애들을 가르쳐야 하는 게 정말 아이러니했다. 나도 잘 모르는데 심지어 내 전공은 교육과 관련된 게 아닌데 내가 잘 가르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계속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은 정말 어려웠다. 나는 문제를 푸는 법은 알았지만 설명하는 법은 전혀 알지 못했다. 그리고 아이들의 시선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일은 정말 사람을 난감하게 한다. 대학생이었던 나는 1+1=2라는 것에 의문을 품지 않고 당연하게 이해할 수 있었지만 그런 문제를 접한 초등생에게는 당장 지구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였다. 정말 모르기에 선생님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인데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나는 ‘그걸 왜 모르는 거지?’라는 생각에 애들을 혼내기도 했다. 당연하게 모른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던 과거가 부끄럽다. 내가 교수님 수업을 들을 때 이해하지 못하고 질문한다고 가정했을 때 교수님이 나를 혼내지 않고 친절하게 알려주는 것처럼 아이들의 질문에도 이해할 수 있게끔 대답해야 했었다.



시간이 흘러 배우기만 했던 내가 가르치는 거에 조금 익숙해지니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게 하나 둘 더 생겼다. 공부가 아닌 앞으로 살아가면서 꼭 배워야 할 매너라던지 내가 경험했던 재미있는 경험들이나 꼭 알려주고 싶은 경험들 말이다. 실내에서 지켜야 할 매너 라던지 내적인 흥을 잠시 주체하는 법 이라던지 등 하원 시 인사 같은 매너 같은걸 알려줘야 할 것 같았다. 돌봄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이라서 그런지 잘 모르는 아이들도 많아서 꼭 알려주고 싶었다. 내가 그랬듯 아이들도 앞으로 살아갈 세상에 장애물이 많을 텐데 그 장애물이 매너같이 기본적이면서 사소한 것들이 아니었으면 하는 마음에 뭐가되었든 더 알려주고 싶었다.


내가 배우고 경험한 걸 가르친다기보다는 이야기하듯 알려주니 뭔가 정말 선생님이 된 거 같아 기분이 이상했다. 또 재밌는 이야기나 관심 있는 부분을 알려주면 집중해서 듣는 모습이 아이들은 꼭 부모님이 아니더라도 근처에 있는 어른들이 세상을 보는 창문이구나 싶었다. 나의 이야기로 세상을 함부로 판단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들기도 했다. 그래도 알려주는 것이 아이들과 더 친해질 수 있고 내가 가르치고 싶은 것들에 타당성을 부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선생님과 학생의 관계이다 보니 말이 안 통하는 순간도 있었지만 같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때 공감받고 공감해주며 친밀감도 쌓이고 위로를 받을때도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내가 아이들에게 알려준 것도 많지만 아이들을 통해 내가 얻어간 것이 더 많은 것 같다. 순수함이라던가 에너지 같은 것 말이다. 절대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겨준 아이들에게 너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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