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오늘 노동절 휴일이었다. 나는 주말이나 휴일이 되면 자주 궁금하던 것이 있었다. 사람들은 이 휴일을 어떻게 보내는 거지. 아이 있는 다른 집은 대체 무얼 하며 이 시간을 보내려나. 긴 휴일이나 명절에는 부모님 댁에 간다거나 나름의 일정이 짜여있지만, 이렇게 주말에 붙어있는 월요일 휴일의 경우에는 좀 애매한 구석이 있다. 그냥 흘려보내기에는 너무도 아깝지만 그렇다고 딱히 뭘 할 건 없고.
한국에서라면 키즈카페에 가거나 집 근처의 카페에 가서 시간을 보내다 오곤 했을 것이다. 아니면 자주 가던 아울렛에서 아이쇼핑을 하다가 마음에 내키는 것이 있으면 사고, 1층에 있는 생과일주스 가게에 들러 아이의 목도 축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은 미국. 거의 모든 상점은 문을 닫고, 자주 가던 도서관도 당연히 휴무였다.
우리, 점심 먹고 나가자!
비가 올 듯 말 듯 하늘은 당장이라도 사정없이 비를 뿌려댈 것만 같았지만, 날씨 예보를 믿고 (구름이 낄 뿐 비 예보는 없었다) 나가보기로 했다.
학교 메인 광장 근처에 차를 대고 탁 트인 길을 걸었다. 가족들과 함께 산책하는 사람들, 개와 걷는 사람들, 혼자 걷는 사람들, 내일이면 다시 시작될 스쿨라이프 준비로 정신없는 학생들 사이로 어떤 사람이 눈에 띄었다. 홀로 광장 한가운데에 의자 하나를 떡하니 가져다 놓고 캔버스 위에 그림을 그리던 여자. 그 뒤로 누가 지나가든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눈과 손 끝 시선에만 골몰하던. 미대생이었을까? 아니면 취미로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사람?
모두가 나름의 방식으로 휴일을 보내고 있었다. 우리는 우리 식대로, 그들은 그들식대로. 천천히, 여유롭게. 지나가는 다람쥐들 구경도 하고, 벤치에 앉아 간식 먹으면서 아이의 요즘 최대 관심사인 똥오줌 이야기로 놀이하다가 깔깔깔 배 부여잡고 웃으면서.
내일, 몇 시간 뒤면 곧 새로운 하루가 시작될 것이다. 휴일은 끝이 나고 일상의 루틴이 다시 반복될 것이다. 남편은 학교로 가고, 나는 아이를 기관에 데려다주고. 아이는 아직 적응되지 않은 기관에서 잠시 주눅이 들 것이고, 또 잠시 의기양양해지는 순간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각자의 시간을 보내다 우리는 다시 만날 것이다. 오늘 하루가 어땠는지 저마다의 시선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공유할 것이다. 아무렇지 않은 듯, 원래부터 그랬던 것처럼 서로가 서로에게 돌아와 마주 보고 앉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