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잔타(Ajanta)와 엘로라(Ellora)

인도 아우랑가바드(Aurangabad) 여행기(2003년 12월)

by 인도로가는길

1. 들어가기


1610년 무굴제국의 황제였던 아우랑제브가 세운 아우랑가바드. 일견 인도의 여느 소도시와 다를 것 없이 보일 수도 있으나, 매년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운집하는 세계적인 문화유산이자 관광지입니다. 인도 불교 미술의 정수인 아잔타 석굴과 인도 종교사의 흐름을 보여주는 엘로라 석굴이 아우랑가바드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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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잔타 석굴

기원전 2세기부터 조성되기 시작한 아잔타 석굴은 주로 굽타왕조 시대인 5세기, 7세기에 집중적으로 제작되었는데요, 쿠샨 왕조의 간다라 양식에 영향을 받아 인도화한 굽타 양식의 대표작으로 불리는 인도의 대표 관광지이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세계적인 문화유산입니다. 아잔타 사원은 총 29개의 석굴로 구성되어 있는데, 현무암 절벽을 뚫고 깎아서 조성하였습니다. 7세기 인도에서 불교가 쇠퇴하고 힌두교에 흡수되면서 아잔타 석굴은 인도인들의 기억 속에서 희미해졌고, 가는 길마저 밀림에 파묻혀 버렸습니다. 이렇게 잊힌 사원인 아잔타는, 천년 뒤인 1819년 호랑이 사냥에 나섰던 영국 동인도 회사 병사에게 재발견되어 세상을 놀라게 하였죠.


아우랑가바드에서 24km 떨어진 엘로라 석굴 역시 인도를 대표하는 관광지이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입니다. 5세기부터 13세기까지 31개의 석굴로 조성된 엘로라 석굴은, 시간이 흐르면서 불교, 힌두교, 자이나교로 순차적으로 인도의 주된 종교가 변화했음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각기 다른 종교의 석굴이 제작되지만, 기존의 석굴을 파괴하지 않고 원형 그대로 보존했다는 점이 주목할만합니다. 종교 갈등에서 파생된 여러 가지 문화유산 파괴를(아프가니스탄의 바미안 석불, 시리아 팔미라의 벨 신전 등) 목도한 현대인으로서, 엘로라 석굴에서의 종교간 평화는 경외감과 부끄러움이 함께 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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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로라 석굴에서 인도 전통복장을 입은 필자(2003년)



2. 교통


항공

2008년 아우랑가바드에 치칼타나 국제공항(Chikalthana International Airport)이 개통되면서 더욱 쉽게 아잔타와 엘로라를 방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뭄바이, 델리, 하이데라바드에서 아우랑가바드로 오는 정기 항공편이 있고 뭄바이를 거쳐 우다이푸르로 향하는 비정기 편도 운행하고 있습니다.


기차

필자가 여행할 때만 해도 기차가 주된 교통수단이었죠. 뭄바이뿐만 아니라 델리, 암리차르, 아그라, 보팔을 잇는 여러 기차 편이 현재도 운행하고 있습니다. 아우랑가바드에서 약 3시간 정도 떨어진 만마드(Manmad) 역으로 연결 편 기차를 안내할 수도 있는데, 만마드 역은 인도 센트럴 라인의 가장 중요한 교차역입니다. 만마드 기차역에서 환승해서 탑승하셔야 된다면 2시간 정도는 여유를 두고 움직이시길 바랍니다.


버스

항공권 가격이 부담스러울 때 선택할 수 있는 최적의 옵션은 기차입니다. 비록 뭄바이, 푸네, 나식, 나그푸르 등에서 아우랑가바드까지 직행버스가 운행되고 있지만, 인도에서의 도시 간 이동은 항공과 기차를 우선적으로 선택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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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랑가바드 버스터미널과 버스 안 모습(2003년)

시내교통

아우랑가바드 시에서 운영하는 버스 노선은 매우 유용합니다. AMT(Auranggabad Municipal Transport)와 MSRTC(Maharashtra State Road Transport Corporation)은 시내 중심부터 도시 외각까지 수천 명의 시민과 관광객을 매일 운송하고 있습니다. MSRTC의 붉은색 버스들은 정기적으로 아잔타, 엘로라, 다울라타바드 등의 관광지로 꽤 빈번하게 운행하지만 시설은 낙후되어 있습니다. MSRTC의 Asiad 버스는 운행 빈도는 떨어지지만, 좀 더 시설이 낫다고 할 수 있죠. 버스는 반드시 아우랑가바드 중앙버스역(CBS: Central Bus Stand)에서 탑승하세요. 만약 택시기사를 섭외하지 않았다면, 버스가 아잔타와 엘로라를 방문하기 최적의 옵션입니다. 참고로 아우랑가바드 중앙버스역은 2007년과 2008년 마하라슈트라주에서 가장 붐비는 버스역으로 선정된 적이 있습니다. 소지품 조심하세요!


시내를 돌아다니기에는 오토릭샤 만한 것도 없습니다. 아우랑가바드 거의 모든 오토릭샤에 미터기가 달려있지만, 기차역이나 중앙버스역에서 출발하는 오토릭샤 기사들은 과도한 요금을 부르기도 합니다. 탑승 전에 미터기로 요금을 지불할지 반드시 문의하고 탑승하세요. 기사는 ‘요금 카드’를 가지고 있는데, 미터에 나온 숫자의 10배가 일반적인 가격이라고 합니다.




