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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땡요일 Sep 27. 2022

누구나 가슴속에 순수함은 살아있다.

오늘은 예민한 날이다. 원래도 잠을 깊게 잘 못 자는 편이지만 요 며칠 꿈에 계속 시달려서 피곤한 상태이고 신경성인지 아니면 매운 음식을 먹어서 인지 원인 모를 배탈 때문에 음식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있다. 점점 안 좋아지는 컨디션 속에 일을 해야 하는 상황 때문에 계속 예민해지고 있다. 수면부족, 소화불량, 역류성 식도염이 내 삶의 질을 바닥으로 끌고 가고 있다. 그래서인지 아이들과 함께 있어야 하는 근무 특성상 웃어야 하는데 웃음이 잘 나지 않았다.


선생님이 웃으며 아이들을 대해야 아이들은 행복해질 수 있다. 웃어서 행복한 것이다 라는 말과 웃음은 전염되는 거라는 말이 있다. 선생님이 웃으면 아이들도 웃게 되고 어떻게든 웃는다면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선생님은 웃어야 하는 직업이다 라는 생각이 강하게 있는 나도 오늘은 정말 힘들었는지 웃음이 잘 안 났다. 내가 해야 하는 최소한의 일을 하고 아이들과 하는 놀이 활동은 다음으로 미루려고 했다. 내 안에서 스멀스멀 나오는 짜증과 예민함이 아이들에게 전염되지 않았으면 했다. 순수한 아이들에게 어른의 짜증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뭐든 쉽게 배우고 금세 따라 하는 게 아이들이니 말이다.



설상가상으로 두통도 동반한 하루였는데 아이들은 선생님의 힘듬을 인정해주었다. 그러며 자신이 힘들었던 이야기를 나에게 마구 털어놓는데 그것 정도는 들어줘야 할 것만 같았다. 마치 동화 속에 나오는 덫에 걸린 사슴을 본 것처럼 올망졸망한 눈으로 나를 보며 나의 힘듬을 다 알 수 있다는 것처럼 이야기를 했다. 코로나에 걸려서 며칠 동안 힘들었던 이야기, 음식을 잘못 먹어서 배탈 난 이야기, 자신과 함께 살고 있는 반려동물이 할퀸 이야기 등 그들의 온갖 아팠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이제 그만해달라는 신호로 웃음과 함께 힘든 내색을 조금 비췄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종례시간까지 그들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다. 아이들이 내 곁을 떠난 후 그들끼리의 이야기가 살짝 들려왔다. “원래 아픈 날도 있는 거야”라는 고학년 아이의 말에 위로를 받았다. 이곳에 와서 일한 뒤로 느끼는 것이지만 아이들에게 위로를 주는 경험도 많이 하지만 오히려 아이들의 순수한 말 한마디에 위로를 받기도 하고 때론 반성하기도 한다.


천천히 잃어버린 순수함은 더 이상 내게 많이 남아있지 않았다. 어른은 ~ 한 거야 라는 강박에 나는 항상 웃고 아파도 그냥 조용히 병원에 다녀오고 더 강해지고 굳세어져야 한다는 생각에 항상 사로잡혀 있었다. 모든 게 다 내 탓이었다. 내가 강하지 못하고 관리하지 못한 탓 말이다. 아마 학생 때 어른이 되면 이런 어른이 되고 싶어!라고 생각했던 게 강박으로 남아 그런 것 같다. 아직 어른이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고 사회초년생이기에 어린 마음에서 나온 멋진 어른이 되기에 아직 한참 부족하고 어렵고 생각한 와중 이곳에서 일하게 되었다. 


쉽게 인정하고 이해하는 아이들을 보며 저렇게 인정하고 이해하는 게 진짜 중요한 건데 나는 왜 이때까지 스스로에게 너무 큰 부담을 주고 있는 걸 인정하지 못했을까 싶다. 왜 아플 수도 있고 힘들 수도 있는걸 스스로가 이해해주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을 까먹을 때쯤 아이들은 다시금 내게 알려주곤 한다. 그러면서 큰 위로를 받고 반성하고 더 멋진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어떤 어른이 든 간에 가슴속에는 순수함을 가진 어린이가 살아있을 것이다. 마음속에 숨어있는 순수한 마음을 잘 지키고 이해하는 것도 멋진 어른이 되는 길 같다. 그 순수함이 상처받거나 병에 들지 않게 함께 잘 지내며 말이다. 모두가 알고는 있지만 잊어버린 순수함으로부터 위로받는 날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어른이 되어보니 어른도 정말 힘든것이었다. 결국 나를 위로할 수 있는 것은 나 밖에 없기에 내면의 나와 대화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정말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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