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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kylar Feb 20. 2024

2인분의 인생

버겁지만 그래도 결국에는 잘하고 싶다는 이야기

회사를 다니면서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이다.

보수적이고 꽉 막힌 회사 분위기 탓에 출산휴가 3개월만 쉬고 다시 일했다.

안 믿기겠지만 대기업이었다.


그때는 그게 최선이었다. 매일 야근하고 주말출근도 하지만 아이 잠은 꼭 내가 재웠다. 아이는 회사에 출근하는 엄마 인생의 지분 참여를

주장하듯 다른 아이들보다 늦은 통잠을 잤고, 시중 이유식은 먹지 않았다.


나는 좋은 부모를 못 만났다. 그래서 좋은 부모가 되어야 한다는 집착이 워낙 강했다.

그게 뭔지도 모르면서,  3시간만 자고 나가면서 모유수유를 해야 한다며 회사에서도 유축하며 야근을 했고, 이유식 육수도 새벽까지 내가 끓여 먹였다.


5~ 6세였을 때 아이는 온 세상의 감기와 전염병은 다 앓고 가겠다는 의지처럼 너무나 자주 아팠다. 코로나 이후 마스크를 처음 벗은 세대라 그런지 정말 2주에 한번 열이 났고, 아이가 정말 아기였을 때보다, 나의 회사생활은 훨씬 더 어려웠다.

회사를 그만두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다.

자주 아프고 입원하는 탓에 나는 회사에 늘 죄인처럼 미안하다는 말을 달고 살았다.

물론 내가  아이 때문에 회사 일정을 빼야 할 때마다, 정말 좋은 사람들을 만났는지 모두 괜찮다고 나를 위로해 주시며 눈치를 주신적은 없었지만 그저, 빈번하게 양해를 구해야 하는 나의 마음이 너무 무거웠다.


아이에게도 회사에게도 늘 미안한 어중간한 사람이었다. 같이 못 있어주는 게 미안해 좀 한가한 곳으로 이직도 해봤고 그게 독이 되어 회사생활이 잘 안 풀린 적도 있다.


어떤 한 곳에는 무게 중심추를 주어야 하는데, 어리석은 나는 그 어느 하나 힘을 뺄 수가 없었다.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내가 무얼 잘하고 있는지, 뭘 하고 있는 건지 하나도 알 수 없는 상황

아이가 아프면 모든 게 멈춰지는 상황에서 가끔은 이런 생각을 했다.


2인분의 삶을 산다고, 2인분의 삶이 버겁다고.


욕심이 많은 나는 2인분 모두 잘 해내고 싶었다.

아이를 잘 키우고 싶어 각종 엄마표를 섭렵하기 위해 노력했고, 아이의 성장에 맞춰 이것저것 해보려고 교육도 들었다. 근데 하다 보니 내 성장도 욕심이 나 무언갈 시작한다. 그러다 시간도 자원도 부족해 흐지부지 된다.


2인분 모두 양껏 성장하고 싶은 욕심이,

0.5인분 인생을 만들었다는 후회가 밀려오기도 했다. 나는 무엇에서 의미를 만들었을까 하는 후회


사실 아이는 내가 딱히 무얼 해주지 않아도 잘만 크더라. 이건 사실 얼마간의 결괏값이 나와서야 알게 된 사실이고 키우는 그동안은 늘 안달복달이다.


새벽에 꼭 깨서 엄마 사랑을 확인받고 자던 아기는 이제 7세가 되었다. 주말부터 또 열이 난다. 독하게 앓고 지나가야 하는 감기가 이제 무섭지는 않지만,

어제 또 회사에 아쉬운 소리를 하며 마음이 불편했다.


이 불편한 마음은 절대 아이가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마음은 아니다. 그저 남한테 폐 끼치는 것, 아쉬운 소리 못하는 나의 성향 때문이다.


이번주에 1년에 한 번 가는 아이 중요한 검진이 있어 미리 빼두었던 연차를 월요일부터 쓰게 되어, 그날은 어쩌나 하는 스트레스가 밀려오기도 했고..

그저 내 사회생활에 '아이 때문에'라는 카드를 쓰며 아쉬운 소리를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는 내 삶의 성장원동력이자 무엇보다 가치 있는 보물인데, 나를 평가할 때 아이엄마라는 것이 나의 장애물인 것처럼 평가받는 게 기분 상하기 때문이다.

부족한 점이 있다면, 그것은 나 때문이지, 아이 때문이 아니니까.


나의 자립심 강한 아이는 아마도 곧 스스로 설 때가 오고, 나도 내 인생만 신경 쓰면 되는 시간이 오겠지만


그래도 그날까지,  

2개의 인생 모두 잘 해내고 싶다고

한 번 얘기해 본다

나도 아이도 잘 되었으면 좋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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