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쏟았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실수라고 하기에는 상황이 심각했다. 고객에게 전달해야 하는 커피가 삼 분의 일 가량 넘쳐 비닐봉지 안에서 찰랑거리고 있었다. 자전거 앞 바구니에 넣어서 배송했는데 덜컹거리다가 기울어졌나 보다. 커넥터를 위한 채팅 문의 창에 배송 중에 커피를 쏟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문의를 남겼다. 문의 센터에서 일단 기다려 보라기에 배송지 앞에서 한참을 기다렸는데 돌아온 대답이 가관이었다.
「고객과 연락이 되지 않으니 고객께 전달하고 알아서 해결하세요. 문의 종료」
다행히도 픽업지인 카페가 가까워 쏟아진 커피를 봉지 걸이에 대롱대롱 매달고 카페로 다시 찾아갔다.
“죄송한데 제가 배달하다가 커피를 쬐에금(?) 흘렸거든요? 아메리카노 한잔만 다시 사서 배달하려고 하는데 커피 한 잔만 다시 내려주세요.”
이번에는 새로 내린 커피를 신줏단지 모시듯 손에 꼭 쥐고 걸어서 배달했다. 하지만 애초부터 랩핑에 문제가 있었는지 조심조심 걸어서 가는데도 커피가 흘러넘쳤다. 바람도 그 어느 때보다 대차게 불어 재꼈다.
‘아이고 이를 어쩌면 좋아...’ 짜증이 머리끝까지 올라왔다. 배송 완료 시간은 10분이나 지나있었고, 커피는 아무리 조심해도 조금씩 흘렸다.
나중에 알고 보니 카페에서 랩핑을 너무 야박하게 하는 바람에 커피의 뜨거운 김에 랩이 오그라들면서 틈이 생기게 되었고, 조금만 흔들려도 그 틈으로 커피가 새어 나오는 것이었다.
200미터밖에 안 되는 거리였지만,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겨우 도착했다. 배송지에 도착해 현관문을 똑똑 두드렸더니 안에서 문 앞에 두고 가라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소심하게 말을 건넸다.
“고객님, 죄송한데요~ 오늘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서 제가 커피를 조금 흘렸어요...”
“아, 괜찮아요~~ 그냥 문 앞에 두고 가세요~ ”
너무나 상냥한 목소리로 쿨하게 받아주는 그녀. 고생은 좀 했지만 상냥한 그녀 덕분에 내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집 밖으로 나와 봉지 걸이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커피를 꺼내 마셨다. 바람이 많이 부는 추운 날씨였지만 커피는 아직도 뜨거웠다. 3천 원짜리 아메리카노가 나에겐 호텔 커피 못지않게 참말로 맛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