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는이모 Jul 02. 2024

행복해질 확률

좋은 사람 곁에 좋은 사람

습고 덥한 7월 첫째 날, 마른빨래처럼 눅눅한 몸을 이끌고 집을 나섰다. 그녀에게 허락된 시간은 1시간. 60분의 짧은 만남을 위해  버스에서 지하철로 갈아탔.


- 괜히 나왔나, 담에 갈 걸 그랬나.

- 아니야, 낼부터 비 온다 했으니 나오길 잘한 거야.


가는 내내 손바닥 뒤집듯 마음 엎치락뒤치락거렸다. 그녀의 일터 앞에서  '짜잔'하고  고개를 내밀었지만,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왜, 없는 거지?'


- 언니 보러 카페 ** 들렀는데 어딨어?

- 오늘 직원회의가 있어서 옆 건물 7층에 있어.

- 앗. **이 줄려고 산 책 챙겨 왔는데

- 어째 ㅜㅜ 나 12시 넘어서 마칠 거 같은데, 얼굴 볼 시간 없겠다.


예고 없이 나타나는 걸 좋아해서. 그렇게 가도 늘 볼 수 있던 사람이었는데. 오늘은 예상이 틀리고 말았다. 라떼 한 잔을 시키고 의자에 앉아 폰을 만지작 거렸다. 지루한 장마를 예고하는 듯 창밖 너머로 보이는 하늘은 흐렸다 맑았다를 반복했다.


- 다음에 올 걸 그랬나. 집에 있으면 유튜브만 주구장창 봤을 건데, 휴대폰 사진첩이나 정리하지 뭐.


갤러리 폴더에서 캡처해 둔 글귀를 하나씩 읽었다. 슬며시 애정이 갔던 말, 어딘가에서 꼭 써먹고 싶던 말, 누군가에게 알려주고 싶던 말, 한 편의 글로 녹이리라 다짐하게 만든 말, 그냥 흘려보내기 아까웠던 말이 뇌리에 박혔다. 그중 작가의 인스타 글이 마음에 닿았다.

 




우정에 관한 과학을 다룬 책, 로빈 던바의 <프렌즈>에서는 다음과 같은 연구결과를 제시했다.

어떤 사람에게 1.6Km 반경 내에 사는 행복한 친구가 있다면, 그 사람이 행복해질 확률은 25% 높아진다. 그리고 그 사람의 바로 옆집에 사는 사는 이웃이 행복하다면, 그 사람이 행복해질 확률은 34% 높아진다.




이 말을 해석해 보면,

걸어서 15분 정도 되는 거리에 사는 친구가 행복하다면 난 25%의 확률로 행복해진다. 그리고 수시로 마주치는 이웃이 행복한 미소로 인사를 건넨다면 내가 행복해질 확률은 9%가 더 늘어나 34%다.


기를 쓰고 노력하지 않아도 가까이에 있는 사람이 행복하다면 나도 어느 정도 행복해질 수 있다. 만나면 기분이 좋은 사람, 좋은 에너지를 주고받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 행복해질 확률이 높아진다. 나를 웃게 만드는 사람에게는 흔쾌히 떡 하나 더 줘도 된다. 그럼 난 떡 하나 얻어먹어도 될만한 사람인가? 이에 대한 답을 그녀의 톡으로 대신한다.




- 힘 안나는 데, 현아와 있어서 좋았네.


직원 간식으로 나온 떡을 종이컵에 담아 건네주곤 떠난 그녀. 눈인사만 하고 간 게 못내 아쉬웠는지 톡을 보냈다. 전해 줄게 있어 갔을 뿐인데 떡도 먹고, 힘도 전해준 사람이 되었다.


카페를 나서는데 습기를 머금은 바람과 따가운 햇살에 둘러싸였다. 이상하게도 기분이 았다. 가방에 넣고 온 선글라스를 꺼내 썼다. '이 정도 날씨는 선그리 하나면 되지.' 그녀에게 준 기운이 되돌아온 것만 같다.


행복해질 확률도 늘었으려나.    


 

 

2024.7.1  마음 자국

이전 12화 쓰다 보면 늘겠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