3. 가볼만한 곳


아잔타 석굴

기원전 2세기부터 7세기까지 조성된 총 29개 석굴로 이루어진 아잔타 석굴은, 불교 승려들이 망치와 끌과 같은 단순한 도구로 현무암을 조각한 불교 공예의 정수입니다. 5개의 차이트야(chaitya, 불상을 모신 작은 사원)와 24개의 비하라(bihara, 승려들의 참선 공간)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한국의 가람배치로 금당(차이트야)과 강당(비하라)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죠. 우리나라의 석굴암도 차이트야의 영향을 받아 조성된 사원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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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잔타 석굴의 미술 공예

불상의 유무는 석굴의 시기를 구분할 수 있는 중요한 사료입니다. 후대로 가면서 대승 불교의 영향을 받아 불상을 조성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죠. 소승 불교의 영향을 받은 남방 불교의 흔적과, 대승 불교의 영향을 받은 북방 불교의 흔적이 서로 대비되면서 공존하는 모습이 아잔타 석굴의 문화유산 가치를 높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인도에는 약 1,200여 개의 불교 석굴이 있는데, 그중 900여 개가 마하라슈트라주에 있습니다. 아우랑가바드가 있는 마하라슈트라주는 불교 미술을 전공하는 분들에게는 살아있는 박물관과 다름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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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잔타 석굴의 프레스코 화

아잔타는 석굴 공예 뿐만 아니라 프레스코 화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석고 위에 그려진 프레스코 화는 주로 5세기 무렵에 조성되었는데요, 부처를 묘사한 벽화는 노란색과 녹색을 사용해 영롱한 색감을 묘사하기도 하였습니다. 벽화 발견 당시에는 수복한 먼지의 영향으로 선명한 색채를 유지할 수 있었으나, 보존 처리를 위해 먼지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탈색이 많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현재는 당시의 색감을 재현할 수는 없고 미루어 짐작만 가능합니다.


엘로라 석굴

또 다른 인도 불교 미술의 정수인 엘로라 석굴은 31개의 석굴로 조성되어 있습니다. 아잔타가 인도 불교사의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증거라면, 엘로라 석굴은 인도 종교사의 흐름을 유추할 수 있는 사료라고 할 수 있습니다. 12개의 불교 석굴과 17개의 힌두교 석굴, 5개의 자인교 석굴이 조화롭게 공존하고 있는 엘로라는, 타 종교를 배척하지 않고 조화롭게 서로를 포용한 당대 인도인들의 종교관을 표현하는 문화유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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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로라 석굴 내부에서 필자(2003년)

아잔타와 엘로라를 대중교통으로 방문하기 위해서는 하루씩의 일정을 소비해야 하는데요, 시간이 촉박한 여행자들은 둘 중에 하나의 여행지만 방문한다면 어디를 방문할까 묻기도 합니다. 필자는 가급적이면 두 곳 다 방문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지만, 다음 일정상 하루만 아우랑가바드에서 체류를 해야 한다면 벽화와 프레스코화는 아잔타로, 조각과 공예는 엘로라로 가라고 하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두 곳 모두 방문하는 것이 물론 최선입니다.


그 외 가볼만한 곳

아우랑가바드에는 아잔타와 엘로라 석굴 이외에도 다수의 관광지가 있습니다. 무굴 황제이자 아우랑가바드를 세운 아우랑제브의 무덤이 있는 쿨다바드(Khuldabad)가 있고, 엘로라 석굴에서 가까운 그리쉬네슈와 사원(Chrishneshwar temple)은 18세기에 세워진 힌두교 사원으로 시바신을 모시는 마하라슈트라 5대 사원 중 하나입니다. 12세기에 조성된 성벽과 성이 있는 달루아타바드(행운의 도시), 타즈 마할의 복제품이 있는 비비 카 마크바라(Bibi ka Maqbara) 등도 시간이 허락한다면 방문할만한 곳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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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루아타바드(좌)와 비비 카 마크바라(우)


배낭 여행자들은 주로 니랄라 시장(Nirala Bazaar) 주변에서 먹거나, 마시거나, 숙박합니다. 리바이스, 랭글러, 아디다스와 같은 세계적인 브랜드 매장이 니랄라 시장에 있고, 탈리와 같은 인도 전통 음식도 시장에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아우랑가바드는 한국에서 빈랑(槟榔, Betel Nut)이라고 불리는 약재의 잎을 열매와 함께 말아 씹거나 피우는 빤(Paan)이 유명하기도 합니다. 인도 남성들이 입 속에 우물거리다가 길거리 아무 곳에 빨간 침을 뱉어내는 것으로, 인도를 여행할 때 가장 시각적으로 불편한 것들 중 하나입니다. 참고로 빈랑은 세계 보건기구(WHO IARC) 지정 1군 발암물질이며, 구강암과 식도암 발생 확률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합니다. 각성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인도나 동남아시아 각국에서 소비되고 있지만, 현명한 배낭여행자라면 피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Paan60.jpg 빤(Paan, 빈랑)의 여러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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