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비즈니스 모델의 가변성
사실 소회랄 것도 없는 아주 짧은 기간이지만, 어느덧 넥스트 팬지아(주)라는 법인회사를 창립한 지 이제 만 2개월이 되었다. 여느 스타트업 대표와 같이 나와 회사의 성장을 위해 열심히 달려왔다. 보람찬 날도 있었고, 허탈한 날도 있었다. '무엇을 하고 있나?' 자괴감이 들 때도 많았다. 하지만 우리의 인생은 파동과 같다는 것을 알기에, 계획대로 그저 매일매일 한 발 한 발 전진해왔다.
우리의 인생을 제삼자의 시선으로 보면 인생의 그래프가 파동 형태로 보이지만, 우리는 그 파동을 일으키는 주체이기 때문에 파동이라는 것을 느끼지 못한다. 이는 마치 지구가 시간당 약 1,600km의 엄청난 속도로 자전을 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 속도를 느끼지 못하는 것과 같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를 떠나 우주로 나가야 비로소 지구가 돌고 있는 게 보인다.
대부분의 스타트업 대표들은 창업 전, 인고의 시간을 거쳐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완성한다.(비즈니스 모델이 없다면, 지금이라도 작성하기 바란다) 기업에게 비즈니스 모델은 건축물의 설계도와 같다. 건축을 시작하기 전, 설계도를 통해 어떻게 건축물을 지을 것인지 기획을 한 뒤, 실제 건축을 시작한다. 기업도 마찬가지로 사업을 시작하기 전, 어떠한 사업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확실하게 밝혀두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사업을 시작한 뒤 그 비즈니스 모델은 수정한다. 언제나 이상은 현실은 다르기 때문이다.
넥스트 팬지아 또한 마찬가지다. 사업 시작 전, 넥스트 팬지아의 비즈니스 모델은 크게 두 가지였다. '글로벌 화장품 개발 플랫폼'과 'OSM(Original Strategy Manufacturing)'
글로벌 화장품 개발 플랫폼
우리나라는 산업 구조상 수출을 지향해야 한다. 화장품 산업 또한 마찬가지다. 하지만 코로나 이전, 수출을 하기 위해 바이어를 만날 수 있는 창구는 오로지 오프라인 화장품 전시회뿐이었다. 코로나 때문에 이마저도 막혀버렸다. 화장품 해외영업/마케팅 10년의 경험을 살려 해외 브랜드 기업과 국내 제조회사가 만족할 수 있는 개발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첫 번째 비즈니스 모델이다.
OSM(Original Strategy Manufacturing, 제조자 전략 제조 생산 방식)
디지털 문명의 발달로 인해 고객의 요구는 점점 다양해지고 복잡해지고 있다. B2C 기업들은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해 빠르게 온라인 전환을 시도하고 있는 반면, B2B 기업들의 변화는 빠르고 유연하지 못해 그 틈이 벌어지고 있다. 그 간극을 메워주는 제조 방식이 바로 'OSM'이다. OSM을 완벽히 수행하기 위해선 제조기업이라도 생산 설비를 소유하지 않아도 된다.(OSM에 대해선 다음 글에서 보다 자세히 설명 예정)
여기까지가 기존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이 두 가지 비즈니스 모델로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을 하다 보니 '기회'가 보였다. 직장인이었다면 모른 채 하고 지나쳤을 수도 있지만 사업을 하니 보였다.(직장인은 회사에서 주어진 업무를 잘 해내야 하기 때문에, 또한 회사에서 추구하고 있는 사업 방향이 있기 때문에 그 방향 벗어나선 안 된다.)
우리 회사는 로컬 비즈니스인가? 글로벌 비즈니스인가? 이런 고민을 사업초기 많이 하였다. 결론적으로 넥스트 팬지아의 고객은 해외 기업들이다. 고객들이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홈페이지부터 시작해서 고객과의 접접에 있는 모든 것들은 한 마디로 '외국'스럽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원칙을 갖고 모든 작업을 진행했다.
홍보 영상을 만들 때는 영미권 사람들에게 익숙한 형태의 영상을 만들고 싶었다. 그들이 평소 하는 말이 포함되고, 그들이 즐겨 보는 영상 컨텐츠와 비슷하게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내가 원하는 영상을 만드는 업체도 찾기 쉽지 않았고, 가격 또한 상상 이상으로 비쌌다.
생각을 해보니, 우리나라에서 원하는 영상을 만드는 것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 사람이 아무리 영어를 잘한다 해도, 미국에서 살고 있지 않으면, 미국 현지 느낌을 그대로 살릴 수 없다. 언어차이보단 문화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예 '미국에서 영상을 만들면 어떨까?' 생각을 했다. 무조건 비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시도해보았다.
다행인 건, 10여 년 동안 해외 방방곡곡을 돌아다녔기 때문에 글로벌 인맥이 구축되어 있었다. 그 인맥을 활용하기로 했다. 내가 만들고 싶은 홍보 영상을 기획을 한 뒤, 상담을 받아보았다. 물론 내가 다 기획을 한 이유도 있지만, 한국에서 만드는 것보다 훨씬 저렴한 견적을 받았다. 여기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찾았다.
브런치 작가 활동을 열심히 하며 글을 많이 써본 경험을 통해 직접 대본을 작성할 수 있었고, 영미권 해외영업을 했기 때문에 번역 또한 직접 할 수 있었다. 다만, 미국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현지 느낌에 맞게 글을 감수할 필요는 있었다. 파트너사에서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작가가 감수를 해준다. 원어민 성우가 녹음을 한다. 현지 파트너사와는 화이트보드 애니메이션을 통해 첫 거래를 시작했지만, 더 많은 마케팅 방법을 발굴하여, 해외 마케팅을 원하는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영업을 전개할 예정이다.
이렇게 회사 홍보 영상을 만들며, 하나의 비즈니스 모델을 추가했다. 글로벌 마케팅!
이외에도 두 가지 비즈니스 모델을 추가 장착했다. 처음 시작할 땐 두 가지 비즈니스 모델이었지만, 이제는 5가지 사업영역으로 움직이는 기업이 되었다.
여기까지가 지난 2개월 동안 벌어진 일이다.
지난 2개월의 기억들은 zip 파일처럼 압축되어 있기 때문에 단편적인 사건들에 대해서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하지만 매 순간 숨 가빴고, 치열했을 것이다. 처음 시작할 때 계획했던 것들은 시행을 하는 과정에서 대부분 그대로 실현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마다 바로 다시 계획했다. 그리고 다시 시행했다. 이런 과정을 계속 거쳐왔다. 그러면서 다행히 넥스트 팬지아의 '핵심 가치'에 벗어나지 않고, 오히려 핵심 가치를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되는 비즈니스 모델이 추가되었다.
계획은 무조건 달성하고자 작성하는 것이 아니다. 길을 잃지 않기 위해 작성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