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의 변
14년 여의 직장생활을 마무리하는 날이다. 직장생활을 하며 수 차례의 이직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퇴사 느낌의 결이 다르다. 이번엔 단순히 퇴사를 하고 이직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지 기분이 예전보다 더 싱숭생숭하다.
근무했던 직장에서의 다사다난 했던 생활을 마무리할 때는 항상 수많은 감정이 교차하게 마련이다. 직장을 그만두면서 '아! 시원하다'라는 감정만 느끼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함께 했던 사람들과의 기억들, 사무실 내에서 벌어졌던 수 많은 일들을 추억하며 잠시나마 옛 생각에 잠기게 된다.
퇴사를 앞두고 책상을 정리할 때면 소액 동전들, 못찾았던 문서들, 각종 사무용품 등이 그 당시의 추억과 함께 발견된다. 정리를 빨리하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종류의 책상 정리는 일부러 속도를 늦춘다. 앞으로 추억을 꺼내볼일이 없다고 생각하니 조금 더 추억을 붙잡고 싶기 때문이다.
직장생활을 하며 많이 배웠고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어른이 되었다고 성장하는 것을 스스로 멈추면 안된다. 육체적인 성장은 멈추었을 지 모르지만 내적인 성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직장생활 동안 운이 좋았다.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성장을 위해 스스로를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만들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많은 성장을 했던 것 같다. 또한 10여년의 직장 생활을 통해 다양한 사원, 대리, 과장, 차장, 팀장, 본부장, 이사 등의 직급/직책을 거치면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 볼 수 있었다.
이제 직장인으로서의 삶을 로그아웃하고 새로운 도전을 로그인하고자 한다.
이제는 회사가 주는 안락함과 안정적인 월급, 다양한 복지 서비스 등을 더이상 이용할 수 없지만 보다 자유롭게 근무할 수 있고 나의 역량을 더욱 발휘 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졌다. 프리랜서가 아닌 '법인'을 설립하며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나의 성장과 더불어 '법인'또한 성장을 시켜야 한다. 스타트업을 준비하며 아무리 작은 사업을 하고 있더라도 세상 모든 대표님들이 더욱 대단해보였다. 이 사업을 준비하며 내가 많은 도움을 받았듯 나 또한 나의 경험을 더욱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이게 그 보답이라고 생각한다.
고난과 역경의 연속이겠지만, 지금껏 그래왔듯, 앞으로도 슬기롭게 잘 헤쳐나가고자 한다.
ps. 퇴직 날 주저리 주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