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멘텀 Jun 18. 2023

내담자에서 심리 상담사가 되는 것의 가치

태도의 변화를 통한 성장

심리 상담사가 되면서 태도가 바뀌었다. 자기 인식과 내담자를 바라보는 관점이 변한 것이다. 나의 문제에 집중해 있던 삶에서 내담자의 문제를 해결해 주어야 하는 입장으로 관점이 180도 달라졌다. 상담에 임하는 태도가 바뀌다 보니 두려움과 불안이 사라졌다. 그런 걸 느낄 여유조차 없어야 했다. 왜냐하면 난 심리 상담사이고 자신에게 집중하는 것이 아닌 나를 찾은 내담자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상담사이고 내담자의 문제를 해결해주어야 하는 입장'이라는 명확한 자기 인식이 되었다. 이런 인식의 전환이 상담사의 태도를 갖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초심 상담사라고 불안해할 시기는 1회기로 끝을 내야 했다.


이런 관점의 전환은 상담실 밖에서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사람들을 대할 때 배려하는 마음이 우러난 것이다. 자신에게 두었던 주의를 밖으로 돌리게 되었다. 하나의 행위가 두 가지, 세 가지 이득을 가져다주었다. 심리 상담사란 직업을 가진 것으로 인해 타인을 돕고자 하는 마음이 일어났고, 그것이 삶의 전 영역으로 확장되어 다른 사람에게까지 좋은 마음을 내게 되었다. 게다가 불안한 초심 상담사의 자세를 벗어나 내가 가진 직업인으로서의 태도를 갖게 되었다. 이건 내가 깊고 넓어지는 경험이었다. 자기 문제에 빠져 좁은 안목으로 세상을 살아가던 상황에서 그 중심이 타인에게로 이동하며 누군가에게 이로운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작은 영향력의 시작이었다.




"정신치료자는 단지 환자만을 이해해서는 안 된다. 그와 마찬가지로 중요한 것은 의사 자신이 자기를 이해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수련의 필수조건은 이른바 교육분석이라고 일컬어지는 자기분석이다.자기분석이다. 환자의 치료는 말하자면 의사로부터 시작된다. 의사가 자기 자신과 자신의 문제를 다룰 줄 알고 있을 경우에만 환자에게도 그것을 가르칠 수 있다. 반드시 그래야만 된다. 교육분석에서 의사는 자기 자신의 마음을 인식하고 진지하게 다루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의사가 그 일을 할 수 없다면 환자도 이를 배우지 못한다. 의사가 배워 배워 알지 못한 마음의 한 부분을 잃어버리는 것과 같이, 환자 역시 마음의 한 부분을 잃고 말 것이다."

_카를 구스타프 융 <기억 꿈 사상>


내담자의 자리에 앉는 시간 동안 선생님들께 묻고 물으며 문제를 해결하면서 살았다. 그러다 보니 어느 정도 해결력이 생겼고 그 노하우도 내가 심리 상담사가 되었을 때 내담자에게 도움이 되었다. 그동안 해 온 모든 것들이, 명상심리상담 대학원을 간 것조차도 내담자와 나누기 위한 경험들이었다. 그래서 말해주고 싶다. 취약한 부분이 있다면 그것이 언제까지나 무르고 약한 곳으로 남아있지는 않는다고 말이다. 우리는 약한 부분을 중심으로 해서 자신만 길을 만들어 나가게 된다.



첫 상담 때 엄청 긴장했다. 익숙한 내담자의 자리에서 단 한 폭의 걸음을 옮겼을 뿐인데, 왠지 내 자리가 아닌 것만 같았다. 두려움이 극대화되어 정신적으로 약해질 대로 약해진 상태였다. 성인 내담자를 마주한다는 것이 무서웠다. 일상에서 어른 대 어른으로 상대를 대하지 못하고 위축된 태도로 사람들을 대해왔기 때문에 상담실이라고 다르지 않았던 거다.


상담 회기가 늘어날수록 내 두려움은 가짜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내가 무서워했던 어른에 대한 이미지는 그 실체가 없었다. 내 앞에 있는 사람은 도움을 받기 위해 상담사를 찾아온 마음이 힘든 사람이었다. 내담자를 위해 내가 갖춰야 할 태도는 무엇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를 생각해서 그 해결 방법을 적용하는 것이다. 그걸 잊고 있었다. 그 순간 두려움이 사라졌다. "어!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지? 무서워만 하고 있으면 어떡해. 어떻게 도울지를 빨리 연구해야지."


이젠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상담실에서 태도가 바뀌니 일상에서도 긍정적 영향이 있었다. 만나는 사람을 편하게 해 주고자 애쓰는 내가 보였다. 의식하고 눈치 보던 입장에서 살피고 배려하는 입장이 된 것이다. 신기했다.


교육 분석을 받을 때 왜 상담자가 되고 싶은지. 너무 어려운 길인 것 같다는 이야기를 박사님께 한 적이 있다. 상담사가 되기 싫기도 하다고 투덜거리기도 했다. 박사님은 말씀하셨다. "상담자가 되면 좋아요. 우선 자신에게 좋아요. 내가 성장해요." 그 외에도 여러 말씀을 해주셨다. 고개가 끄덕여졌다. 분석을 받고 나와서 계속 그 말의 의미를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고 상담 경험도 쌓이니 이제야 그 말의 뜻을 알겠다.


