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기록

통화기록

by 개꼬순이

통화기록


눈을 뜨자마자 휴대전화의 통화 기록을 확인합니다

나의 배는 언제나 차가워서
분명 뜨겁지 않은 말들을 밤새
쏟았을 것입니다

소화되지 않는 언어들을
차마 시어로는 만들지 못하고
온몸이 가시로 가득 차지 않게
온몸이 꽁꽁 얼어
스치는 바람에도 부서지지 않도록
나를 지켜야 합니다

하지만 나는
누구에게 무슨 말을 했을까요
날이 선 말로 상처를 주진 않았을까요

휘청거리는 건물의 불빛을 등지고
누군가를 그리워하지 않게
배를 쓸며 집으로 가는 계단을 오릅니다

주름진 시간이 가득한 좁은 방에
조금은 따듯해진 배를 끌어안고 누워
오늘도 통화기록을 뒤집니다

안녕,
잘 지내고 있니.

발신이 금지된 휴대전화의 통화기록은
오래전 날짜에 멈춰있습니다






그런 날이 있죠. 잠에서 깼는데 통화기록부터 뒤지는. 나는 지난밤 누구에게 전화를 했지? 술을 마신 날은 그런 두려움이 커져요.


하지만 두려워 마세요. 당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밤,

주소록을 뒤져 전화한 사람은 당신에게 편안한 사람일 겁니다. 그 사람은 당신의 아픈 이야기기, 힘든 이야기를 아무 벽 없이 들어준 사람일 거예요.


무의식 중에 찾게 되는 사람은 당신에게 있어 '아, 내가 어떤 모습을 보여도 되는 사람이다'라는 각인이 되어 있어요. 그래서 술에 취한 밤이나, 많이 외로운 시간에 그 사람에게 전화를 한 거예요.


근데 있죠, 만약 그 사람이 당신의 이야기를 우스갯소리로 삼거나, 타인에게 흘렸다면 그 사람과 당신의 관계에 대한 무게가 다른 거예요.


관계의 무게는 달라요. 나는 이만큼인데 너는 아니구나, 하는 경험은 겪어봤을 겁니다. 하지만 그건 어쩔 수 없어요. 나는 그 사람이 될 수없고 그 사람은 내가 될 수 없으니 관계의 무계는 다를 수밖에 없어요.


결국 관계란 믿음으로 이어져 있는 거죠. 그 무게는 주관적인데, 슬프게도 저는 관계의 무게에서 내려왔어요.


어느 밤도, 어떤 좋은 날도 통화기록에 남는 사람은 친구란 이름보다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퍼붓는 가족이었으니까요. 그래서 또 한 번 감사합니다. 가족은 내가 노력하지 않아도 연결되는 관계니까요. 물론 가족이라고 딘 좋은 건 아닐 거예요. 가족이라 더 깊은 상처를 주기도 하니까요.


결국, 사람은 혼자이고, 그 안에서 관계를 만들고, 행복을 찾아야 해요. 우리는 아직 미완성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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