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아직까지는 협상(?)이 잘 되는 편이야, 괜찮아. 몇 번의 질문에 대답하면서 그 물음에 의문이 생겼다. 저 말이 맞는 걸까? 내가 아이와 놀아준다는 게?
'해준다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해준다는 것은 내(해주는 사람)가 상대에게 베푸는 것, 상대의 어려운 지점을 긁어주거나 해결해주거나. 내쪽에서 상대방에게 화살표가 흐르는 일이다. 내가 받는 게 아니고, 나로 인해서 상대방이 도움을 받거나 곤란한 상황을 모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게 "아이랑 놀아주는 거 힘들지 않으냐"라는 질문은 잘못된 것이다. 아이와 함께하는 모든 시간이 기쁘거나 감격스럽거나 감사하기만 한 것은 아니지만, 그 시간 속에서 내가 느끼는 행복감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아이가 보내는 활력과 행복감이 내게로 스며든다.
아이가 어딘가에 몰두해 있거나 환하게 웃는 모습을 가만히 보며 나는 가끔 그 순간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불쑥 내 몸 어딘가에 뿌리를 내려 자리를 잡더니, 정신 차려보니 내 앞에서 이렇게 환하게 웃고 있는 아이. 내 앞의 존재가 '존재 그 자체'만으로 벅차오르는 것. 너는 존재 자체로 이미 네 할 일을 다 했다, 하는 느낌. 그런 느낌을 또 누구에게서 받을 수 있을까?
아이랑 어떻게 놀아줘? 가 아니라, 아이랑 어떻게 놀아? 뭐하고 놀아?라고 물어야 맞을 것이다. 나는 아이와 놀아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함께 시간 보내며 노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