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짓을 할 수도 있겠지만..벗어나고 싶어서
생각만큼 몸이 따라주지 않는 것 같은 날들이 오래되었다. 무기력한 날들 중에서도 일기는 억지로라도 꼬박꼬박 썼는데(한 줄 쓴 것도 쓴 거라 하면) 5월 한 달 동안 가장 많이 적힌 내용이 '계속 딴짓을 하게 된다.'
'당장 일어나야 하는데' 생각하면서도 일어나고 싶지 않아 그 자리에 한참을 누워서 드라마를 보고
'저것들을 치워야 하는데' 하면서도 소파에 망부석처럼 앉아서 멍하니 TV만 보았다.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들을 읽어야 하는데' 하며 책을 쌓아두기만 하고 가십뉴스를 읽으며 졸음이 오면 낮잠을 잤다.
가만히 앉아서 해야 할 일을 마음속에만 담아둔 채 의미 없이 sns를 탐색하다가 내가 남긴 글과 사진을 보았다. 무기력함에 잠식되어서 '나는 게으른 사람이다', '나는 책임감이 없는 사람이다'라며 자기 비하에 빠져있었기에 내가 쓴 그 기록이 참 낯설게 느껴졌다.
'우리 집이 이랬다고?'
'내가 이런 생각을 했다고?'
지난 나의 기록이, 누가 적어준 것도 아닌 내 안에서 나온 나의 글이 나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너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 그냥 잠시 지쳤을 뿐이야.'
나는 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을까. 왜 무기력하게 시간을 보냈었을까 생각하며 지난날들을 곱씹어보았다.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생활을 반복하면서 체력이 떨어진 걸까? 5월에 유독 많았던 사람들과의 약속 때문에 에너지가 소진되었을지도 모른다. 글도, 살림도 내가 애쓰는 만큼의 결과가 짠! 하고 나오지 않아서 힘이 빠졌을지도.
체력이 약해서라면 규칙적인 생활을 하며 운동을 열심히 하면 되겠고, 에너지가 소진되었다면 다시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충전하면 되는 일이다. 애쓰는 만큼 결과가 바로 나오지 않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기록을 통해 그 과정을 즐긴다면,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지 않고 나의 속도에 맞춰서 내 페이스를 유지하는 태도를 장착한다면 조금은 힘을 낼 수 있지 않을까.
다시 일어나서 각 방에 있는 침구를 싹 바꿨다. 세탁을 하고 햇볕에 바싹 건조해서 차곡차곡 개어 이불장에 넣어두었다. 며칠 째 바닥에 떨어져 있던 물건들을 주워 제자리에 가져다 놓고, 쓰레기들을 버렸다. 힘을 내어 움직여서 사진 속 집을 눈앞에 마주하니 힘이 생긴다.
무기력함을 극복하는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이번 나의 경우엔 지난날의 기록이 나를 다시 일으켰던 계기가 되었다. 다시 힘이 빠지는,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는 날이 올 수도 있다. 체력 분배를 잘해서 그런 날들이 자주, 오랫동안 이어지지 않도록 페이스 조절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도 모르게 함정(?)에 빠졌을 때 그날의 나에게 해줄 말들을 다시 부지런히 적어봐야겠다.
p.s.때로는 멍때리며 낮잠을 자는 날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