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달사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혁꾸 Mar 24. 2022

사랑은 사람마다 다르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쉽게 사랑을 갈구하게 된다. 갓 연애를 시작할 때는, 사랑한다는 말로 상대의 마음을 확인하고 싶기 때문에, 대게 전화 통화를 마무리할 때면, "사랑해"라는 수줍은 단어로 조금이나마 내 진심을 전달함과 동시에 아닌 것처럼 상대방의 마음을 떠보게 된다. 나는 금방 사랑에 빠지는 타입은 아니지만, 한번 연애를 시작하고 나면 칠푼이가 되어버려서, 쉽게 사랑한다는 말을 내뱉곤 한다. 갓 시작된 연애에서 사랑한다는 말은, 서로에 관한 추억이 거의 없기 때문에 그 의미에 신빙성이 떨어지긴 한다. 하지만, 그 말이 의미 없이 내뱉어지는 번지르르한 고백만은 아니다. 그 시기의 사랑한다는 말은, 곧이 곧 대로의 사랑한다는 말이기도 하지만, 앞으로 더 사랑하겠다는 미래 지향적인 말이기도 하다.


 함께 발을 맞춰 걷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이었다. 집에서 저녁 시간을 보내며 한창 통화를 하다 보니 어느새 잘 시간이 가까웠다. 이제 잠을 청하고자 대화를 매듭 짓고난 뒤, 전화를 끊기 전 나지막하게 사랑한다는 말로 '너와 만나게 돼서 좋다'라는 말을 전했다. 달콤하거나 수줍은 반응을 기대하며 내뱉었던 말이 었으나, 예상 밖의 반응을 보게 되었다. 어딘가 불편한 듯 주춤거리는 대답과 함께 말꼬리가 늘어졌다. 

'아, 아직은 조금 부담스럽구나'

 그리고는 귀여운 변명이 이어졌다.

"나는 아직 사랑하는 것까지는 모르겠어.. 내가 진짜 사랑하는 감정이 들게 될 때, 그때는 내가 먼저 사랑한다고 얘기할게! 그럼 잘 자!"

 그 얘기를 듣고 나니, '아직 나를 사랑하진 않는구나'라는 실망감이 들기보다는, '이 사람한테는, 사랑한다는 말이 아주 중요한 의미를 동반하는 것이구나'라는 생각과, 언젠간 사랑한다는 말을 듣게 될 기대감에 입꼬리가 솟아댔다. 그 말을 어렵게 하는 만큼 더욱 진심이 담길 테니까.


 그 후로는 각자의 연애관 속에서 보통의 연애를 지속했다. 사랑한다는 말은 계속해서 일방통행이었지만,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단지 말일뿐이었으니까. 굳이 사랑이라는 단어가 아닐지라도, 하루를 같이 보내는 시간이 쌓여갈수록, 서로의 표정이나 말투, 행동에서 묻어나는 진심은 짙어졌다. 서로를 바라보는 표정은 점점 다양해지고, 말투의 격은 점점 허물어진다. 성숙해만 보이려고 애썼지만, 점점 본연의 모습을 자연스레 내비치며, 그 모습을 이해받는 것이 더 좋아지게 된다. 


 그렇게 풋풋한 관계의 향기가 점점 짙어져 가면서, 나는 자연스레 사랑한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퇴근길 러시아워의 교통체증이 싹 뚫리는 것 같은 홀가분하고 시원한 느낌이었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은 사랑한다는 말을 입에 방울처럼 달아, 걸을 때마다 딸랑대는 수준이지만, 그래도 어렵게 일궈냈던 그 말에는, 깊은 감정이 담겨 있음을 늘 잊지 않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연인의 반대말은 인연이다.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