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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둘 셋

서덕준

by 서덕준
하나 둘 셋1.jpg

눈을 감고 가만히 생각했어

삼엄한 푸르름이 몰아닥치는 밤의 깊이를 말이야

그 깊은 어둠의 밀도에 몸을 맡기고

그저 색도 빛도 없이 뛰어드는 너와 나를

그 순진한 어둠에 잠수하는 우리를 말이야

자 하나 둘 셋, 하면 우리 같이 두 눈을 떠 볼래

짙고 푸른 밤의 물속에서 반짝거리는 눈동자

잘게 부스러진 달의 파편이 수면을 비추고

폐부 끝까지 밀물 치는 서로의 호흡

거품처럼 수천 개의 달이 뜨고 질수록

우리의 밤은 더욱 깊고

밤새도록

서로에게 깊이도 모른 채 잠수하고.



/ 서덕준, 하나 둘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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