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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학하는 CEO Jul 01. 2021

프랑스 화장품 대기업과 일하기_03

드디어 결전의 날, 글로벌 대기업 부사장님과의 미팅

드디어 글로벌 대기업 임직원들과의 미팅의 날이 밝았다. 긴장 때문인지 시차 부적응 때문인지 거의 밤을 새웠다. 분명 밤 10시에 잠들었는데, 눈 떠보니 새벽 2시였다. 그때부터 잠이 오지 않았다. 가만히 있으면 뭐하냐 싶어 미팅 준비를 했다. 덕분에 미팅 준비는 나름대로 철저히 할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아침이 밝았다. 


엘리베이터 수동문을 보유하고 있는 호텔(?)이다 보니 당연히 조식은 제공되지 않았다.(나중에 알고 보니 이런 형태의 숙소를 ‘파크’라고 한다) 


아침도 해결할 겸 숙소 근처 스타벅스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을 샀다. 스타벅스의 나라에서 스타벅스 커피라니... 감개가 무량했다. 난 이미 뉴요커 마냥 커피를 한 손에 들고 군중들 사이에 섞여 출근하는 모습을 상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커피 한 잔 주문하는 것도 어려워하는 내 모습 참 처량했다. 

미국에서 처음 주문에 성공한 아메리카노

 

어쨌든 스타벅스 주문 미션(?)을 무사히 마치고 세포라 미국 사무실로 출발했다. 미국 대중교통이 낯설기는 했지만 블로그를 통해 예행연습을 해두었기 때문에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드디어 사무실 앞에 도착했다. 

 

샌프란시스코 출근길 


건물 안으로 들어가 안내 데스크에서 안내를 받아 건물 상층부로 올라갔다. 회의 장소에 도착하니 회의룸 앞에 회사 이름과 나의 영어 이름(JASON)이 떡하니 적혀있었다. 다시 한번 감개가 무량했다. 


회의실 안에서 잠시 기다리니 두 세명만 참석할 것이라는 나의 예상과는 달리 7명이나 참석을 했다. 프레젠테이션 발표는 2~3명 앞에서 할 때와 5명 이상 할 때는 그 느낌이 다르다. 2~3명은 약간은 좀 편안하게 할 수 있는데 그 이상 넘어가면 단체 느낌이 난다. 난 두 세명을 예상하고 연습을 했는데, 7명이라니 당황스러웠다. 7명의 대규모(?) 군중 앞에서 영어 프레젠테이션이라니... 그것도 세상에서 제일 영어를 잘하는 미국 사람들 앞에서 영어 프레젠테이션이라니.... 혼자 연습할 때와는 달리 정말 긴장이 많이 되었다. 


다들 착석을 하자 부사장이 먼저 말을 꺼냈다. (10년 전 일들이라 했던 말들을 정확히 기억할 수 없기 때문에 문맥상으로만 이해해주길 바랍니다) 

I really appreciate that you are coming from Korea. How long does it take? I think it's been more than 10 hours. Thank you so much again for visiting. I think it is a good chance for both you and us so I've got my members as many as possible. 


내가 정말 올 줄 몰랐나 보다. 결정된 것도 없는데, 가능성 하나 믿고 정말 그 먼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올지 몰랐나 보다. 몇 번이나 고맙다는 말을 한 지 모르겠다. 덕분에 그 보답으로(?) 난 뜻하지 않게 대규모 군중 앞에서 발표를 하게 되었다. 


약간 더 ice braking 시간을 갖은 뒤 회사 소개를 시작했다. 처음엔 정말 많이 긴장되었지만,  'practice makes perfect’이라 하지 않았던가! 스스로가 기특할 정도로 정말 연습을 많이 했기 때문에 거의 줄줄 외울 정도여서 그런지 그 뒤 발표는 순조롭게 진행이 되었다. 


회사 소개를 한 뒤 자연스럽게 주요 제품을 소개했다. 제품을 소개하며 시연을 함께 진행했다. 당시 회사의 주요 제품은 얼굴에 부착하는 시트 마스크팩이 아닌 손과 발에 착용하는 바디 마스크팩 타입이었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생전 처음 보는 품목이었다. 그래서인지 미팅 분위기는 정말 ‘HOT’ 했다. 


AWESOME! Fantastic! Amazing! 와 같은 감탄사와 질문의 연속이었다. 지금이야 그런 반응들이 그들의 자연스러운 추임새인 걸 알지만 그 당시엔 잘 몰랐기 때문에 회사 제품과 나의 발표가 좋은 줄 착각했다. 어쨌든 그 착각 덕분에 자신감 있게 발표를 진행했던 것 같다. 


소개를 마치고 전날 메일에 기재되었던 '본사에서 개발을 진행한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물어봤다. 부사장님이 설명해주었다. 

I thought your products are fantastic and I'd really love to develop them at our office in the US. However, sadly, we couldn't do because headquarter wants to develop it. Before starting developing important items, we need to ask it to our headquarter in Paris......

내용을 들어보니, 신제품을 개발할 때는 본사와 미국 지사에서 개발 주체에 대해 논의를 하는데, 미국 지사가 찾은 핸드 마스크팩을 미국 지사에서 직접 개발하고 싶었으나, 핸드 마스크팩의 가능성을 높게 본 본사가 직접 개발하기로 했다고 최종 결론이 났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보통 지사에서는 개발을 진행하지 않는데, 미국은 매출이 워낙 높아 직접 개발을 진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미국에서 개발을 진행하면 미국에 위치한 매장으로만 출하가 되나, 본사에서 개발하면 전 세계 세포라 매장으로 유통이 된다는 것이다. 결국 이 프로젝트는 미국에서 진행되는 게 아닌 프랑스 본사 주도로 개발이 이루어지고 개발이 완료되면 전 세계 매장으로 판매된다는 것이다. 


'아니 이게 웬 횡재인가?'라고 속으로 생각했지만, 드러내 놓고 좋아하기엔 미국에 온 게 아까웠기 때문에 이들과도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말했다. 


I think you guys are kind and great so that I'd love to work with you. Is there any chance to work with you? 


이 말을 듣고 기분이 좋았는지 부사장이 바로 답변을 했다. 

It's so kind of you. I think the first project will be a great chance for your company because it belongs to headquarter. But if you have anything new, you can introduce it to my team, then we will review them. 


말 한마디로 천냥 빚도 갚는다 하지 않는가? 이 말은 전 세계 공통이었다. 

덕분에 미국팀과도 지속적인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 뒤 몇 마디를 더 나누고 미팅을 마무리했다. 미국 오피스와 뭔가를 해보려 했던 최초의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더 큰 기회를 얻게 되었기 때문에 기분이 너무 좋았다. 

나의 첫 글로벌 기업과의 미팅은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그때는 몰랐다. 본사와의 업무가 얼마나 나를 힘들게 할지를... 


4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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