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문자

by 개꼬순이

3월의 문자


나의 배는 차갑습니다
누구도 품어본 적 없어서
아니,
누구도 품을 수 없어서
차가웠습니다

그래요 선생님
저는 항상 외롭습니다
그저,
이유 없이 외로우면 이유가 안 될까요

어느 한가했던 오후에도
바람 없이 잠잠한 새벽에도
답장 없는 문자에도 나는

외롭습니다

가려울 때는 가렵다고
아플 때는 아프다고 말할 수 있어요
그래서 선생님
외로울 때는 외롭다고 하면 안될까요

나는 아직
외롭다고 말하고 싶어요

삐져나온 실밥도
구길 수 없는 문자도
지나고 지나도 다시 보이는 것도
모두가
이유라고 할게요






마냥 눈물이 나던 날들이 있었어요. 지금은 감히, 괜찮다고 하지만 말이죠. 그래도 어느 날은 티브이에 나오는 모든 것들이 슬퍼서 눈물이 나요. 예능은 열심히 사는구나 하고 울고, 뉴스는 저런 사건이 있구나 하고 울고, 드라마를 보면 저런 이야기도 있구나 하고 울고, 그러다 알게 되었죠. 내가 눈물의 이유를 찾는구나. 나는 이유가 있어야 울 수 있는 사람이 되었구나.


우울증과 조증, 그리고 조울증을 겪으면서 나도 나를 방어하는 방법을 나름 찾았나 봐요. 적어도 울 수 있는 이유가 있다면 나는 이유 없이 우는 사람은 안되니까요. 어느 사람이 있었으면 했어요. 이유 없이 울면서 전화할 수 있는 사람이, 이유 없이 나. 진짜 외롭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글쎄요... 내가 외롭다고, 슬프다고 하면 누가 진실이라고 알아줄까요?


누군지 모를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이유, 그렇습니다. 나는 세상의 눈으로 보면 이유가 없어요. 나 외로워, 나 눈물이 나, 나 슬퍼,라고 말하면 왜?라는 질문이 날아오죠. 그럼 나는 할 말이 없어요. 그저 외롭고 슬프고 눈물이 날 뿐이니까요.


온몸이 젖은 천처럼 무겁고 숨 쉬던 공기가 무섭기도 하고 산뜻하게 부는 바람이 칼처럼 에이는 느낌. 그런 형태가 없는 감정인데 형태를 말하라고 하니 나는 점점 말이 없어져요... 그러다 보니 나부터 누구에게도 나의 감정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게 되네요.

이유 없이 외로우면 안 될까요? 누구나 품고 있던 서글픔을 그저 얘기하면 안 될까요? 이유를 찾고 이해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그냥 받아주면 안 될까요? 그저, 기대서 울 수 있는 자리 하나 내어주면 안 될까요...




지난 3월 존경하던 선생님이 떠났습니다.

삶의 화살표를 가르쳐 주시던 선생님은

단어 그대로가 주던 '선생님'.

외롭다고 투정을 부리면 이유를 묻기보다는

그럴 수 있다며, 외로움을 인정해 주셨습니다.

그립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