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덕준
초록을 사랑하는 요즘
꽃말이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모든 것이 다시 재생되는 계절에
덩달아 피는 식물들에게는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는지.
저 너머 능선으로 구름 자국이 돋고
마치 바람에도 색깔이 있는 것처럼 푸른 냄새가 날아오는 시간
줄기 사이에 꽃봉오리가 맺혔네, 피어나면 어떤 꽃말을 이야기할까.
창가에 놓인 화분들에 물을 얹으며 잎사귀의 이야기를 듣는다.
사람을 살아서 사람이라
사는 이유를 물으면 구태여 죽음을 좇게 되는 것인데
부쩍 삶의 이유를 읊는 일이 잦아지고
불쑥 꿈으로 영원히 도망쳐 버리고 싶은 요즘
그래서 나는 더욱 식물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것이다.
물을 주면서 잎에 닿는 물의 형태를 동경하며 건네는 질문
넌 사소한 것이라도 삶에서 무언가를 머금을 수 있구나
그래, 나는 오늘 초록으로부터 삶의 모양을 닮아보기로 한다.
서덕준, 초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