상담사가 된 것도 존경하는 교수님께서 해주신 말씀 때문이었다. 사실, 난 내가 심리 상담사가 된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었다. (심지어 명상심리상담 대학원을 입학하고 나서도 말이다. 자기 치유의 목적으로 전공을 선택한 것이었다) 집단 상담을 지도해 주셨고, 워크숍을 마치고 돌아가시는 길에 배웅을 해드리면서 듣게 된 말이었다. 그 말을 듣고 계속 의문을 품었었다. '나에게서 상담사로서의 재능을 보신 걸까?' 혼자서 착각을 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드디어 그렇게 말씀하신 걸 물을 기회가 왔다. 퇴근하시는 길에 우연히 교수님을 만났다. 학교 생활에 관한 대화를 나누던 중 이 질문이 나왔다. "교수님, 저에게 왜 상담사가 되라고 하셨어요?""자신을 바로 볼 수 있으니까요." 그 말을 듣는데 '아~! 그래서 그러셨었구나' 했다. 무언가 마음속에서 확 열리고 환해지는 느낌이었다. <시로 납치하다>에서 류시화 시인도 말하지 않았던가. "자기애는 연민의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다. 화장을 지우듯 내가 아닌 이미지를 벗고 진정한 나와 마주보는마주보는 일이다."라고.



내면에서 불이 켜지는 느낌을 받았다. '상담사가 나의 길이었을까?' 그런 후에도 상담사의 정체성은 생기지 않았다(실제로 상담을 진행하면서 상담사의 정체성이 만들어졌다. 답은 내담자를 반복적으로 만나는 것에 있었다). 계속 다른 곳을 보면서 이 길은 어쩌면 내 길이 아닐지도 몰라, 교수님께서 잘 못 판단하셨을 거야. 내 직업의 결정권을 상대에게 주고 있었다. 후에 분석을 받으며 상담사가 되는 것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했고 그때 박사님께 들었던 말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힘을 주었다. 서서히 내 안에서 한 방향으로 마음이 굳혀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두 분, 교수님과 박사님 덕분에 계속 이 길을 걷고 있다.


회기가 진행될수록 돕고자 하는 의지만 생겼다. 어떤 해결책을 줄까 일상에서 공부하는 것들과 경험들을 다 적용시켰다. 그동안 해왔던 경험들이 헛되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내 경험은 내담자와 공유하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수필센터에서 '상담사의 자격'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다. 그때 자가님께서 주신 피드백이 떠오른다. '상담사의 조건'으로 제목을 바꾸어 써보자고 하셨다. 이젠 자격을 노하기보다는 조건과 실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옳다는 판단이 든다.


내담자는 상담사와 연결감을 느낄 때 일주일에 한 번 보더라도 일상을 지탱할 힘을 얻게 된다. 자신을 바라봐주고 응원해 주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든든한 거다. 이것은 내가 내담자의 경험을 통해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상담사는 그 자리에 늘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내담자에게 큰 힘이 된다. 내담자는 일주일 동안 보낸 이야기를 50분간 상담사에게 다 털어놓는다. 어디서도 하지 못한, 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걸림 없이 편하게 나를 봐주는 상대에게 이야기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정화가 일어난다. 부정적 감정이 해소가 되고 그 비워진 자리에 새로운 에너지가 차올라 다음 일주일을 살 에너지가 채워진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정신과 의사 형제인 양브로도 말했다. 강해서 정신과 의사가 된 것이 아니라 정신과 의사가 되는 과정에서 멘털이 탈탈 털리는 경험(정신해체)도 하며 정신이 강해지는 것이라고. 공부를 열심히 해서 의대를 가고, 예과 2년 본과 4년 총 6년을 과락 없이 무사히 졸업을 하고 의사 면허시험을 봐서 합격을 해야 된다. 인턴 1년, 인턴 시험 합격, 후에 인턴 1년, 전공의가 되기 위한 레지던트 시험, 이때 정신건강의학과에 지원을 하게 된다고 한다. 이 많은 과정을 거치는 과정에서 단단해진다는 것이다. 정신과 의사가 만들어지는 과정인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의사가 되고 자신도 성장을 하게 된다. 심리 치료사가 되는 과정에서 상담사도 계속 성장을 하게 된다.


상담사 발달 단계란 것이 있다. 상담사는 자신이 성숙한 만큼 내담자를 이끌 수 있게 된다. 딱 자기만큼 세상이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상담사의 다양한 경험과 내적 고민, 성찰해 왔던 시간들은 중요하다. 많이 아프고 고민하고 시행착오를 겪었을수록 그 경험이 모두 내담자에게 도움이 된다. 상담사의 경험과 깨달음은 모두 내담자에게 도움이 된다. 내담자를 위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20년 이상 된 노련한 상담사와 비교하기보다는 초심을 잃지 말고 지금 나의 상황을 인식하면서 실력을 갖추자. 내가 잘할 수 있을까가 아닌, 어떻게 상대를 도울 수 있을까에 집중하며 해나가자. 내 문제에서 상대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관점을 이동시키자.이동 시키자. 그렇다고 내 문제를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하게 다루면서 내담자를 만나는 상황에서는 내담자에게 집중하자. 상담을 진행하면서 상대를 편안하게 해주는 능력을 키워 그로 인해나가자. 그로인해 상담실 밖에서도 만나는 사람에게 좀 더 친절해지자.

두려운 세상의 거짓 껍데기를 벗어내고 사람들을 그대로 보려고 노력하자. 그들의 표현은 자기 삶에서 나온 것들이니. 나를 해하고자 하는 말이나 행동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라. 내가 두려워하던 대상은 따스함으로 품어주어야 할 온기 있는온기있는사람이다."


이전 12화 상담사의 길을 걷게 된 계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