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까 말까만 천 번. 결국은 갔다
미국에 건너온지도 이제 한 달이 지났다. 고작 한 달이라니. 모든 살림을 새로 장만하고, 가끔 어이없게 허탕 치고, 우리의 동선에 맞춰 물건을 배치하고, 가져온 짐을 풀고, 삼시세끼 끼니를 챙기며 어린아이를 돌봐야 하는 일. 아직도 이 모든 것들이 꿈만 같다.
머릿속에서만 되뇌었던 일들이 현실이 되고 나니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 어쩌면 너무 많은 생각은 필요가 없었던 것이었구나 싶으면서. 어떤 일 앞에서 내 머릿속 전반을 차지하는 ‘생각’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다. 무언가를 ‘하고 싶다’라는 생각 뒤에 따라오는 상념들은 얼마나 비겁한가. 이런저런 이유를 대면서 방금 하고 싶다고 했던 것들을 할 수 없는 이유/할 수 없을 것 같은 이유에 대해서 수십 가지의 변명을 대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 많은 변명들을 다 집어치우고 본질에 집중할 용기가 필요했다. 남편과 나는 오랜 대화를 했고, 가끔 서로를 이해시키느라 진땀을 뺐지만 도전해보기로 했다. 더 늦기 전에, 그리고 후회하지 않게. 과거도 미래도 아니고 그저 현재를 살고 싶어서. 그렇게 한번 살아보고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