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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켠서 May 19. 2022

캄보디아 도로 위 서바이벌의 서막

캄보디아 오토바이 생존기

캄보디아에서 가장 악명 높은 고속도로로 불리는 4번 국도 (National Highway 4)를 운전해야 했던 캄폿에서 시아누크빌까지의 여정을 쓰기 전에 프놈펜에서 캡까지의 여정을 먼저 쓰고 넘어가야겠다.

그전에 오토바이로 캄보디아를 누비는 계획이 어디서 나온 건지, 어떤 배짱으로 이 여정을 시작했는지를 먼저 이야기해야 하는데 딱히 설명할 게 없다. 내 친한 친구들이라면 설명할 만한 것이 없는 이유를 대충 짐작했을 것 같은데, 맞다. 별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처음 캄보디아 여행을 계획할 때부터 우리는 오토바이 한 대를 렌트해 여행할 생각이었다. '캄보디아에 갈 건데 거기서 오토바이를 탈까?'가 아니라 '캄보디아에 가니까 오토바이를 타야지!'였던 것이다.


지금 돌이켜보면 살짝 정신 나간 결정이긴 했는데, 나는 자동차 면허도 없을뿐더러 차 타는 것 자체를 겁내는 편이고 A는 2020년에 영국에서 오토바이 면허를 취득했으나 당연히 면허를 쓸 일이 없으니 그 면허는 장롱면허였다.


그 당시 A는 갑자기 오토바이 면허를 따 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면허를 땄었는데, 그래도 이게 이번 여행에 나름 도움이 됐다. 물론 A가 이 여행을 그때부터 생각하고 면허를 딴 것도 아니고 캄보디아에서 오토바이를 빌리는 데에는 면허가 따로 필요하지 않지만 살면서 한 번도 오토바이를 운전해 본 적 없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했다.

캄보디아는 베트남처럼 오토바이가 서민들의 보편적인 교통수단이다. 여행자들도 자동차를 렌트하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보단 우리처럼 오토바이를 빌려 여행하거나 툭툭을 이용하는 게 훨씬 흔하다.


다만 오토바이로 캄보디아를 여행하는 동아시아인들을 찾긴 힘들다. 시내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외국인 관광객들은 대부분 우리 나이대의 서양인들이었다. 드물게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중국인들을 보더라도 관광객이 아니라 이곳에 사는 사람들인 듯했다.


한 도시에서 다른 도시로 이동할 때에 직접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하는 배낭여행객은 더욱더 드물다. 우리는 계속 오토바이를 타고 여행했기 때문에 고속도로에서 긴 시간을 보냈지만 우리처럼 여행하는 외국인들은 보지 못했다. 딱 한 번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 배낭여행객들을 잠깐 지나쳤지만 그뿐이었다.


그래도 도시에서 도시로의 여정을 제외하면 프놈펜이나 캡, 캄폿, 시아누크빌 등 도시 안에서는 호텔이나 시내의 렌탈 업체에서 오토바이를 빌려 도시를 여행하는 서양인들을 꽤 많이 볼 수 있었다.


내 친구들 중 누구도 오토바이를 교통수단으로 이용하지 않는다. 우리가 '배달의 민족'이기는 하지만 내 주위에선 오토바이를 가지고 있다거나 탄다는 사람을 찾기가 힘들다. 사고가 나면 위험하다는 인식만큼 실제로도 위험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우리라고 오토바이를 타고 캄보디아를 누비는 것이 위험할 것이라는 걸 생각해보지 않은 건 아니었다.


사전조사도 할 수 있는 대로 하고 오토바이로 동남아를 여행하는 사람들의 경험담도 있는 대로 찾아봤다. 분명 우리가 정보를 찾아볼 때는 많은 사람들이 캄보디아에서 로드트립을 하는 것 같았는데 막상 가니 우리뿐이었던 게 참 웃겼다. (물론 코로나 바이러스의 여파로 관광객이 많이 줄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처음에는 신이 나있던 A도 막상 캄보디아로 떠날 시간이 다가오자 오토바이를 운전해야 한다는 사실이 엄청 무겁고도 무섭게 다가오는 듯했다. 게다가 나를 뒤에 태우고 오토바이를 몰아야 하니 더 걱정이 되었나 보다. 자기가 실수하면 여자 친구가 다칠 수도 있다는 사실이 엄청난 책임감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처음 우리가 여행 계획을 세울 때 A는 호기롭게 캄보디아를 다 돌아보자는 계획을 세웠으나 우리에겐 시간이 한정적이었고, 내가 단호하게 NO를 외치자 그 애는 최대한 현실적으로 계획을 세우려 애썼다.


캄보디아 동쪽의 정글에 갈지 말지는 가서 결정하기로 했다. 길이 얼마나 험할지, 시간이 충분할지, 오토바이로 이동할 때 묵을 숙소가 적당한 거리에 있을지 등 많은 것들을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가능한 만큼 많은 경험을 하고 캄보디아를 최대한 느끼고 돌아오자는 게 우리의 이번 목표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오토바이 로드트립이 빠질 수 없었다. 빠져선 안 됐다.

이 여행을 위해 정보를 수집하다 보니 고심해 보아야 할 것들이 몇 개 있었다.


먼저, 시엠립에서는 외국인 관광객의 오토바이 운전이 불가하다는 것이었다. 캄보디아에서는 캄보디아 국내에서 발급받은 오토바이 면허증이 없더라도 오토바이를 빌릴 수 있으나 시엠립은 예외였다.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이다.


시엠립은 캄보디아의 가장 대표적인 관광도시이자 제2의 도시나 마찬가지다. 게다가 앙코르 유적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방문하고 싶었지만 오토바이를 가지고 시엠립에 갈 수 없다면 어쩔 수 없었다.


프놈펜에서 오토바이를 빌려 여행을 한 후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다시 프놈펜에 돌아가 오토바이를 반납할 건데, 시엠립을 이번 여행 계획에 넣겠다고 고집을 부리면 일정이 대차게 꼬이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굳이 오토바이로 시엠립에 가서 하루에 10달러인 렌탈비를 날리며 호텔에 오토바이를 맡기거나 경찰과 대면할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는 않았다. 외국 배낭여행객들이 인터넷에 남긴 글 중엔 시엠립에서 경찰들이 말도 안되는 이유로 벌금을 물 때가 있으니 조심하라는 후기가 꽤 있었다. 그런 이유로 우리는 시엠립과 앙코르 와트를 이번 여행 계획에 아예 넣지 않았었다.


또다른 고심거리들은 그렇게 큰 문제까진 아니었는데, 그래도 생각해 볼 만한 것들이긴 했다. 예를 들면, 오토바이를 타고 고속도로를 이동할 때는 열악한 도로 상태나 연료 부족 등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구글 지도에 표시된 예상시간보다 훨씬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점이 그랬다.

그리고 사고가 날 것을 대비해 긴팔과 긴바지(청바지가 좋다고 한다)를 입는 걸 추천한다는데, 그 더위에 긴소매를 입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살짝 두려웠다. 하지만 자동차로 몇 시간을 운전하는 것이 아니라 캄보디아의 땡볕을 그대로 맞으며 몇 시간을 도로 위에 있어야 하니, 긴팔과 긴바지는 필수였다.


청바지는 무거워서 가져가지 못했지만 긴소매와 긴바지도 챙기고 도시 간 이동을 위해 쿨토시도 미리 구비했다.

 

아무튼, 무모한(?) 캄보디아 로드 트립의 서막은 그렇게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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