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절실한 바람
오늘도 운전자와 눈이 마주치기를 기도하며
마른 새벽 공기 속을 건넌다.
눈이 마주치면 그날 하루 일을 할 수 있고
하루 받은 일당으로 며칠은 생활할 수 있다.
일이 없는 많은 날들은 또띠아 한 개로 하루를 버텼지만
희망을 향한 간절함을 포기한 적은 없다.
눈을 마주쳐주기를 기다리는 이 순간마저도 행복하다.
적어도 살아서 이 땅을 밟고 서 있지 않은가.
죽음의 공포와 삶의 희망이 공존하는 이천킬로의 메마른 땅
야생 멧돼지와 코요테, 독사가 기다리는 사막을 지나
가시덤불 속을 헤매었던 삼십여 일의 무서운 밤들
생명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작열하는 태양의 열기 속에
물을 찾아야 하는 검은 머리는 결국 하얀 머리가 되고야 만다.
숨겨진 창살더미 속을 기어 국경을 넘는 순간
뜨거운 눈물이 목마름을 적신다
살아 숨 쉬는 이 순간이 너무 벅차서
미국 땅에 서있다는 이 순간이 너무 벅차서
오늘은 운전자와 눈을 마주칠 것이다
내일도 그의 눈을 마주칠 것이다.
하루 마주친 운전자의 눈은 또 며칠을 살 수 있게 해 준다.
고향에서 흘렸던 눈물을 닦을 수 있는
희망이라는 싹의 시작이 되어준다.
** 새벽에 동네 다운타운에 가면 남미 불법체류자들이 일용직 일을 얻기 위해 길거리에 주욱 서있다.
일용직 일꾼이 필요한 고용주들은 아침마다 Van을 몰고 와 필요한 인원만큼 픽업을 해간다.
대부분의 불법체류자들은 운전을 하는 고용자들과 눈이 마주쳐서 그날 차에 태워져 가기를 고대한다.
체류서류가 없는 그들은 합법적인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하루하루의 노동으로 생활을 해야만 한다. 따라서 하루 일거리를 받는 기회는 그들에게는 새벽의 절실한 바람이다.
그들의 간절한 눈망울에서 희망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란다.
** (이미지출처 : 아리조나 코리아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