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아프다. 아픈지는 며칠 되었는데 어제부터 기침과 콧물이 동시에 심해졌다. 코가 막혀있으니 호흡이 불안정하고 게다가 기침까지 해서 잠을 자도 자는 게 아닌 밤이었다. 그나마 내가 팔베개를 해주면 고르게 숨 쉬는 것 같길래 어젯밤은 한쪽 품을 아예 내어주었다. 욱신거리는 어깨와 허리를 어쩌지도 저쩌지도 못한 채 그렇게 새벽을 보냈다.
덕분에 아이가 좀 더 어렸을 시절, 그러니까 모유수유를 했을 때, 팔베개를 하면서 밤중 수유로 재웠을 때가 떠올랐다. 그때 아이를 안고 있는 따뜻한 온기가 너무 좋기도 하면서 동시에 도망치고 싶기도 했다. 이 아이를 이렇게 안고 있을 수 있음에 온 마음으로 벅찼다가도 금세 서글퍼졌다. 그 감정은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한 순간에 그토록 양가적인 감정이 피어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복잡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새벽 두 세 시정도 되었을까, 그르렁거리는 불안정한 호흡과 쉴 새 없는 기침으로 나도 모르게 아이를 옆에 두고 깊은 한숨을 쉬었다.
‘하아……. ‘
선잠으로 겨우겨우 잠을 이어가던 아이가 내 숨소리에 놀랐는지 갑자기 몸을 틀고 나를 껴안으며 ‘괜찮아, 괜찮아, 엄마…...’했다. 딸이 기침을 할 때 내가 그녀에게 하던 말이었다.
내가 하던 말을 그대로 미러링 한 것일 뿐이었을지라도 그 순간만큼은 아이가 나를 걱정하고 있었다. 자신의 기침 소리로 잠 못 자는 엄마를. 혹시라도 제 기침 소리에 놀랐을 엄마를. 내 한숨 속에서 아이는 어떤 것을 본 걸까.
나는 일상에서 이런 한숨을 또 지은적 없었나. 기침 소리가 아무리 크게 들린다고 해도 기침을 하는 당사자보다 힘들리 없다. 설사 그 소리로 밤을 꼴딱 지새운대도 지독한 감기 바이러스가 몸 안에 그득그득한 사람보다야 백배는 나을 것이다. 게다가 내 옆에 있는 아이는 이제 곧 네 돌을 앞둔, 만 4세가 채 되지 않은 아이.
그렇게 잠을 설쳤으면서 함께 놀이할 때는 눈이 초롱초롱 빛나는 아이. 그 어떤 값비싼 것들보다 나와 스티커로 역할 놀이하는 것을 원하는 아이.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 아이. 그리고 그 아이를 바라보는 나. 수면부족으로 오늘 하루는 피곤했지만 그 어떤 날보다 진하게 행복했다. 그리고 고마웠다. 나를 엄마라고 불러주는 이 생명체, 엄마를 백번이나 사랑한다고 매일이고 말해주는 이 작은 인간에게.
그저 아이 옆에서 콧물 나면 콧물을 닦아주고 기침을 심하게 하면 꿀물을 타 주고 하는 이 단순하고도 자연스러운 행위가 감사했다. 유독 아이가 아픈 날에는 일상적으로 누리던 것들이 당연한 것이 아니었음이 피부로 느껴진다. 살갗으로 느껴져서 아릴 지경이다. 일상 안에 감사할 것들이 얼마나 차고 넘치는 것인지가 선명하게 보인다.
이 아이가 아프지 않을 수만 있다면 제가 뭐든지 다 할 수 있습니다, 하는 그런 절실함에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