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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성희 Mar 22. 2022

그는 나에게 '미치겠다' 라고 했다.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는 표정을 바꾸며 세상 억울한 표정 듯 자신의 머리를 쓸어올려 살짝 잡아 뜯으며 말했다.

'미치겠다!'

어이가 없었다.

미치겠다 라니...

이야기는 이렇다. 지금은 직업 특성상 해도 해도 일이 샘솟는 시즌. 오늘은 더욱이 더 힘든 하루였다. 퇴근 시간이면 나오는 퇴근하자라는 퇴근송이 나오는 곳이니 나쁘지 않지만 실상은 그 노래에 일을 끝내긴 쉽지 않다.

내일로 미룰 수 있을 뿐. 시간이 허락한다면. 아무튼 피곤한 오늘, 나를 픽업하러 온 그는 나를 위해 따뜻한 스벅차와 목캔디를 준비해 가져왔다.

고마운 일이지만 썩 달갑지 않았다. 스벅 차는 어떤 이유로 받았던 쿠폰일테지만 있는 쿠폰 가격에 돈을 더 붙여 샀을까 신경이 쓰였고 그 옆애 목캔디. 목이 아프다는 나를 위해 준비해 준 고마운 마음이지만 꽤 전부터 이가 아파 단 것을 극히 피하는 나에겐 쓸데없는 소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단 얼마라도 지금은 아니 늘 소중한 돈이기에 꼭 필요한 것. 건강을 위한 것이 아닌 것에는 돈이 나가는 게 싫었다.

요즘은 홑벌이라 마음이 더 그랬다.

맞벌이일 때는 경제적 불편함에 시간의 비용이 너무 비쌌다. 새벽같이 나가서 11시에나 들어왔으니 평일이고 주말이고 피곤함을 풀기조차도 부족한 시간의 비용이 들었다. 거기에 우리들의 마음의 비용까지.

그래서 그는 퇴사를 선택했다.

그 와중에 오늘 일이 발생했다.

퇴사로 만들어진 우리의 저녁시간은 식사를 같이 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줬다.

힘든 하루가 끝나고 집에서의 일이 시작되는 것이 힘겨워지지만 조금만 더 나아가고 싶은 마음이 커 멈출 수가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식사 도중 그의 옆에 휴대폰의 진동이 울린다.

그가 파르르 깜짝 놀란다.

놀랐다고 했다.

그렇게나 놀라니 잊고 싶지만 절대 지워지지 않는 그 기억의 파편이 나를 날카롭게 찔렀다.

참아야 했을까

'누구야?'

'응~! 00'

'진짜?'

상상치 못했던 일들로 난 내가 생각지도 못한 모습의 내가 되어 있었다.

이런 생각까지 드니 가슴 속 깊이 부터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는 알고 있을까?

다시는 그 지난 일들을 이야기 하지 않기로 했기에 얼마나 울고 있는지.

아무튼 그 기억들이 떠오르는 상황이 벌어진거다.

우리의 소중한 저녁 시간에 울리는 전화.

깜짝 놀라는 그의 표정.

또 같은 일일까봐 겁이 나고 무서웠다.

묻지 말자 했지만 아까부터 내 맘과 같지 않았던 그의 모습 때문일까 결국 물었다.

'누구야?'

...

'저번같은 일일 수도 있잖아'

...

그의 대답은 ... 바로

'아~ 미치겠다!'

그의 대답이었다.

'나 오늘 잘못한 거 없잖아! '

'아니... 예전에...'

'아~! 또 그 얘기야?'

...

정말 미치겠는 건 누구인지...

그 일을 내 기억에서, 내 세포에서 미친듯이 지우고 싶은 거 누구일지...

그는 여전히, 아직도 모르는 거였다.

꾸역 꾸역 삼킨다. 감정을 삼켜낸다.

그는 아직도, 여전히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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