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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 소풍 Jun 09. 2024

여름 6, 천개의 섬 - 캐나다

외롭지 않고 다정했던 천섬들

섬 중에서 제일 큰 하트섬

 캐나다 동부 퀘벡을 여행하고 돌아오는 길에 캐나다의 천 섬을 들렸다. 국경인 온타리오호와 세인트로렌스강 상류에 사우전드 아일랜드(천 섬)을 여행했다.  우리나라 섬 풍광과는 많이 달라 깜짝 놀랐다. 


 애머스트·울프(가장 큰 섬으로 127㎢)·호·심코·그로 너 디어 섬 들을 포함해 서쪽에 있는 섬들은 대부분 캐나다령이며, 그라인드 스톤·웰스·칼턴 섬 등을 포함하는 동쪽의 섬들은 미국 뉴욕 주에 속한다.

 한 시간 정도 유람선을 타고 호수를 달리며 크고 작은 섬과 그곳의 별장들을 구경했다. 날씨도 너무 좋았고 잔잔한 호수는 파란 하늘에 물들어 쪽빛 카펫 같았다.


 큰 섬은 한강의 선유도 정도, 작은 섬은 낚시터 좌대 정도 크기의 1964개의 섬들이 옹기종기 마주하고 있었다. 여기에서 말하는 섬의 기준은 일 년 내내 물에 잠기지 않는 부위가 최소 1제곱피트 이상의 넓이여야하고 그곳에 살아있는 두 그루 이상의 나무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이곳을 '신들의 정원'이라 불렀다고 한다.


 겨울에는 날씨가 추워 온통 얼음뿐인 곳인데 대부분 부자들의 여름 별장으로 사용한다고 한다.  집들이나 정원이 제각각 개성 있고 독특하여 마치 예술품을 보는 듯했다. 화창한 날씨에 하늘을 수놓은 구름은 유람선을 따라왔다. 반짝이는 맑은 호수 물빛, 풍성한 섬들의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재미있는 것은 집마다 미국과 캐나다 국기를 멋지게 달아 국경을 표시하고 있었다. 매일 보트를 타고 국경을 넘나들며 여유로운 삶을 즐기고 있는 이곳 섬주민들이 되고 싶은 꿈을 잠시 꾸어보기도 했다.


 그중 가장 유명한 섬은 하트 섬으로 조지 볼트의 사랑 이야기가 전해진다. 우리 일행들은 유능한 가이드의 탁월한 옵션 덕에 구레나룻 미남 선장의 중저음 목소리로 아름다운 성의 전설을 동시통역으로 들을 수 있었고 하트 섬 선착장에 배를 잠시 멈추어 고성을 배경으로 사랑의 포즈로 사진을 찍는 호사를 누릴 수 있었다.


 아메리칸드림을 이룬 호텔 재벌 볼트가 아내를 위해 지은 화려한 성이라 '볼트 섬'이라 불리는데 준공 직전 아내가 사망하자 이 섬을 찾지 않았다고 한다.

 입맛 없어하는 볼트의 아내를 위해 요리사가 만든 소스가 바로 많이들 아시는 사우전드 아일랜드 소스라고 하는데 이곳에서 기념품으로 판다고 한다. 


  20여 일의 미국과 캐나다 동부 여행 중에서 가장 마음이 편안하고 따뜻하여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었던 인상 깊었던 장소이다.


   섬은 넓은 바다 가운데 외롭고 파도에 힘들 거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마음이 울적할 때는 가까운 인천의 섬들을 찾곤 하였다. 


 처음으로  다정하게 다가와 따뜻한 이야기로 스며들었던 재미있는 천 섬의 풍경을 보면서 따로, 그리고 더불어 어울리는 천 섬들이 참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바다에 홀로 있는 섬이 될지라도 외롭거나 슬프지 않고, 나만의 섬이 오히려 개성이고 멋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얼마 전부터 가끔 천 섬에서 제일 작은 섬 사진을 다시 보곤 했다. 코로나 유행 이후 그 많았던 모임과  여행이 없어지고 혼자가 익숙해진 요즘의 생활이다. 오히려 고독을 즐기고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책 읽기와 글쓰기하는 여유 있는 시간들이 즐거워졌다.


 천 섬의 따뜻한 울림은 결국 다음 해 봄, 통영 부근 6개(한산도, 연화도, 욕지도, 소매물도, 장사도, 비진도)의 매력 있는 섬들로 향하게 하였다.  


 다른 풍광의 우리나라 남쪽 바다 한려수도를 즐기며 혼자 여행하는 묘미를  알게 하였다.  천 섬과 전혀 다르지만 따뜻했던 우리나라 섬사람 이야기에 빠져들게 하였다.



<천 섬의 명소로 하트 섬에 있는 볼트 성의  이야기>


 비바람 치는 어느 날 밤에 노부부가 호텔에 묵으러 왔다. 하지만 호텔에는 빈 객실이 없었다. 저녁 늦게 이 도시에 도착한 노부부는 찾아가는 호텔마다 만원이었다. 마지막으로 찾아온 이 호텔도 객실이 없다는 말에 직원에게 애원했다.


 "여기도 방이 없으면 우린 한데서 날을 지내야 해요."


 직원은 노부부를 그냥 보낼 수 없어 자기 방을 내주었다. 그렇게 해서 노부부는 그 직원의 허름한 방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다음 날 노부부는 직원에게 물었다.


 "젊은이, 당신에게는 어떤 희망이 있소?"

 "제가 호텔에서 일하다 보니 호텔 하나 운영하는 게 꿈입니다."


 며칠 후 그 직원에게 편지가 한 통 왔다. 그를 초대한다는 내용이었다. 여행 경비로 수표도 들어 있었다.편지에 적힌 주소로 찾아가 보니 아담한 호텔이었고 노부부가 반갑게 맞이했다.


 "지금부터 우리 호텔에서 일해 보지 않겠나? 자네가 착하고 성실하여 우리 부부가 상의하여 그대를 부르기로 했다네.”


 청년은 그 제안을 받아들여 그 호텔에서 열심히 일하였고 호텔은 날로 번창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노부부의 어여쁜 딸과 사랑에 빠져 그녀를 아내로 맞이하게 되었다.


 이 청년이 바로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 체인을 만든 조지 볼트이시다. 엄청난 부와 명예를 쌓은 그에게 예기치 않은 불행이 찾아왔다.  사랑하는 아내가 불치병에 걸린 것이다. 마음 아파하던 그는 세인트로렌스강 중간의 천 섬 중에서 아름다운 하트 섬을 사서 중세식 성을 짓기 시작하였다. 공기 좋고 아름다운 그곳에서 요양하면 아내의 병세도 좋아질 거라는 생각에서...

 독일 출신인 볼트는 라인강변의 아름다운 고성을 떠올리며 성을 건축했다고 한다.


 아내의 생일에 성을 선물하려고 부지런히 짓고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아내는 성이 다 지어지는 걸 보지 못하고 41세에 돌아가시게 되었다. 낙담한 그는 공사를 멈추고 그 섬을 떠나 다시는 오지 않았다.


 하트 섬에 조지 볼트가 짓던 성은 그 애틋한 사랑의 이야기로 전설이 됐다. 6층 건물에 120개의 방이 있는 볼트 성은 천 섬 중에서도 가장 크고 아름다운 성으로 그만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정성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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