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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멘텀 Sep 16. 2023

상담사의 길을 걷게 된 계기

"상담사가 되세요."

모 대학 평생학습관에서 진행하는 '마인드힐링 지도사' 프로그램에 등록을 했다. 수업을 이끌어주시는 교수님들이 여러분 계셨다. 마음치유사라고도하는 이 프로그램은 마지막에 자격증을 따게 되어있었다. 2박 3일의 워크숍까지 참석을 하고 시험을 봐야 주어지는 자격증이었다. 이 워크숍에서 나를 상담사의 길에 들어서게 한 스승님을 만날 수 있었다. ACT(수용전념치료) 관련 수업을 거의 하루 종일 듣고 사찰을 나서시는 교수님을 배웅해 드렸다(워크숍은 사찰에서 진행이 되었다. 혼자 쓰기에 딱 알맞은 크기의 욕실 딸린 방을 쓰는 게 참 좋았다. 새벽에 스님께서 울려주시는 종소리가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


"상담사가 되세요."


후에 교수님께 배우기 위해 동대학원에 지원을 했고 합격이 됐다. 대학원 교수님들께서 평생학습관 수업을 진행하셔서 스승님을 만날 수 있었다. 사실 대학원에 간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살았는데(물론 가고 싶었던 시기가 있긴 했다. 당시엔 마음만 있었지 원서를 내진 않았다) 인연이 닿으니 저절로 길이 열렸다. 대학원에서 교수님 수업을 들을 때에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누군가는 때가 되면 인생의 스승을 만난다고 하는데 나는 그런 분을 언제 만나게 되는 것일까?'하고 말이다. 시간이 흐르고 보니 코 앞에 계신 분이 바로 내 인생의 스승님이셨다는 걸 알겠다. 항상 밖에서 찾았는데 결국 답은 내 안에, 가까이에 있었다. 이건 인생의 스승님을 만나는 것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삶의 모든 장면엔 우리 자신만의 인생의 답이 담겨 있다. 다만 우린 스스로 그걸 보지 못하고 자꾸만 다른 곳에서 찾게 될 뿐이다. '더 좋은 곳이 있겠지. 더 나은 삶이 있겠지.' 하면서.






입학한 과는 '명상심리상담'이었다. 스님들과 마음 따뜻한 동기분들과 지혜롭고 품 넓은 여러 교수님들과 대학원 생활을 했던 건 정말 감사하고 축복받은 일인 것 같다. 스님 교수님도 계셨고 스님 동기분도 계셨다. 다른 대학원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포근하고 따뜻한 분위기로, 마음 깊은 곳과 연결된 느낌으로 5학기를 보냈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는 그 말을 들은 한 사람의 인생을 예상치 못한 곳으로 이끈다. 말을 한 사람과 들은 사람의 영혼이 같은 에너지를 지닐 때 저절로 가치 있는 무언가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영혼의 울림을 전달받은 사람은 그의 내면에 존재하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가 건드려진 것이다. 그래서 저절로 그 길을 걷게 된다고 생각한다. 마이클 싱어는 <될 일은 된다>에서 "우리는 모두가 실제로 세상만사가 자신의 뜻대로 굴러가야만 한다고 믿고 있다. 내 앞에 놓인 것이 그 모든 창조력들이 지어낸 자연스러운 산물이라고는 생각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삶에 대항하는 대신 그 흐름을 존중하고 자신의 자유의지로써 그 속으로 뛰어든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저절로 펼쳐지는 삶의 질은 어떠할까? 무질서하고 의미 없는 사건이 무작위로 일어날까, 아니면 우주의 완벽한 질서와 의미가 우리의 일상 속에도 강림할까?"라고 했다. 그는 자신을 내려놓고 삶의 흐름을 신뢰했을 때 상상하지 못한 여정을 걷게 되었다고 말한다. 삶이 주는 선물들을 기꺼이 살아낼 때 깜짝 놀랄 만큼 강력한 결과가 나온다고 말이다.


상담사가 된다는 건 상상도 못 했던 길이다. 상담을 받기만 했고, 내담자의 자리에 익숙했다. 대학원 2학기가 시작할 때 상담 수련을 받으며 상담자의 자리에 앉았다. 상담사가 되기 위해 수련을 받는 여러 선생님들도 만날 수가 있었다. 당시 6개월 수련을 받았다. 중간에 휴학을 하며 올 2월에 졸업을 했고, 졸업과 동시에 상담 실습을 시작했다. 어색하던 그 자리도 서서히 익숙해져 간다. 며칠 전에 지인에게 그랬다. "내가 어떻게 심리 상담사가 됐지?" 아무리 생각을 해보아도 미리 계획하고 의도했다면 절대 선택할 수 없었던 직업이다.



상담실 가는 길


이렇게 지나온 시간들을 돌아보니 모든 인연들이 의도에 의해 맺어진 것이 아니란 걸 알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내 삶과 조화를 이루는 일과 배움과 경험이 펼쳐졌다. 의도는 그 조화에서 힘을 얻지 못했다. 큰 흐름 속에서 의지대로 했던 몇 가지의 일들이 있었지만 결국 그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졌다. 흐름 속에 묻혔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내 삶에 들어온 모든 인연을 환대한다.' 그 인연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지속적으로 거부하고 다른 것을 원한 적이 있었다. 그렇게 하면 남는 게 없었다. 소중한 경험도 사라지고 바라는 것은 항상 너무나 먼 곳에 있어 그 무엇도 내면에서 응축되지가 않았다.


어쩌면 상담사라는 길이 이번 생에 주어진 소명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어쩔 수 없이 끌려가는 숙명론이라기보다는 기꺼이 걷게 되는 길말이다. 수많은 상담사들에게 상담을 받으며 힘을 내고 하루하루를 버틸 수 있었던 시기가 오랜 기간 있었다. 이제는 내가 힘든 시기를 지나오는 사람들을 위해 상담사의 자리에서 버티어 줄 차례다. 존재함 자체가 치유를 일으키는 순간을 경험했다. 마음이 힘든 사람들에겐 '있어줌, 들어줌' 자체가 치유를 얻게 한다. 칼로저스가 말한 무조건 적인 공감적 존중은 늘 중심에 두고 있어야 할 상담사의 중요한 태도이다.


만약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인생이 답답하다고 느끼고, 나만의 길을 찾고 있다면 그동안 시간을 가장 많이 투자해 왔던 걸 떠올려 보길 바란다. 우리가 중요히 여기는 가치가 그 안에 담겨있을 가능성이 크다. 마음을 많이 괴롭히고, 마음을 자유롭게 하고 싶어 상담실 문을 자주 두드렸던 누군가가 마음을 다루는 상담사의 자리게 앉게 된 것처럼 당신도 당신만의 자리가 분명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끌리는 무언가를 따라가다 보면 인생의 스승도 만나게 된다. 용기 내어 원하는 곳으로 한 발 내딛으며 그다음부터는 저절로 펼쳐질 것이다. 아니, 정말 나의 길이라면 용기조차 필요치 않을 수 있다. 인연이 저절로 닿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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