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 웃음이 있으면 된 거지...
- 아들 : 엄마, 한국의 어머니날은 언제예요?
- 엄마 : 한국은 엄마의 날, 아빠의 날이 있는 게 아니고 합쳐서 '어버이날'이 있는데 5월 8일이지, 아마.
- 아들 : 엄마, 이번 Mother's Day는 와이프가 친정에 간다고 하는데.... 라며 뒷말을 흐린다.
- 엄마 : 어.. 그래? 그래라~ 엄마는 괜찮다...으흠...
- 아들 : 그럼 이번에는 한국 어버이날에 엄마랑 뭔가를 같이 할까..... 나...요?
해서 그런가 보다 했지만 은근히 기대를 했다.
5월 8일! 아들 퇴근 후 필히 저녁 식사를 함께 하겠지 하며 구바씨와 함께 나름대로 기대를 하고 점심도 아주 쬐끔 먹었다. 역시 아들이 퇴근 무렵 전화를 하더니, "오늘 저녁 나가서 먹자고 와이프한테 말했으니 엄마 아가들하고 미리 준비하고 계세요, 도착하면 바로 떠날 수 있도록요~~" 해서 부랴 부랴 우리는 옷도 갈아입고 둥이들도 새 옷으로 입히고 기대를 한껏 입에 물고 회심을 지었다. 미국 Mother's day에 며늘님이 친정을 가겠다고 하니 집사 시엄마는 예상은 했더라도 좀 아쉬웠지만, 그런대로 요즘 시대에 맞추어 주는 쿨~ 한 시엄마가 되기로 했다.
떼를 쓰는 둥이들도 단장을 시키고, 가족의 견공인 검정김치도 (완전 검정색인데 이름이 '김치' - 밤에는 형광줄이 없으면 나갈지 못함 ㅋ) 완전 무장한 채, 출발 준비 완료! 를 외치며 차고 앞에서 아들의 차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견공까지 태우고 가니 두 차로 움직이는데 가는 도중에 아들한테 전화가 왔다.
- 엄마, 랍스터 잘하는 식당인데 식당이 만원이어서 아기들까지 앉을자리가 없다는데요... 어쩌죠?" 30-40분 기다려야 한데요.
-쩝 ..... 어쩌긴! 그걸 나한테 물으며 어쩌라고, 내가 랍스터 식당 주인도 아닌데.. 다른 곳으로 가?
(이미 구바씨는 인상이 꺾이셨다.) '아니.. 식당을 미리 예약을 해놔야짓!! 가족 모두가 가는데!!
- 예약이 안 되는 작은 식당이어서... 하지만 맛은 엄청 좋아요.. 그런데...음, 와이프가 그냥 랍스터 샌드위치 takeout 을 해서 그 옆에 공원에서 모두 앉아서 먹자는데.... 괜찮으시겠어요?
언성을 높이려는 구바씨를 제지하며,
- 아 ..... 뭐.. 그러지 뭐... 우리가 지금 선택권이 없겠지이ㅣㅣㅣㅣㅠㅠ
결국 아들은 우리 모두를 식당 근처 맨해튼 시티가 보이는 Hudson 강 옆 공원에 내려놓고 그 맛이 엄청 좋다는 랍스터 샌드위드위치를 사가지고 왔다. (이럴 주 알았으며 옷도 대충 입고 올껄...)
다행히 우리 며늘님은 선견지명이 있는지 공원 잔디밭에 깔 blanket을 차에다 실고 다녀서 우리 모두는 대충 앉아서 그 맛이 엄청 좋다는 랍스터 샌드위치를 우적우적 먹었다. 근사하게 까지는 아니라도 유명하다는 식당에서 오랜만에 랍스터 요리를 먹을 줄 알았는데... 우~씨... 하긴 랍스터 샌드위치도 랍스터 요리이긴 하지..
(이미지 : 미드저니/노바)
사람들이 많은 공원에 왔는데 이제 막 걷기 시작한 둥이 놈들이 가만히 있겠는가. 둥이들이 샌드위치 상자를 뒤집어엎어놓고, 두 놈이 서로 감자튀김을 먹겠다고 다 헤집어 놓고, 견공 김치는 나무에 묶어 놓았다고 낑낑거리고, 우리는 샌드위치를 먹는 건지 랍스터를 잡는지 정신이 없었다. 구바씨는 둥이들 따라다니는라 샌드위치에 들어있는 랍스터 큰 덩어리 하나를 땅에 떨어 뜨리고 ㅠㅠ 우리 며늘님은 그 와중에도 둥이들이 놀이터에서 잘 논다고 사진을 팡팡 찍어대고, 아들은 견공 살피느라 놀이터 근처에는 얼씬도 못하고, 구바씨와 나는 함께 둥이들 놀이 기구 태워주느라 진땀을 흘리고...
돌아오는 길에 차 안에서,
- 구바 : "이게 아들이 말한 '어버이날'에 뭔가를 하겠다는 거였어?"라고 한마디를 하는데, 이때 아들 편들어주는 말을 했다가는 인상을 또 꺾으실 것 같아서,
- 노바 : "아이고.. 그래도 맛있는 랍스터 샌드위치 먹었고 공원에서 둥이들과 잘 놀았구만요" 미국 영화에 보면 잔디밭에서 뭐.. 깔고 앉아서.. 뭐 샌드위치도 먹고, 애들이랑 뚸어 놀고.. 뭐.. 뭐.. 막 그러잖아요. 우리가 영화에 나오는 거 그거 해봤구먼 뭐... 오늘도 이렇게 즐겁게 보냈으니 얼마나 다행이유~"
Mother's Day에 친정에 가주면 이 집사 시엄마야 하루 쉴 수 있으니 Mother's Day 최고의 선물 아니겠수? 일요일 Mother's day에 편할걸 생각하니 지금부터 신나는구먼.. 히히
- 구바 : 으.. 으흠.. Father's Day 도 친정 가라고 햇! 우리끼리 제대로 먹어보자구, 랍스터 큰 덩어리를 땅에 떨어 뜨러서 제대로 맛도 못 보았구먼..쩝...그나저나 배가 고프니 뭐라도 먹어야겠네.. 허. 참..
- 노바 : 아이고 딱해라~ 집에 가면 마나님표 맛있는 샌드위치 해줄게용~
- 구바 : Father's Day는 내가 랍스터 샌드위치 무조건 쏜닷! 마누라한테만 !!
- 노바 : 신나~ 신나~~^^
(이미지 : 미드저니/노바)
P.S. (미국 Mother's Day 전날에 결국 우리 식구 모두는 견공 김치도 들어갈 수 있는 식당에 가서 함께 맛있는 것도 먹고, 선물도 받고, 카드도 받았음. (금일봉은 없었음 ㅠ). 무엇보다도 High Quality 집사인 시엄마를 인정해 준 것 같아 기분이 째져서 돌아옴. Mother's Day 당일날은 구바씨 집안일시키고 하루종일 룰루랄라~ 했음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