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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덕준 Jun 04. 2024

과습

서덕준


그늘진 삶에는

남들이 모르는 나의 벼랑이 있지

작은 것들이 매일 무너지는 곳

파도가 치밀어 오르는 곳에

앉을 곳 없이 서성이는 내가 있지


해안선에 묻어둔 내 일기 너 혹시 봤니

사는 게 원래 이렇게 지긋하고 지치니

눈물에는 썰물이 없어서 늘 차오르기만 하는 곳

그래서 나는 늘 과습이며

죽어가는 화분에는 끝없이 하엽이 지고

수몰되는 우리 집


눈이 나빠서 매번 찡그려야만 선명했던 것들

사는 것도 마찬가지일 줄이야

선잠이 흐릿해질수록 선명해지는 악몽의 줄기


헛웃음 나는, 매일이 이명 같은,

듣기 싫은, 질긴 목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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