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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땡요일 Sep 21. 2022

곤충, 알고 싶지만 두려운 세계

“이동할 수 없는 식물, 그래서 식물은 짝짓기를 위해 동물을 이용합니다. 무언가가 땅속에서 나옵니다. 이 곤충은 생에 처음으로 땅속에서 나오는 중이죠. 이 암컷 벌은 날개가 없습니다. 그리고 아무것도 먹지 못한 상태이죠. (중략) 그래서 암벌은 지체 없이 목표를 향해 가야 합니다.”


가끔 유튜브로 즐겨보는 곤충 자연 다큐멘터리 중 시작 멘트이다. 나는 곤충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즐겨보는 편이다. 내가 모르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나를 다큐멘터리의 세계로 이끈다. 전문적인 내레이션을 들으면서 영상을 시청하다 보면 어느 센가 집중해서 보고 있고 그 세계에 대한 궁금증과 배울 점이 한두 개씩 생긴다. 예를 들면 매일 열심히 자기의 밥벌이를 하기 위해 매시간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처럼 말이다.


나는 특히 개미와 벌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더 좋아하는 편이다. 그들의 세상은 나에겐 너무 신기한 것투성이다. 그들이 생존해 나가는 방식들 (침략, 기생, 건설, 흡수 등) 은 그들의 역사이기도 한 점이 너무 신기하고 특히 벌과 개미의 조직 능력이 정말 신기하다. 내분 없이 오직 생존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한 방향을 바라보며 협력할 수 있다는 사실이 나에겐 정말 매력적인 곤충이라고 느껴졌다. 비록 실제로 맞닥뜨리면 굉장한 공포의 대상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나는 곤충을 굉장히 싫어한다. 괴상하게 생긴 팔다리와 몸, 금방이라도 나에게 달려들 것 같은 날개, 어딜 보는지 알 수 없는 눈과 더듬이. 생긴 것뿐 아니라 그들은 살아남기 위해 하는 그 행동들이 나에겐 너무 소름 돋고 공포로 다가온다. 특히 날아다니는 곤충들 말이다. 여름이라는 계절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그림들에서 빠지지 않는 나비조차 나에게는 날아다닌다는 이유로 싫어하는 대상이 된다.


여럿 곤충들 중에 특히 날아다니는 곤충을 싫어하는 이유로는 나의 오감이 굉장히 예민하다는 것에 있다. 날아다니는 곤충들은 대게 내 시야에서 없다가 갑자기 출연해서 나를 깜짝 놀라게 한 뒤 놀란 마음을 진정하기도 전에 요상한 몸짓으로 나를 한번 더 놀라게 한다. 그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먹이활동이라던가 짝짓기를 위한 비행일지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당장이라도 나를 잡아먹으러 올 것만 같은 두려움의 활동이다.



잠자리, 나비, 나방 같은 곤충들은 나에게 직접적으로 해가 되지는 않겠지만 벌 같은 경우는 나에게 공포를 선물하기도 한다. 언젠가 한 번은 이런 적이 있다. 벌초에 갔는데 나를 향해 정말 큰 벌 한 마리가 날아들었다. 나에게 그 순간은 죽기 전까지도 잊을 수 없는 순간이다. 세상에 그 벌과 나만 남은 것만 같았고 시간이 멈춘 채로 아주아주 느리게 흐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 벌의 눈, 날개 짓, 모양과 색 같은 게 아주 천천히 보였고 그 벌은 내 옆을 유유히 날아갔다. 그 전에도 두려움은 기본적으로 있었지만 벌이 공포의 대상이라는 생각은 그때부터였다. 내게 벌이라는 존재가 공포의 대상이 되는 것에 직접적인 공격에 대한 경험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나에게 돌진해온 그 기억이 내 시야에 존재하는 모든 벌이 나를 공격해올 것만 같다 라는 공포심을 만들어주었다.


그런 곤충들 조차 언제나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곳에서 매일 매시간 매분 매초 마다 생존을 위한 뜨거운 사투를 벌이고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겉으로 보기엔 고요해 보이는 자연이지 그 속에서 그들은 치열한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생존이라는 문제를 두고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고 성장한다는 것은 비슷하지만 우리네 삶과는 달랐기에 더 신기했다. 인간들의 세상은 고요하지 않으니 말이다.



인간들의 세상이 조용해질 날이 과연 올까? 자연처럼 고요하진 않아도 곤충처럼 생존은 아니더라도, 모두의 행복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많은 사람이 같은 방향을 보는 날이 오면 조금은 평화로워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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