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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해니 Oct 15. 2022

아이가 아픈 날에

아이가 아프다. 아픈지는 며칠 되었는데 어제부터 기침과 콧물이 동시에 심해졌다. 코가 막혀있으니 호흡이 불안정하고 게다가 기침까지 해서 잠을 자도 자는 게 아닌 밤이었다. 그나마 내가 팔베개를 해주면 고르게 숨 쉬는  같길래 어젯밤은 한쪽 품을 아예 내어주었다. 욱신거리는 어깨와 허리를 어쩌지도 저쩌지도 못한 채 그렇게 새벽을 보냈다.


덕분에 아이가 좀 더 어렸을 시절, 그러니까 모유수유를 했을 때, 팔베개를 하면서 밤중 수유로 재웠을 때가 떠올랐다. 그때 아이를 안고 있는 따뜻한 온기가 너무 좋기도 하면서 동시에 도망치고 싶기도 했다. 이 아이를 이렇게 안고 있을 수 있음에 온 마음으로 벅찼다가도 금세 서글퍼졌다. 그 감정은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한 순간에 그토록 양가적인 감정이 피어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복잡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새벽 두 세 시정도 되었을까, 그르렁거리는 불안정한 호흡과 쉴 새 없는 기침으로 나도 모르게 아이를 옆에 두고 깊은 한숨을 쉬었다.


 ‘하아……. ‘


선잠으로 겨우겨우 잠을 이어가던 아이가  숨소리에 놀랐는지 갑자기 몸을 틀고 나를 껴안으며 ‘괜찮아, 괜찮아, 엄마…...’했다. 딸이 기침을 할 때 내가 그녀에게 하던 말이었다.


내가 하던 말을 그대로 미러링 한 것일 뿐이었을지라도  순간만큼은 아이가 나를 걱정하고 있었다. 자신의 기침 소리로  못 자는 엄마를. 혹시라도  기침 소리에 놀랐을 엄마를.  한숨 속에서 아이는 어떤 것을 본 걸까.


나는 일상에서 이런 한숨을  지은적 없었나. 기침 소리가 아무리 크게 들린다고 해도 기침을 하는 당사자보다 힘들리 없다. 설사  소리로 밤을 꼴딱 지새운대도 지독한 감기 바이러스가  안에 그득그득한 사람보다야 백배는 나을 것이다. 게다가  옆에 있는 아이는 이제  네 돌을 앞둔,  4세가  되지 않은 아이.


그렇게 잠을 설쳤으면서 함께 놀이할 때는 눈이 초롱초롱 빛나는 아이. 그 어떤 값비싼 것들보다 나와 스티커로 역할 놀이하는 것을 원하는 아이.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 아이. 그리고 그 아이를 바라보는 나. 수면부족으로 오늘 하루는 피곤했지만 그 어떤 날보다 진하게 행복했다. 그리고 고마웠다. 나를 엄마라고 불러주는 이 생명체, 엄마를 백번이나 사랑한다고 매일이고 말해주는 이 작은 인간에게.


그저 아이 옆에서 콧물 나면 콧물을 닦아주고 기침을 심하게 하면 꿀물을 타 주고 하는 이 단순하고도 자연스러운 행위가 감사했다. 유독 아이가 아픈 날에는 일상적으로 누리던 것들이 당연한 것이 아니었음이 피부로 느껴진다. 살갗으로 느껴져서 아릴 지경이다. 일상 안에 감사할 것들이 얼마나 차고 넘치는 것인지가 선명하게 보인다.


 아이가 아프지 않을 수만 있다면 제가 뭐든지    있습니다, 하는 그런 절실함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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